51장. 출발 1
“확실하신 거죠?”
“확실합니다.”
사람들이 보낸 문자 그대로 이동하겠다는 이야기에 다들 긴장했지만 대통령은 너무나도 단호했다.
“그곳엔 승무원들이 있을 겁니다. 그들이 그렇게 간단하게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이 우리의 메시지를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 마음대로 그렇게 움직이는 거. 그게 안 좋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그게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문제가 될 수도 있어요. 그러다가 모든 것을 다 잃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제 확신을 믿겠습니다.”
대통령의 간절한 말에 전문가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가 틀렸다고 누구라도 먼저 말을 해야 하지만 그 누구도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모두 간절했고 다시 또 간절한 표정들이었다.
“나를 믿어주세요.”
“알겠습니다.”
대통령의 이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일 따름이었다.
“그렇게 준비하겠습니다.”
“그럼 부탁하겠습니다.”
대통령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문자가 오지 않은 거죠?”
“그렇습니다.”
지웅의 대답에 모두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아무런 확신도 없이 떠난다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한 일이었다.
“어쩌면 지금 사무장님이 하시는 그 선택이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일이 될지도 모릅니다.”
“될 겁니다.”
우리가 조심스럽게 하는 말에 지웅은 힘을 주어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우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 거죠.”
“왜요?”
“왜라니.”
“나도 아무 것도 모릅니다.”
지웅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원하는 그대로 대한민국 정부가 움직여줄지. 그렇지 않을지. 그런 건 아무 것도 모릅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가야 하는 거죠. 다른 이들과 같이 떠나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냥 여기에 있죠.”
누리가 보탰지만 지웅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 없습니다.”
“왜요?”
“더 이상 메시지가 전송이 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그 어떤 메시지도 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우리들이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행동을 한다는 거. 그거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거죠.”
“하지만.”
“하지만은 없습니다.”
지웅은 그 어느 때보다 단호했다. 더 이상 다른 이들에게 밀려날 수 없었다.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그런 것처럼. 우리는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손에 쥐어진 선택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그리고 처음 그대로 밀고 가야 하는 거죠.”
“너무 위험해요.”
진영은 한숨을 토해내며 머리를 뒤로 넘겼다.
“그러다가 우리가 구조를 받지 못하면.”
“그걸로 끝이죠.”
“뭐라고요?”
“간단한 겁니다.”
지웅은 정말 간단한 산수라도 푸는 것처럼 대답했다. 이런 지웅의 대답에 모두 멍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을 하는 건가요? 우리는 지금 사무장님 한 사람을 믿고 행동하려고 하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에게 그 어떤 확신도 주지 못한다는 거. 너무한 거 아니에요?”
“내가 뭘 하기 바라나요?”
“그게 무슨?”
“나는 아무 것도 못 합니다.”
지웅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절대 물러나고 싶지 않았지만 물러나야만 하는 순간이었다. 자신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거. 그러니 모두 제대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 그 간단한 사실. 그리고 가장 무섭고 가장 슬픈. 그 사실을 모두에게 말을 하고 설득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저는 사무장입니다. 오랜 비행을 했죠. 하지만 이런 순간을 마주한 것은 저에게 있어서 처음입니다.”
“그래서 아무 것도 모른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지웅이 힘을 주어 답하자 다들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웅만 믿던 사람들은 당연히 그럴 거였다.
“다들 뭐해요?”
결국 입을 연 것은 지아였다.
“갈 준비를 해야죠.”
“맞아요.”
윤태도 지아의 말에 보탰다. 어차피 지금 이 순간 더 망설인다고 해서 달라질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지금 나가지 않으면 이 섬에서 나가는 일이 쉽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훨씬 더 오래 있어야 해요.”
“그래도 이건 아니죠.”
봄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어떤 확신도 없이 간다고요?”
“네. 그래요.”
지아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확신도 없어요.”
“그게 무슨?”
“이 섬에 올 때도 마찬가지 아니었나요?”
지아의 반문에 다들 할 말을 잃었다. 지아는 그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을 따름이었다.
“우리가 이 섬에 올 때. 그리고 여러분들이 있는 섬에 갈 때도 아무런 확신은 없었지만 이동했어요. 그리고 성공이었죠. 이번에도 그러니까 성공일 거라고. 아무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건 아니죠.”
가만히 듣고 있던 병태는 고개를 저었다.
“너무 위험합니다.”
“그럼요?”
“기다려요.”
“뭐라고요?”
지아의 목소리가 묘하게 높아졌다. 지아는 자신도 목소리가 너무 높았다는 사실에 가다듬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쩔 수 없어요.”
“그건 답이 아닙니다.”
병태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아무런 확신도 없는데. 신호도 없는데 무조건 옮기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했다.
“그랬다가 우리 모두 죽으면요?”
“어쩔 수 없죠.”
“이봐요.”
“지금 우리가 살아있는 것도 그런 거잖아요.”
지아는 그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자신들에게 아무런 답도 남아있지 않았다.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우리들이 해야만 하는 것. 그것들에 대해서 생각을 해야 하는 거죠.”
“그게 이런 겁니까?”
“네. 그게 이거에요.”
지아는 힘을 주어 배를 잡았다. 배는 든든했다. 그들을 몇 번이나 옮겨다닐 수 있게 해준 거였다.
“이 섬에 있으면 구조가 되지 않을 거라는 건 내가 다 봤어요. 내 두 눈으로 봤어요. 이 섬에 있다가 죽은 그 사람. 군인으로 보였어요. 하지만 누구도 구하러 오지 않았죠. 군인을 구허라도 오지 않는 섬이에요. 육지에서 아주 멀거나 접근하기 까다로운 섬이라는 이야기죠. 여기에 있을 수 없어요.”
“하지만 여기에서 전파가 한 번이라도 터진 적이 있잖아요. 그러면 여기에서 기다려야 하는 거죠.”
“그건 첫 번째 섬도 마찬가지입니다.”
윤태의 말에 모두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그 섬에서 전파는 터졌습니다.”
“그런데 왜 옮긴 거죠?”
“이 섬처럼 제대로 터지지 않았으니까.”
지웅은 한숨을 토해내며 혀로 입술을 축였다.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모두 다른 생각을 해도 되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
“모두 가야 합니다.”
“아니요.”
병태는 고개를 저었다.
“가고 싶지 않아요.”
“최병태 씨.”
지아가 다급히 병태에게 다가갔다.
“그러지 마요.”
“그건 아니죠.”
병태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저었다. 뭐가 더 옳은 건지. 뭐가 더 나은 상황인지 몰랐지만 적어도 지금 당장 이 섬에서 떠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그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거 우리 모두가 죽을 수 있다는 이야기잖아요. 나는 그런 낮은 확률에 나를 걸지 않을 겁니다.”
“이 섬까지는 왔잖아요.”
“그건 선택권이 없었죠!”
병태가 고함을 지르면서 말하자 침묵이 흘렀다. 병태는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클면서 고개를 저었다.
“이건 아니에요. 정말로 이건 아니라고요. 너무나도 위험한 일들이 이어지는 거고. 이러면 안 되는 거라고요.”
“그래요.”
지아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거였다. 이건 너무나도 위험한 일이ᄋᅠᆻ고 다시 생각을 해야 하는 거였다.
“그럼 병태 씨는 가지 마요.”
“강지아 씨.”
지웅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가기 싫으면 남아요.”
“뭐라고요?”
병태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무조건 가야 하는 이유를 말하던 사람이 전혀 달라졌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나는 오늘 밤에 이 섬을 나가지 않으면 우리에게 기회가 없다고 믿어요. 다음이라는 건 없어요.”
“다음 달이 되면.”
“아니요.”
지아는 힘울 주어 고개를 저었다. 그런 식으로 기다려서 자신들을 보러 올 사람들이라면 진작 왔을 거였다.
“아무도 오지 않았어요. 그 누구도 우리를 구하러 오지 않았다고요. 최병태 씨만 지금 다른 섬에 있는 거 아니죠? 다른 상황을 보면서 이 상황에 대해서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건 아니죠?”
“그건.”
병태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 역시 지금 이 상황을 같이 보고 있었다. 다른 답은 나오지 않았다.
“나는 가기 위해서 준비했어요. 그리고 무조건 이 섬에서 나가야 한다고 믿어요. 그게 답이에요.”
“배가 하나잖아요.”
“그럼 언젠가는 나갈 건가요?”
“그게. 그러니까.”
병태는 할 말을 잃었다. 과연 자신이 언젠가 나가게 될까? 그게 언제가 되면 자신은 나갈 수 있을까? 아닐 거였다. 자신은 이 섬에 있을 거였다. 이섬에서 절대로 떠나지 않고 남을 거였다.
“아니잖아요.”
“그러네요.”
“그러니까요.”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병태 씨는 남아요.”
“강지아 씨 그만 둬요.”
지웅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아의 지금 상황이 이해가 가지만 그래도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모든 사람이 같이 움직여야만 하는 거였다.
“그랬다가는 우리에게 그 어떤 기회도 남지 않을 거라는 사실. 강지아 씨도 이미 알고 있잖아요.”
“어쩔 수 없죠.”
지아는 그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고 남을 수 없어요.”
“하지만.”
“나는 갈 거예요.”
지아는 힘을 주어 말했다. 이런 지아의 말에 모두 긴장된 표정을 지었고 사람들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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