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장. 신경 쓰이는 소녀
“아들 이거 왜 계속 가지고 오는 거야? 사장님에게 말을 하던가 아들이 먹고 오면 될 거 같은데.”
“아니야. 나 먹으라고 따로 주시는 거고. 저녁은 거기에서 먹고 와요. 매일 다른 거 주잖아.”
“그렇긴 하네.”
엄마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다 너 먹어보라고 하는 거 아니야?”
“그렇죠.”
“그런데 안 먹어도 돼?”
“저녁으로 먹는다니까요?”
원희는 대충 머리를 수건으로 닦으며 씩 웃었다.
“혹시라도.”
“아니에요.”
엄마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자 원희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엄마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할 줄 알고 아니래?”
“동정이나 그런 거 아니라고. 나 말고 다른 사람도 일을 하는데 거기에도 그렇게 싸주세요.”
“그래?”
엄마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들 혹시라도 힘이 들면 말을 해. 아니 힘이 들겠지. 그러니까 이런 일은 하지 않아도 돼. 우리 집이 이전처럼 풍족하지는 않아도 아들이 이렇게 아르바이트를 해야 할 정도는 아니니까.”
“아니요.”
원희는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를 가지고 힘들다고 말을 할 이유는 하나 없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에요.”
“그래도. 이제 고 3인데.”
“공부도 잘 하고 있어.”
“그럼. 엄마가 알지.”
원희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 들어갈게요.”
“그래.”
원희가 방으로 들어가고 엄마는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쟤가 왜 저럴까?”
엄마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너 왜 그렇게 오버야?”
“뭐가?”
“윤아정.”
“몰라.”
지수의 지적에 아정은 볼을 부풀리며 고개를 저었다. 자신도 왜 이렇게 행동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꾸만 전학생이 있다고 하면 그렇게 행동을 하게 되는 걸 어떻게 해? 신경이 쓰이는 거고 말이야.”
“아무리 좋아도 이건 아니지. 너 지금 그거 단순히 호기심이야. 그냥 전학생이 궁금해서 그러는 거라고.”
“그럴 수도.”
아정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좋아한다고 말을 하기에 다소 애매한 감정인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너는 왜 그래?”
“뭐가?”
“이상하게 원희 싫어하더라.”
“원희?”
지수는 어이가 없다는 듯 미간을 모았다.
“너 그거 뭐야?”
“뭐가?”
“아니 전학생을 왜 이름으로 그냥 불러. 그거 이상한 거잖아. 너 우리 반 애들도 그렇게 안 부르면서.”
“내가 그랬나?”
아정이 노래라도 하는 것처럼 대답하자 지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정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너 왜 그래?”
“너 이상해서 그래. 너 걱정이 되어서 그렇다고. 윤아정 너 지금 되게 이상하게 구는 거야. 다른 애들이 너를 어떻게 생각할 거 같아? 너 지금 되게 오버하는 거야. 윤아정. 너 지금 되게 애매하게 행동을 하는 거라고.”
“너 전학생 좋아해?”
“뭐?”
지수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자 아정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지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네가 지금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나도 공부는 더 잘 되니까. 오히려 선생들이 감시를 안 하니까 좋아.”
“너 그 말 다시 해.”
“뭐?”
“선생.”
“왜?”
“녹음하게.”
“미쳤어.”
지수가 미간을 찌푸리자 아정은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정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야자도 안 하고.”
“그거 들었어?”
“들었어.”
서정의 말에 아정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정이 화를 내지 않자 서정은 미간을 모았다.
“뭐야?”
“뭐가?”
“다른 날이면 무슨 사찰이니 뭐니. 그런 말을 할 거면서 말이야. 오늘은 아무 말도 안 하니까.”
“내가 그런 말을 한다고 오빠가 담임한테 안 물을 거야?”
“아니.”
문에 기대 대답하는 서정을 보며 아정은 미간을 모았다.
“그러니까.”
“그래서 아무 말도 안 한다.”
서정은 입술을 쭉 내밀었다.
“이상해.”
“엄마는?”
“모르지.”
“그럼 됐어.”
서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입술을 쭉 내밀었다. 그리고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다가 지갑에서 돈을 꺼내 아정에게 건네싿.
“담임 선생님 힘들게 하지 말고.”
“여자가 싫다면 싫은 거야.”
“뭐가?”
“싫다는 거 아니야?”
아정의 말에 서정은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면서도 아정의 손에 돈을 꼭 쥐어주었다.
“그런 말 한 적 없어. 그리고 나도 그런 식으로 부담을 주고 싶지 않고 하여간. 어린 게 벌써부터.”
“오빠가 이 나이에는 더 했어.”
“알았습니다.”
서정은 다른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열공.”
“네. 네. 알았습니다요.”
아정은 문을 닫고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자신이 왜 이러는 건지 몰랐지만 그래도 좋았다.
“그래. 윤아정. 힘내자.”
뭐에 대한 건지 모르겠지만 그냥 이런 말을 하고 싶었다.
“이거 마셔.”
“뭐?”
아정이 갑자기 자리에 음료수를 두자 원희는 미간을 모았다.
“이거 뭔데?”
“관심의 표현.”
“뭐라고?”
“다 같이 마시자는 거야.”
아정은 씩 웃으면서 가방에서 음료수를 꺼내 지석에게도 하나 주고 자신도 빨대를 입에 물었다.
“이 정도 친구 사이에 간단한 거 아니야? 네 덕분에 사장님에게 맛있는 것도 얻어먹은 거고.”
“이런 거 나에게 할 이유 전혀 없다고 생각을 하는데? 정말로 사장님에게 고마운 거면 사장님에게 말해.”
“하여간 눈치는 더럽게 없어요.”
“뭐라고?”
“됐다.”
원희가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자 아정은 씩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원희는 한숨을 토해내며 멀어지는 아정을 응시했다.
“도대체 왜 저러는 거야?”
“너 좋아하는 거 아니야?”
“설마.”
“설마라니.”
지석은 미간을 모은 채 고개를 저었다.
“윤아정 저런 거 처음이야.”
“그래도 하나 안 반가워.”
원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힘들지?”
“아니요.”
은선의 물음에 원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식으로 신경을 써주는 것도 불편했다.
“저 혼자서 잘 하고 있어요.”
“그래도.”
은선은 혀를 내밀고 어색하게 웃었다.
“일단 그 동안 우리 학교에서 나왔던 문제는 그게 전부야. 그게 너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어.”
“도움이 될 거예요.”
“그렇게 말해주면 고맙고. 혹시 다른 과목도 핖요한 거 있으면 말해. 다들 너를 도와주실 거야.”
“그럼.”
맞은 편 국어의 말에 원희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원희는 참고서들을 받아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이런 거 받아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어차피 올해 수능도 다 봤다.”
도덕은 입을 내밀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니 너 가져도 돼.”
“알겠습니다.”
은선은 원희의 눈을 보고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하여간 거지 새끼.”
원희가 복도로 나오는 순간 빈정거림이 시작됐다.
“그런 것까지 다 받는 거야? 하여간 이래서 없는 애들을 학교에서 받으면 안 되는 거라니까.”
“저거 김영란 아니냐?”
“그러니까.”
원희는 미간을 모았다. 도대체 왜 자신에게 이러는 건지 모르겠지만 담임에게 이러는 것까지는 싫었다.
“왜들 이러는 거야.”
아정이 앞에 다가오자 두 사람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너네 정말 유치한 거 알아?”
“윤아정. 너 담임이 너 예뻐한다고 지금 이러는 거냐?”
“고 3이야.”
“그런데?”
“그거 유치해.”
아정의 말과 동시에 복도에 아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원희와 아정을 노려보며 고개를 저었다.
“윤아정. 전학생을 데리고 도대체 뭘 하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거 잘못된 걸 수도 있어.”
“그래. 고마워.”
아정은 싱긋 웃으며 손을 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원희를 보며 미간을 모았다.
“너 뭐야?”
“어?”
“바보처럼.”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그런 말을 듣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니. 적어도 뭐라고 한 마디는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런가.”
“하여간.”
원희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고마워.”
원희에게 처음으로 이런 말을 들은 아정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원희도 자신도 모르게 건넨 말에 다소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다물었다. 아정은 아랫입술을 물고 싱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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