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장. 고 3 4총사
“윤아정. 너 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
“뭐가?”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 줄 몰라?”
지수의 말에 아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지수는 허리에 손을 얹고 한숨을 토해냈다.
“윤아정. 너 때문에 지금 나까지 도대체 뭐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 지금 공부를 해야 하는 건데.”
“그러면 하면 되는 거잖아.”
“너를 두고?”
“왜?”
“아니. 어머니는 뭐라고 하실 거 같은데?”
“우리 엄마?”
아정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더니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지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윤아정. 너 정신 차려. 지금 저렇게 새로운 거 생겼다고 그렇게 혹하면 안 되는 거야.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
“알아.”
아정은 힘없이 대답하며 씩 웃었다.
“그냥 이상해.”
“너 정말 이상해.”
“그렇지?”
“윤아정.”
“알아. 나도 내가 이상한 거.”
아정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지석과 편의점에서 대화를 나누는 원희를 보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이상한 거 아는데 너무 이상하다는 거 알고 있는데. 좋은 거 있지? 나도 내가 되게 이상하다.”
“윤아정. 너 지금 정말 이상해. 너 처음에 전학생하고 원수 아니었어? 네 말 다 무시한다고 싫어했잖아.”
“그렇지.”
“그런데 지금은 좋다고?”
“어.”
아정은 혀를 내밀고 해맑게 웃었다.
“나도 내가 이상해.”
“너 미친 거야.”
“그러게.”
“열 안 나니?”
지수는 아정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아정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흔들고 지수의 손을 밀어냈다.
“뭐 하는 거야?”
“너 지금 이상해서 그래. 너 지금 치료를 받아야 하는 거 같아서 그렇다고. 아무리 그래도 전학생이 말이 되니?”
“안 될 건 뭐야?”
“뭐라고?”
지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신이 아는 아정과 원희는 절대로 말도 안 되는 사이였다.
“너 도대체 전학생의 뭘 안다고 좋아한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너 전학생 알아?”
“그러는 너는 알아?”
“뭐?”
“너는 알고 안 된다는 거야?”
“아니.”
지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아정이 이렇게 물으면 자신도 뭐라고 다른 대답을 할 수 없을 거였다.
“나도 잘 모르지. 나도 잘 모르는데. 그러니까 잘 모르기는 하는데. 그래도 이건 아니라는 거지.”
“뭐가 아닌 건데? 지수 너나 나나 전학생에 대해서 잘 모르는 건 마찬가지잖아. 그리고 그저 전학생의 모습만 보는 거고. 그거 보고 너는 나랑 전학생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는 거잖아.”
“그건 그렇지만.”
지수는 고개를 숙였다. 아정은 미소를 지은 채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엷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냥 밝다?”
“전학생이?”
“응.”
지수는 원희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그렇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기에 지금 아정의 말이 공감이 가지 않았다.
“어딘지 모르게 비밀이 되게 많은 소년인 것처럼 보이기는 하는데 네 말처럼 보이지는 않는 걸?”
“그래?”
“응. 나는 아니야.”
“그렇구나.”
지수는 입술을 꾹 다물고 아정을 응시했다. 아정은 그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저을 따름이었다.
“그만 하자.”
“너 아르바이트부터 그만 두자.”
“왜?”
“왜라니?”
아정의 반응에 지수는 미간을 모았다. 지금 이 와중에 아르바이트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너 지금 그거 미친 거야. 너 이제 수시도 준비해야 하는 거잖아. 그런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그게 될 거라고 생각을 해? 아니, 애초에 그걸 왜 하려고 하는 건데? 너 집에서 부족한 거 하나 없잖아. 그런 네가 뭐가 아쉬워서 그런 거를 해. 그런 건 전학생 같은 애들이나 하는 거야.”
“나도 부족해.”
“뭐가?”
“다.”
아정은 혀로 입술을 축인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수 네가 나랑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기 싫다는 건 알겠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학생까지 넘기지 말아줘.”
“윤아정. 너 정말.”
“부탁이야.”
아정의 단호한 말에 지수는 침을 꿀꺽 삼킨 후 머리를 뒤로 넘겼다. 도대체 아정이 왜 이러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너는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가 가니? 나는 지금 윤아정 네가 하는 말이 하나도 이해가 안 가. 네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어. 네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
“나도 모르겠어.”
아정은 어색하게 웃었다.
“나도 아무 것도 모르겠어.”
“윤아정이 너 좋아하는 거 같지?”
“뭐?”
지석의 말에 원희는 미간을 모은 채 고개를 저었다.
“친구. 너 정말 사랑이 필요한 모양이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것을 보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아니.”
원희가 이렇게 반응하자 지석은 오히려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아정이 저러는 것은 처음 봤다.
“나 윤아정이랑 초등학교부터 동창이야. 계속 같이 다녔다고. 하지만 쟤가 저러는 거 지금 처음이야.”
“뭐. 그냥 나처럼 이상한 애가 와서 그렇겠지.”
“네가 뭐가 이상해?”
“그럼 안 이상해?”
원희는 힘없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너희가 살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잖아. 계속 운동만 하겠다고 하다가 이러는 것도 이상하고.”
“하지만.”
“됐어.”
지석이 뭔가 위로가 되려고 하는 말을 하려고 하자 원희는 지석의 어깨를 두드리며 해맑게 웃었다.
“너에게 뭐라고 하는 거 아니야. 그냥 우리 상황이 다르다. 그런 것에 대해서 말을 하려고 하는 거지. 네가 굳이 같다고 해주지 않아도 괜찮아. 나도 다르다는 거 알고 있고. 달라도 괜찮아.”
“그래도 네가 그렇게 말을 하면 내가 마음이 불편하지. 나는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는 건데.”
“그래도 네가 그래주니 고맙다.”
원희는 심호흡을 한 후 고개를 저었다.
“그럼 내 부탁 좀 들어줘.”
“어?”
지석은 긴장된 표정으로 원희를 응시했다.
“그래서 오늘도 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겠다는 거야?”
“응.”
아정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나보고 더 이상 아르바이트를 하지 말라고 했잖아. 우리 손님으로 있는 건 괜찮은 거 같은데?”
“아니.”
원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왜 자신이 일하는 곳에서 이러는 것인지.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여기는 엄연히 영업을 하는 곳이고. 너희가 테이블을 차지하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사장님 안 돼요?”
“왜 안 돼?”
아정의 말이 끝이 나기가 무섭게 선재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테이블 꽉 차는 경우도 없어. 그리고 너희 그냥 앉는 거 아니잖아. 뭐 시킬 거잖아. 아니야?”
“그럼요.”
선재의 말이 끝이 나기가 무섭게 아정은 눈을 반짝이며 메뉴판을 펼쳤다.
“여기는 뭐가 맛있냐면 말이야.”
“그 학생이 너 좋아하는 모양이다.”
“아니요.”
선재는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서 뒤로 온 원희의 곁으로 와서 말을 붙였다. 하지만 원희는 미간을 모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냥 저를 귀찮게 하려는 거예요. 저 같은 애를 본 적이 없는 거니까. 쟤 되게 잘 사는 애에요. 저런 애에게 저 같은 애가 얼마나 궁금하고 신기하겠어요. 그래서 그러는 거니까 이상한 생각은 하지 마세요.”
“아닐 걸.”
“맞아요.”
원희의 단호한 대답에 선재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원희가 굳이 이러는데 다른 말을 할 것도 없었다.
“그래서 쟤들이 오는 게 싫어?”
“아무래도 그렇죠.”
원희의 대답에 선재는 턱을 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부터 여기에 와서 공부를 하는 건 좀 그럴 거 같아. 아무래도 우리는 이제 술도 파는 매장이니까.”
“그래요?”
아정은 뭐라고 말을 더 할 거 같았지만 원희의 눈치를 보더니 입을 다물었다. 선재는 미소를 지으며 음식 가방을 하나씩 내밀었다.
“오늘 와주서 고마워.”
“에이.”
“그래도.”
“그럼 감사히 먹을게요.”
아정이 먼저 나서서 음식들을 받았다. 지수는 그런 아정을 보며 가볍게 옆구리를 쳤지만 아정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제 우리 같이 다니면 되는 거네.”
“사장님 말 안 들었어?”
아정의 말에 원희는 곧바로 미간을 모았다.
“다시는 여기 오지 말라는 이야기를 그렇게 하신 거 같은데 네가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바로 옆에 카페에 가면 되는 거잖아.”
“뭐라고?”
“안 그래?”
아정은 씩 웃으면서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사장님이 연남동 전체 땅을 다 가지고 계시는 것도 아니잖아. 안 그래? 그리고 나는 밖에서 공부를 하니까 더 잘 되더라고. 네가 뭐라고 하건 나는 그냥 같이 공부를 하는 게 좋은 거 같은데?”
“그건 나도 공감.”
지석도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이상하게 밖에서 공부가 더 잘 되더라.”
“그게 백색소음이라는 건데.”
지수는 자신도 모르게 설명을 하려다가 입을 막았다. 아정은 밝게 웃으면서 그런 지수를 꼭 안았다.
“내가 이래서 이지수를 사랑해.”
“저리 가.”
“왜?”
원희는 그들을 보며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정말.”
“공부 정도는 괜찮잖아.”
지석까지 쐐기를 박으니 원희가 더 할 말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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