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현재진행형[완]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17장. 소년의 봄]

권정선재 2017. 11. 22. 00:20

17. 소년의 봄

가게에 있어도 되는 건데.”

아니요.”

선재의 말이 끝이 나기가 무섭게 원희는 미간을 모았다.

여기 장사하는 곳이잖아요. 이런 곳에서 얘네들이 사장님에게 피해를 끼치는 거 저는 원하지 않아요.”

아니.”

원희가 너무 단호하게 말하자 선재는 어색하게 웃었다.

딱히 그렇지도 않아.”

아니에요.”

아정은 미소를 지으며 손사래를 쳤다.

지금 배가 고파서 먹으려고 온 거고. 근처 카페에 가서 하는 게 더 나아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 보기도 그렇고.”

그래?”

선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미소를 지었다. 원희는 손님이 오자 곧바로 일을 하러 갔다. 아정의 시선이 그리 가는 걸 보고 선재는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리다가 아정이 자신을 보자 고개를 저었다.

 

윤아정. 걔가 너 좋아하지?”

?”

원희가 놀라자 선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도 알고 있구나?”

그게.”

원희의 어색한 미소에 선재는 쿡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하여간.”

선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그냥 고맙게 생각해.”

?”

네가 아정이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말이야. 누군가가 너를 좋아해준다는 거. 그거 정말 고마운 일이거든.”

알고 있어요.”

원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그리고 의미가 있는 일인지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상대가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는데 그렇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다는 거 쉬운 일 아니니까요.”

너 짝사랑 좀 해본 모양이야.”

그래요?”

원희의 미소에 선재는 가볍게 어깨를 두드렸다.

오늘 일찍 가도 좋아.”

아니요.”

선재의 배려에 원희는 고개를 저었다. 안 그래도 이미 선재에게 충분히 많은 배려를 받는 중이었다.

제가 해야 하는 일은 당연히 해야 하는 거죠. 괜히 사장님에게 피해를 끼치면서까지 그러고 싶지 않아요.”

어차피 손님도 없어.”

선재는 기지개를 켜며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했다.

이번에 지점 3번째 오픈한 거 알지?”

. 말씀하셨어요.”

그쪽이 더 잘 되더라.”

선재는 이리저리 목을 풀고 입술을 내밀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접을까?”

?”

너는 데리고 갈 거야.”

원희가 놀라자 선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여기 임대료가 너무 비싸니까. 원래 홍대에 있다가 임대료 올라서 여기로 쫓겨난 거거든.”

. 젠트리피케이션.”

. 3 역시 똑똑해.”

선재가 머리를 쓰다듬자 원희는 싫은 척 밀어내면서도 밝게 웃었다. 선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더 열심히 해야지.”

저도 돕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너 앉아서 공부해.”

?”

어차피 비는 시간이니까. 나도 노트북 좀 보게.”

알겠습니다.”

원희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손님도 없던데 일찍 보내주면 안 되는 건가.”

그러니 미안하지.”

원희의 말에 지석은 입을 꾹 다물었다.

손님도 없는데 사장님이 좋은 분이라서 꺾기도 안 하시는 거니까.”

꺾기?”

. 몰라?”

원희는 뭔지 모를 위화감이 들었다. 세 사람 모두 지금 원희의 말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아르바이트를 할 때 손님이 너무 적으면 그냥 가라고 하거든. 그런 일들이 가끔 있어.”

말도 안 되잖아.”

아정이 흥분하자 원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그런 일이 정말로 있다고?”

지수까지 진지하게 반문하자 원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원희의 말에 모두 당황한 모양이었다.

 

전학생 많이 고생한 모양이다.”

?”

지수의 말에 아정은 고개를 돌렸다.

아니.”

지수는 얼굴을 붉혔다.

그냥 잘 안 웃고. 되게 무뚝뚝한 애라고만 생각을 했거든. 그런데 지금 보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거 같아.”

그러게.”

아정도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그 상황이라도 전혀 다르지 않을 거였다.

나는 전학생이 조금 더 나에게 다가와주지 않는 것을 화를 내려고 했는데 그러면 안 되는 거더라고.”

아니 그 상황에서 어떻게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지낼 수가 있는 거지? 너무 이상한 일이잖아.”

그러게.”

지수는 한숨을 토해냈다.

싫어.”

뭐가?”

못 미워해서.”

아정은 가만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 미워하는 거만 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좋아해주면 안 되는 건가? 전학생 되게 고생을 한 거 같은데?”

너 너무 과해.”

그래?”

아정은 혀를 내밀고 씩 웃었다.

그렇구나.”

윤아정.”

?”

아니다.”

지수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정은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갸웃했지만 지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내일 보자.”

그래. 들어가.”

. 안녕!”

지수가 버스에 오르고 아정은 밝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조금이라도 지수가 원희를 덜 싫어하게 된 거. 일단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은 이걸로 충분한 거였다.

 

그럼 들어가.”

미안해.”

?”

지석의 사과에 원희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뭐가?”

아니.”

지석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냥 네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거. 그냥 돈 때문에. 그렇게 하는 거라고 생각을 했거든. 그런데 너 생각보다 더 열심히 사는 그런 거였더라. 네가 불편하면 애들 설득해서 자습하도록 할게.”

아니야.”

원희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이건 누군가의 사과를 들을 일이 아니었다. 더더군다나 친구라면 아니었다.

나는 네가 고마운데.”

?”

그런 말을 해도 나를 안 밀어내고.”

나는 안 그래?”

다들 그럴 거 같았거든.”

원희의 대답에 지석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새끼들 내가 다 조져야지.”

너 그런 말도 할 줄 알아?”

그럼.”

지석의 대답에 원희는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원희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뭐가 고마워?”

내 친구를 해줘서.”

아니야.”

원희의 인사에 지석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손을 흔들고 전철에 올랐다. 원희는 지석을 배웅하고 반대쪽으로 향헀다.

친구.”

괜히 기분이 좋은 말이었다.

신기하네.”

절대로 친구가 생길 수 없다고 생각한 곳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친구들이 생기는 게 너무 신기했다.

 

이게 다 뭐예요?”

부업이라도 하려고.”

엄마가요?”

?”

원희의 반응에 엄마는 샐쭉한 표정을 지었다.

엄마는 뭐 이런 거 하나 못할 사람으로 보이니? 엄마도 이런 거 정도는 다 할 수 있는 사람이야.”

엄마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이거 엄마 고생하는 거잖아.”

아니야.”

엄마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가서 하는 일을 하고 싶은데 그런 건 아직.”

알았어요.”

그럼 씻어.”

.”

원희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욕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거울을 보며 한숨을 토해냈다. 자신이 더 노력해야 하는 거였다.

 

방에서 주무시지.”

? 잤네.”

공부를 하다 거실에 나오니 엄마는 그대로 엎드려 자는 중이었다.

그럼 아들 잘 자.”

. 주무세요.”

원희는 엄마의 등을 보며 한숨을 토해냈다.

 

안녕. 원희야.”

아정이 아침에 자신에게 인사하는 순간 원희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어색하게 손을 들었다.

어 안녕.”

지금 인사 받은 거지?”

?”

대박.”

아정의 얼굴에 눈에 띄게 환해졌다.

너 내 인사 한 번도 받아준 적이 없거든. 이원희. 너 이제 내 인사를 받아줄 마음이 생긴 모양이야.”

친구니까.”

그래.”

아정은 밝게 웃으며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그걸로 인정.”

아니.”

지수야!”

원희가 무슨 말을 더 하기도 전에 아정은 지수에게 향했다. 원희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제멋대로라니까.”

자신도 모르게 묘한 심장의 두근거림을 느낀 원희의 얼굴이 굳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자신과 아정은 안 되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