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장. 소녀의 첫사랑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는 알겠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는 나도 더 도와줄 게 없을 거 같은데.”
“그래?”
아정의 말에 서정이 미간을 가늘게 모았다. 공부를 도와줄 사람을 구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았다.
“그런데 너 필요한 거면 과외를 엄마에게 부탁하지.”
“나 말고.”
“아.”
“됐어.”
서정이 뭐든 알겠다는 듯 대답하자 아정은 미간을 모았다.
“그래서 오빠에게 말을 하기 싫었던 거야.”
“그래도 말을 한 거잖아. 아니야?”
서정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정은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쭉 내밀고 한숨을 토해냈다.
“뭐 하자는 거야?”
“뭐가?”
“오빠. 정말.”
“도와줄게.”
“없다며?”
“누구든 없겠어.”
서정은 어깨를 으쓱하고 씩 웃었다.
“너는 네 오빠를 되게 무시하는 거 같은데 말이야. 생각보다 내가 여기저기 인맥이 좋거든. 나만 믿어.”
“퍽이나.”
“아무튼.”
아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면서도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편이라는 건 고마웠다.
“고마워.”
“고맙긴.”
서정은 문을 닫고 아정의 방을 나갔다.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침대에 앉아 한숨을 토해냈다.
“자 너희들도 아는 것처럼 이번 중간고사 정말 중요한 거야. 고등학교 3학년은 시험이 세 번이니까 더 중요한 거 알지. 모두 잘 할 거라고 믿고. 다음 주 준비 전에 오늘부터 선생님들 정말 잘 정리할 거라는 거 알지? 오늘부터만 잘 들어도 되는 거니까. 졸지 말고. 그럼 오늘도 힘차게.”
은선이 이 말을 남기고 나가자 다들 책을 펼치는 분위기였다. 원희도 은선이 준 참고서를 펼쳤다.
“거지새끼.”
낮은 목소리. 원희는 고개를 들었다.
“또 너야?”
“뭐?”
“유치해.”
원희의 말에 남자 아이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원희는 녀석의 명찰을 봤다. 구지웅.
“그만 했으면 좋겠는데.”
“얘 지금 뭐라는 거냐?”
윤성호. 원희는 고개를 숙였다.
“이 새끼가.”
“시끄러워.”
아정이 목소리를 높이자 두 사람은 그리를 쳐다보더니 싸늘하게 웃었다.
“윤아정 너 뭐야?”
“뭐가?”
“아니. 도대체 왜 이렇게 전학생 편을 드는 거야? 전학생 가난하다고 무시하던 건 바로 너 아니었어?”
“내가 언제?”
“아니라고?”
“아니야.”
아정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원희는 한숨을 토해내며 미간을 모았다. 도대체 왜 이렇게 구는 건지.
“그런데 나는 왜 네가 그런 거 같지? 복도에서 네가 그 말을 다 한 거 여기에서 다 알고 있을 거 같은데?”
“그건.”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원희가 입을 열자 지웅은 미간을 모았다.
“뭐라고?”
“그거 너희랑은 아무 상관이 없는 일 같은데? 윤아정이랑 나. 그것에 대해서 이제 더 이상 감정에 영향이 없는데 너희가 나서는 게 되게 이상한 거 같아서. 괜히 다 지난 일을 가지고 이러는 거 이상하잖아.”
“뭐라는 거야?”
“그만 두라잖아.”
지수까지 나서서 말하자 지웅은 손을 들고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원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다들 자신에게 왜 이러는 건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지석이 손을 잡았다.
“가지 마.”
“하지만.”
“괜찮을 거야.”
원희는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지석을 향해 한 번 미소를 지어보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여간 유치한 새끼들. 다른 애들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면서. 원희 너는 만만해서 그런다니까.”
아정이 괜히 더 흥분해서 말하자 원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 이내 미소를 지었다.
“윤아정. 너 내 일에 끼지 마.”
“뭐?”
“너 때문에 그런 거잖아.”
“아니.”
“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아정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당황하는 사이 지수가 먼저 나섰다.
“구지웅이랑 윤성호. 그 망할 새끼들이 너한테 뭐라고 하니까 아정이가 대신 나서준 거잖아. 그런데 네가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되는 거지. 아정이가 괜히 나선 것도 아니고 너 때문이잖아.”
“애초에 이렇게 된 거 윤아정 탓이야.”
원희의 간단한 대답에 아정은 주먹을 쥐었다. 사실이었다. 자신이 나서서 모든 것이 시작이 된 거니까.
“그러게.”
“윤아정. 뭐가 그러게야?”
“사실이잖아.”
지수가 뭐라고 하지만 아정은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저었다. 모든 게 다 자신으로 시작이 된 거였다.
“내가 괜히 오지랖을 부리다가 이렇게 된 거고. 교복도 너에게 주면 안 되었던 건데 말이야.”
“그게 그거야?”
“어?”
“미쳤어.”
지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런 거면 바로 말을 하면 되는 거잖아. 그거 교복 내가 다시 가지고 오면 되는 건데. 왜 말을 안 했어?”
“어떻게 그걸 너에게 다시 달라고 그러냐? 네가 오빠 얼마나 좋아하는지 내가 다 알고 있는데.”
“아니. 아무리 그래도.”
“나도 이미 교복을 얻었어.”
두 사람의 대화가 길어지려고 하자 원희가 대신 대답했다.
“그러니까 그만 두고.”
“그래도.”
지수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괜히 나 때문에 그게 더 커진 거잖아. 네가 그렇게 아무 부탁도 없이 서정 오빠 교복을 판다고 했을 때 내가 의심을 했어야 하는 건데. 그거 의심하지 않은 내가 다 잘못을 한 거네. 내 잘못이야.”
“팔았어?”
“아니.”
원희가 이상한 부분을 지적하자 아정은 어색하게 웃었다.
“우리 오빠가 배우거든.”
“배우?”
“유명하지는 않아.”
원희가 관심을 가질까 아정은 재빨리 덧붙였다.
“유명해.”
“이지수.”
“유명하잖아.”
지수는 자신의 오빠라도 되는 것처럼 밝은 표정을 지었다.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상도 받았어. 서울 독립 영화제에 초청을 받은 영화도 나왔고.”
“대단한 사람인가 보네.”
“그럼.”
“네가 우리 오빠 동생 같다.”
“그러게.”
지수는 혀를 내밀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러다 이내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원희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원희. 미안해.”
“네가 왜?”
“그래도 나도 관여가 된 거니까.”
“뭐.”
원희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그 손을 잡았다.
“나도 미안해.”
“그리고 그렇게 좀 웃어.”
“어?”
손을 거두며 지수는 볼멘소리로 말했다.
“아니. 너 보면 매일 화가 난 사람 같아. 그렇게 웃을 수도 있는 사람이 왜 그렇게 매일 인상만 쓰고 있어?”
“그게 아니라.”
원희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원희 좀 그만 몰아세워라.”
지석이 나서자 지수는 입을 쭉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지석을 보고 팔짱을 끼고 고개를 기울여 쳐다봤다.
“너는 뭐야?”
“뭐가?”
“아니. 이 일에 전혀 관련도 없는데. 자꾸만 우리랑 같이 있으려고 하는 거지. 너 되게 이상한 거 알아?”
“원희 친구니까 그러지.”
“친구?”
지수는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뭐가?”
“무슨 매니저라도 되는 것처럼.”
“됐어.”
아정은 지수의 옷소매를 끌며 고개를 흔들었다.
“우리도 둘이면 여기도 둘이어야 하는 거지. 그리고 우리가 뭐 원희 협박하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그래도.”
지수는 입을 쭉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늘 우리 이야기 다 듣고 있는 거 같아서 은근히 불쾌하단 말이야.”
“뭐?”
그때 종이 울 리가 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 아니면 말고.”
지수가 손을 들고 먼저 가자 아정도 손을 흔들고 멀어졌다. 원희도 엉덩이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지석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좋아하는 여자 바꾸는 거 어때?”
“고민 중이다. 심각하게.”
지석의 말에 원희는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고개를 저었다.
“어려운 건 없고?”
“네. 없습니다.”
은선의 걱정이 불편하기는 했지만 그저 이 자체를 즐기기로 했다. 싫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었으니까.
“혹시라도 어려운 일이 있으면.”
“말씀드릴게요.”
“그래. 그럼 잘 가.”
“네. 들어가 보겠습니다.”
원희가 가는 모습을 보며 은선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기다렸습니다.”
“결국 같이 가게?”
“그럼.”
원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지석과 아정, 그리고 뾰루퉁한 지수까지. 원희는 머리를 긁적였다.
“왜들 이러는 거야?”
“그게 공부가 잘 되니까.”
“뭐. 나도.”
“나는 아정이가 있으니까.”
원희는 어이가 없다는 듯 미간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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