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현재진행형[완]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19장. 철이 든 소년]

권정선재 2017. 11. 24. 20:42

19. 철이 든 소년

알바지라니.”

원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나를 뭐로 보고.”

원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아정이 나쁜 의도로 한 말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알바비를 대신 주다니.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뭐 해?”

아니요.”

선재는 한숨을 토해내며 머리를 긁적였다.

알바생. 내가 너한테 지금 뭐라고 했어?”

?”

뭐 하고 있느냐고.”

아니.”

그런데 왜 사과를 해.”

선재는 원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저었다. 원희는 그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 것도 아니에요.”

고민이 있구나.”

아니요.”

거짓말 되게 못 해.”

선재의 말에 원희는 혀를 내밀고 어색하게 웃었다.

그래요?”

. 보통 그래도 거짓말을 어느 정도는 할 텐데 말이야. 너를 보면 나 지금 거짓말 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있어.”

그렇구나.”

선재의 지적에 원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원희가 무슨 말을 걸까 했는데 다행히 손님이 왔다.

어서오세요.”

하여간.”

선재는 한숨을 토해내며 볼을 부풀렸다.

 

그럼 사과를 해야 하는 건가?”

사과는 무슨.”

지수는 연필로 가볍게 아정의 머리를 때렸다.

그거 이야기하면 전학생에게 다시 그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건데. 그거 전학생이 좋아할 거 같아?”

그런가?”

당연하지.”

아정은 볼을 잔뜩 부풀렸다.

그러면 어떻게 해? 내가 원희에게 실수한 것은 사실이고. 그리고 원희에게 사과를 하고 싶은 건데.”

그러니까 그런 말을 왜 해?”

그거야.”

안다. 알아.”

아정이 변명을 하려고 하자 지수는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윤아정. 그래서 애들이 너 싫어한 거야. 아무런 악의도 없이 그런 식으로 사람들을 무시한 거라서.”

?”

지수의 지적에 아정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게 무슨?”

너는 되게 간단하게 말하잖아.”

내가?”

아정은 스스로를 가리키면서도 당황스러웠다. 자신이 타인에게 그렇게 미움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아니 그거야.”

너 되게 생각없이 말을 할 때가 있어. 상대의 기분 같은 것을 전혀 모른 채 말이야. 그러면 상대는 당황스러워. 얘가 나를 도대체 뭐로 보고 이런 말을 하는 거지? 이런 생각이 들게 된다니까.”

내가 그렇구나.”

아정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말도 안 되는 말이었지만 그게 사실일 거였다.

그런데 그 동안 왜 말을 안 했어?”

어떻게 해?”

?”

상대를 아프게 하는 말인데.”

해야지. 그러니까.”

아정은 지수의 손을 꼭 잡고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내가 다른 아이들에게 미움을 받지 않게 해줬어야지. 너는 내 친구니까. 너는 그래야 하는 거지.”

우리반 애들이 모를 거 같아? 다 알아. 다 아는데. 그래도 그게 서운해서. 그래서 그러는 거야.”

아는데 서운하구나.”

당연하지.”

지수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아정의 눈을 바라보고 가만히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아정은 짧은 한숨을 토해냈다. 자신이 그 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머리가 복잡했다.

윤아정 인생 되게 잘못 산 거 같아. 그렇게 긴 인생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으면서 산 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왕따는 아니잖아.”

비슷하지 않나?”

아니.”

지수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아정은 그런 지수의 말에 겨우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이고 씩 웃었다.

그래도 네가 그렇게 말을 해주니까 고맙네.”

고맙긴. 아무튼 전학생 일은 천천히 생각을 하자고.”

그래.”

아정은 밝게 웃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지금 고민한다고 달라질 건 없었다. 어쩌면 서정이 답을 알고 있을 수도 있었다.

 

무슨 고민이 있는 건지 정말 말을 안 할 거야?”

별 게 아니거든요.”

별 건데?”

선재의 장난스러운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원희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선재는 볼을 잔뜩 부풀렸다.

이거 서운해.”

?”

그래도 나는 너랑 꽤 친해졌다고 생각을 했거든. 좋은 형. 은 아니고 좋은 삼촌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맞아요.”

그런데 벽이 있잖아.”

선재가 자신과 사이에 손으로 벽을 만들어보이자 원희는 가만히 웃었다. 그리고 테이블에 살짝 기댄 채 고개를 숙였다.

그냥 제가 못나서 그래요.”

네가 왜 못나?”

다요.”

아니야.”

선재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이런 선재의 말에 위로가 되어서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사장님 이미 저에게 너무 잘 해주고 계세요. 그런데 제가 사장님에게 어리광을 부리면 안 되는 거잖아요.”

왜 안 돼?”

?”

너 아직 열아홉이야.”

그런데 왜요?”

아직 생일도 안 지나면 열일곱이야. 그런데 무슨 어리광을 부리면 안 돼.”

선재는 어이가 없다는 듯 미간을 모은 채 원희를 응시했다.

꼬맹이. 나는 네 사장이기도 하지만. 뭐 너에게 정말 좋은 삼촌이 될 수 있는 사람이거든. 나 그런 거 되게 좋아하는 사람이고. 네가 말을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는 거야.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숨길 이유는 없어. 나는 그런 거 싫어.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

그건.”

원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좋은 삼촌이라니. 선재는 원희의 어깨를 두드리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너에게 어떤 말을 강제로 끌어내려는 게 아니야. 그냥 고민이 있으면 그걸 그냥 말을 하라는 거야.”

그냥요?”

. 나라고 뭐든 다 해결을 해주지는 못 하지만.”

선재의 사람 조흔 미소에 뭐라도 말하고 싶었다. 원희는 심호흡을 한 번 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오빠는 사과를 어떻게 해?”

갑자기 무슨 사과?”

텔레비전을 보던 서정이 고개를 돌렸다.

그냥 묻는 말에 대답을 해.”

또 사고 쳤어?”

아니.”

아니긴.”

서정은 자세를 고치며 미간을 찌푸렸다.

하여간 윤아정. 학교 잘 다닌다 싶으면 그렇게 사고를 친다니까. 이번에는 또 무슨 짓을 저지른 건데?”

그냥 말실수?”

간단한 말실수인데 네가 그럴 리가 있어?”

그러게.”

서정의 지적에 아정은 혀를 내밀고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 심한 거.”

뭔데?”

우리 반에 돈이 없는 애가 있는데. 내가 과외비를 내준다고 했는데 안 한 대. 그래서 내가 왜 안 되느냐고 했더니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데. 그래서 내가 그 돈을 대신 주면 같이 공부할 거냐고 말을 했어.”

미친.”

서정은 텔레비전을 끄고 인상을 찌푸렸다.

너 그게 뭐야?”

아니.”

아정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나도 알아. 나도 내가 잘못한 거 알고 있어. 하지만 적어도 사람이 호의를 베풀면 좀 들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게 왜 호의야?”

?”

꼭 너랑 공부를 해야 해?”

아니.”

서정의 물음에 아정은 침을 꿀꺽 삼켰다. 반드시 자신과 같이 공부를 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그런 법은 없었으니까.

그런 게 아니라. 그냥 같이 있고 싶어서 그랬어.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없는가. 그게 걱정이 되어서.”

그런 거 네가 걱정할 것이 아니야.”

서정은 머리를 마구 헝클며 한숨을 토해냈다.

너 도대체 왜 그래?”

나도 그래서 고민이야.”

사과는?”

내일 해야지.”

그냥 해.”

?”

그냥 담백하게 해.”

서정의 말에 아정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게 되는 거야?”

그럼.”

아정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사과는 말이야. 그런 게 정답이야. 무조건 담백하게.”

땀백하게.”

아정은 서정의 말을 따라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정은 아정을 보며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걱정이다.”

내가 뭐?”

아니야.”

서정은 무슨 말을 더 하려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정은 그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방에 들어왔다. 서정은 그런 아정의 뒷모습을 보더니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전화기를 들었다.

 

좋은 의도로 한 말이겠지?”

그렇겠죠.”

선재는 원희의 어깨를 두드리며 미소를 지었다.

사과를 하면 받아줘.”

?”

일단은 그게 답이야.”

그런가요?”

원희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래도.”

너는 알잖아. 안 그래?”

알죠.”

아정이 나쁜 뜻으로 한 말이 아니라는 거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답답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선재의 미소를 보니 그러겠다는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선재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이고 원희의 어깨를 꼭 잡았다. 원희는 이를 드러내고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