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장. 청년의 사랑
“또 거실에서.”
“아. 미안.”
원희는 엄마의 사과에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엄마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여기에서 안 자려고 하는데 자꾸만 잠이 와.”
“부업 하지 마요.”
“그래도.”
“엄마.”
“알았어.”
원희가 다시 한 번 힘을 주어 말하자 엄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그만 하려고 했어. 이게 사람이 몸만 고되고 돈은 하나도 안 되네. 이럴 줄 몰랐네.”
“당연하죠. 하여간 엄마는.”
“미안해.”
“사과를 왜 해요.”
“그래도 우리 아들은 공부하고 아르바이트까지 하고 오는데 엄마가 이런 거 가지고 힘들어하니 그러지.”
“아니요.”
원희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럼 씻고 잘게요.”
“그래.”
엄마는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원희는 엄마가 안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한숨을 토해내고 방으로 향했다.
“사과.”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해야 하는 건데.”
무조건 해야 하는 거였다. 그리고 서정의 말처럼 담백하게 하는 거. 그게 중요한 거였다. 그런데 그게 어려웠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애초에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좋았겠지만 이미 해버린 후였다. 이제 와서 후회를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었다.
“윤아정. 정말.”
아정은 베개에 얼굴을 묻고 울상을 지었다.
“진짜 싫다.”
자신이 원희의 입장이라도 너무 싫을 거였다. 알바비를 대신 주다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지. 사과를 해야 했다. 무조건. 아정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담백한 사과.
“그래. 윤서정 말이 맞을 거야.”
가끔 마음에 들지 않는 호적 메이트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친구가 많은 편인지 인간 관계에 있어서는 합리적인 편이었다.
“오빠 말 들어야지.”
아정은 심호흡을 하고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들은 학원 안 다니고 싶어?”
“응?”
머리를 털던 원희가 고개를 들었다.
“무슨?”
“아니.”
엄마가 멋쩍은 표정으로 흰봉투를 내밀었다.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게 이게 전부야.”
“뭔데요?”
“부업.”
“에이.”
원희는 재빨리 그것을 엄마에게 다시 건넸다. 엄마는 받지 않으려고 했지만 원희가 워낙 완강했다.
“뭐 하는 거야?”
“아니 엄마가 되어서 아들 학원비도 못 보태준다는 거야? 그건 엄마가 해야 하는 일이 아니지.”
“엄마는 그냥 나랑 같이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거야. 엄마랑 같이 안 있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래도.”
“그리고 나 학원 다녀봤자야.”
원희는 자신의 머리를 검지로 가리키며 해맑게 웃었다.
“나 축구만 해서 머리 나빠.”
“그러니 더 다녀야지.”
“어이구. 됐어요.”
원희는 밝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그거 가지고 우리 맛있는 거나 먹자. 공부는 학교에서 하는 걸로도 충분해요. 그리고 엄마 아들 열심히 하고 있어. 많이 늦어서 그렇지. 수학은 중학교 1학년 거부터 다시 풀고 있어.”
“그렇게 늦어?”
“그럼.”
원희는 대답을 하다 놀라서 엄마를 보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더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걱정하지 마요.”
“어떻게 걱정을 안 해?”
“다른 건 잘 해.”
“정말이지?”
“그럼요.”
원희가 미소를 지은 채 손가락을 내밀자 엄마는 싱긋 웃으며 손가락을 걸었다. 원희는 이를 드러내고 밝게 웃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요.”
“다른 엄마들이 그러는데 지금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더라고. 아니 이미 늦었지. 여기 공부 잘 하는 애들도 워낙 많은데. 네가 워낙 뒤처지고 그러면 어떻게 하나. 그런 게 걱정이 되니까.”
“공부 잘 하는 애들이 많아서 오히려 더 경쟁심도 생기고 열심히 하게 돼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셔요.”
“그래.”
엄마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아들이 그렇다면 그런 거지.”
“그렇죠.”
원희는 손가락을 튕기며 씩 웃었다. 엄마는 원희가 씩씩하게 밥을 먹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는?”
“나갔어.”
엄마는 밥을 차리며 미간을 모았다.
“너 뭐야?”
“뭐가?”
“돈 필요해.”
“어?”
엄마의 반응에 아정은 입술을 쭉 내밀었다.
“그건 또 무슨 말이에요?”
“아니. 네가 언제 아침부터 서정이 찾은 적 있어? 윤서정 있으면 짜증부터 내던 게 너 아니야?”
“내가 언제?”
아정은 입술을 쭉 내민 채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엄마는 팔짱을 끼고 아정의 앞에 앉아 미간을 모았다.
“뭐야?”
“뭐가요?”
“둘 사이에.”
“없어요.”
“거짓말.”
아정의 대답에 엄마는 더욱 미간을 모았다.
“아무리 그래도 이 엄마를 속이면 안 되는 거지. 남매가 어떻게 그렇게 쿵짝이 잘 맞는 건지 모르겠어.”
“그러면 좋은 거 아닌가?”
“안 좋아.”
엄마의 대답에 아정은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엄마한테 할 말이 하나도 없으니 궁금한 게 있으면 윤서정에게 물으세요. 그게 더 빠르니까.”
“서정이 오늘 아침에 나가는 이유도 나에게 말을 하지 않았는데 그런 걸 나에게 말을 할 리가 있니?”
“그래요?”
서정은 늘 엄마에게 어디에 간다고 다 말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서정이 말을 하지 않았다니. 아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말고.”
“수상해.”
“아니에요.”
밥을 먹으며 아정은 고개를 저었다. 엄마는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치를 보내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거 아니면 엄마 나가.”
“오늘도 늦어?”
“당연한 걸.”
“엄마 수고.”
“그래.”
엄마가 나가고 텅 빈 집.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혼자 먹는 밥은 맛이 없었다.
“차라리 시리얼이나 주던지.”
늦게까지 다니는 것이 미안해서 그런지 엄마는 늘 진수성찬이었다. 아침부터 이럴 이유는 전혀 없는데.
“혼자 이걸 어떻게 다 먹으라고.”
아정은 뚜껑을 덮어 모두 냉장고에 넣고 대충 밥을 국에 말아서 밀어넣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냈다.
“하여간 윤서정 도움이 안 돼요.”
어떻게 사과를 해야 할지 다시 물어보려고 했는데.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죄송해요.”
“아니야.”
은선은 입술을 꾹 다문 채 고개를 저었다.
“내가 그런 거 알아야지.”
“아정이가 원래 그런 애가 아닌데.”
“알아.”
서정의 변명에 은선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창밖을 보며 엷은 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끄덕였다.
“너 닮아서 착하지.”
“그리고 말실수가 잦고요.”
“그건 너도 같았어.”
“그런가?”
서정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그래도 바로 받으시네요.”
“아. 뭐 하던 중이었어서.”
서정의 말에 은선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혹시라도 서정이 오해라도 할까 싶어서 바로 대답을 해야만 했다.
“내가 지금 여기에 있는 건 다른 뜻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야. 아정이 걱정이 되어서 여기에 있는 거지.”
“알아요.”
서정이 곧바로 대답하자 은선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런데 왜?”
“그냥요?”
은선은 서정을 보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저기.”
“아니요.”
은선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자 서정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은선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정이 때문이라도 만나면 안 되는 거였어.”
“선생님.”
“사실이 그렇잖아.”
은선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서정은 무슨 말을 하려고 입술을 달싹이다가 고개를 숙였다. 어차피 자신이 할 수 있는 말도 없었다.
“미안해.”
“아니요.”
은선의 사과에 서정은 고개를 저었다.
“선생님이 왜 사과를 해요?”
“너에게 자꾸 미련을 주는 거 같아서.”
“그거라도 줘서 고마워요.”
“아니.”
은선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서정에게 아무 것도 주면 안 되는 거였다. 아무 미련도 주면 안 되는 거였다.
“그거 너에게 나쁜 거잖아. 너에게 너무 슬픈 일이잖아. 내가 너에게 그런 꼬리를 주면 안 되는 거잖아.”
“왜요?”
“왜라니?”
은선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너는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무시하는 거지? 내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너는 그냥 장난처럼 느끼는 거지?”
“진심이에요. 진심으로 좋아해요.”
서정의 고백. 은선은 주먹을 세게 쥐었다. 마치 못 들을 이야기. 은선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정은 멀어지는 은선을 보며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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