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장. 흔한 고백을 받고 난 후의 소년의 상황
“쟤야?”
“그러니까.”
“별로 안 대단해 보이는데?”
“그렇지?”
아까부터 계속 이런 말들이 자신을 따라다니는 중이었다. 원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괜찮아?”
“어? 응.”
지석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원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지.”
“하여간 윤아정.”
지석은 입술을 쭉 내밀고 미간을 모았다.
“세상에 그런 식으로 고백을 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어?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다 관심을 가질 거 아니야.”
“그러게.”
원희는 짧은 한숨을 토해냈다. 다시 아이들의 관심의 중심에 선 것 같아 그렇게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괜찮아? 아. 이런 물음도 이상하다.”
“괜찮아.”
원희는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도망이라도 치는 것처럼 식당을 나선 것만 빼고는.
“그런 식으로 고백을 할 줄이야.”
“뭐.”
원희는 입술을 잘근잘근 문 채 고개를 흔들었다. 아정의 마음이니까 자신이 거기에 대해서까지 뭐라고 하는 것은 우스운 거였다.
“애들 관심 곧 사라질 거야.”
“알아.”
지석의 위로에 원희는 씩 웃었다.
“고마워.”
“너는 고맙다는 말 되게 잘 하네.”
“어?”
지석의 말을 듣고 나서야 원희는 자신의 말투가 생각이 났다. 원희의 표정에 지석은 재빨리 손사래를 쳤다.
“나쁘다는 게 아니라.”
“알아.”
지석이 변명을 하려고 하자 원희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아닌 거.”
“다행이다.”
“내가 좀 그런가?”
“어?”
“아니.”
원희는 입술을 내밀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모르게 모두에게 날을 세우고 있는 느낌이었다.
“시간 나?”
“무슨 시간?”
“끝나고?”
“알았어.”
지석은 고민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원희는 그런 지석을 보고 한 번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다 말해줄게.”
“다?”
“응. 우리는 친구니까.”
“친구.”
원희의 말에 지석은 감동을 받은 듯 가슴을 움켜쥐었다. 원희는 웃음을 터뜨린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전학생. 유명해.”
물리의 말에 아이들의 시선이 모두 자신과 아정에게 쏠렸다.
“고 3이 말이야.”
“수업 하시죠.”
원희의 되바라진 말투에 물리는 미간을 모았다.
“뭐라고?”
“선생님 말씀처럼 고 3이니까요.”
원희의 말에 물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다시 돌아섰다. 원희는 아정 쪽은 쳐다도 보지 않은 채 교과서에 시선을 돌렸다.
“아까 너무 심한 거 아니야?”
“뭐가?”
“아니.”
지석이 난처한 표정을 짓자 원희는 고개를 저었다.
“사실이잖아.”
“아무리 그래도. 선생님이 그냥 간단하게 할 수도 있는 말이지. 이미 우리 학교 애들 다 아는 거 같은데.”
“아니.”
원희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그건 누군가가 그렇게 장난처럼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이건 나와 윤아정의 일이야. 네가 내 친구라고 해도 너도 아무 것도 모르는 거잖아. 그런데 그 선생님은 뭘 안다고 그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그것도 마치 장난인 것처럼 말이야. 안 그래?”
“그건 그렇지만.”
지석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원희의 말이 하나 틀린 것은 없지만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이원희. 너 되게 모나게 구는 거 같아.”
“알아.”
원희를 혀를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 이야기나 좀 하러 갈까?”
“좋아.”
지석은 가방을 꽉 잡고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 반 그 녀석 왜 그럽니까?”
“네?”
갑작스러운 물리 교사의 말에 은선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내가 수업 분위기가 너무 딱딱한 거 같아서. 농담 한 마디 하려고 했는데 그걸 그렇게 시비를 걸어.”
“시비요?”
“그러니까.”
물리가 얼굴까지 빨개져서 하는 말에 은선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상황을 다 알지 못하는데 누구 편을 들기도 뭐했다.
“뭐라고 하셨어요?”
“응?”
“애들한테 뭐라고 하셨어요?”
은선의 이런 반응에 물리는 미간을 모았다.
“이거 다 홍 선생 때문에 그러는 거네.”
“네?”
“아니 홍 선생부터 지금 태도가 그렇잖아. 선생님이 그러면 안 되는 거예요. 애들이 교사를 무시하고 그러면 같은 교사끼리 편을 들어야지. 그런 식으로 나에게 또 묻고 그러는 건 아니지.”
“아니. 아무리 그래도요.”
은선은 입술을 꽉 물고 고개를 저었다. 답답했다. 하지만 자신은 아이들의 담임이었으니 나서야 하는 거였다.
“무슨 농담을 하셨어요?”
“선새님은 몰라요? 아까 윤아정이 그 전학생에게 고백을 했다고.”
“그걸 수업 시간에 꺼내셨어요?”
“교사로.”
“아니요.”
물리 교사가 더 말을 하려는 순간 은선이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러시면 안 되는 겁니다.”
“홍은선 선생.”
“그거 아이들에게 하시면 안 되는 일이에요.”
물리 교사는 다른 말을 더 하려다가 입술을 꾹 다물고 자리를 피했다. 은선은 이마를 짚고 한숨을 토해냈다.
“왜 그래?”
“아니요.”
옆자리 선생님의 물음에 은선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 것도 아니에요.”
교사라도 하면 안 되는 거였다. 그 어떤 아이도 수업 중에 놀림이 되면 안 되는 거였다. 은선은 미간을 찌푸렸다.
“엄마랑 둘아 살아.”
“아.”
지석의 얼굴에 당황스러운 기색이 스치자 원희는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빠는 계셔.”
“그래?”
“응. 그런데 지금 돈을 벌러 가셨어. 사업을 하시다가 그게 조금 문제가 생긴 거 같아. 그래서 이렇게 된 거고.”
“그렇구나.”
지석은 뭐라고 대답을 해아 할지 모르는 채 고개를 끄덕였다. 원희는 그런 지석을 물끄러미 보며 씩 웃었다.
“좋다.”
“응?”
“너에게 이런 말을 하니까.”
“뭐.”
“나는 축구를 그래서 그만 둔 거고.”
어차피 그만 두어야 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축구를 계속 한다고 해서 어떤 비전 같은 게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그런 식으로 그만 두는 것은 너무 힘들고 지치는 일이었다.
“만일 우리 집이 그렇게 되지 않았다면. 그래도 아빠가 곁에 있었다면 마구 원망을 했을 거야.”
“아무한테도 할 사람이 없구나.”
“응.”
원희는 허벅지를 세게 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단단했다. 정말 열심히 달리고 훈련을 한 몸이었다.
“공부를 따라가는 건 힘들어.”
“내가 도와줄게.”
“그건 이미 고마워.”
지석의 다급한 대답에 원희는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네 덕이야.”
“뭐가?”
“처음에 네가 친구를 하자고 해줘서 너무 고마워. 여기에서 친구 같은 거 못 만들 줄 알았거든.”
원희의 대답에 지석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런 뜻은 아니었을지도 몰라.”
“어?”
“너도 아는 것처럼 내가 무작정 조용한 것은 못 견디는 사람이거든. 그래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고.”
“그래도.”
원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한 후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뭐가 되었건 누가 있다는 게 다행이었다.
“만일 다른 애들이 계속 나를 그런 식으로 대하는 상황에서 너까지 없었다면 너무 힘들었을 거야.”
“다들 너를 무시한다거나 그런 건 아닐 거야. 다들 고 3이니까. 또 다른 호기심. 그런 거 때문에 그렇지.”
“알아.”
원희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학교라는 곳도 결국 하나의 공간이었고, 이 안에서 관계를 맺는 것은 상황에 매우 중요하게 영향을 받는 거였다. 그리고 지금은 모두 예민한 상태였다. 그게 당연했다.
“그래서 아정이 고백은 어떻게 할 거야?”
“거절.”
“남자애들이 너 부러워하겠다.”
“그런가?”
지석의 대답에 원희는 씩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내가 거지 같아서 그래.”
“네가 뭐?”
“사실이잖아.”
원희는 자신의 옷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몸에 맞지도 않는 교복. 아주 우스운 꼴이었다.
“이런 내가 윤아정이랑 다니면 다들 뭐라고 할 거 같아?”
“아니. 그건.”
“뻔하잖아.”
원희의 대답에 지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어쩌면 뻔할 수도. 어쩌면 전혀 뻔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네가 너무 지레짐작하는 거 아니야?”
“그럴 가능성이 더 큰 거니까.”
지석은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원희는 다른 말을 더 하지 않은 채 숨을 크게 쉬고 씩 웃었다.
“고마워. 친구.”
“나야 말로 이런 걸 말해줘서 고마워. 친구.”
“이제 나랑 비슷한 거 같네.”
원희의 농담이 섞인 말에 지석은 웃음을 터뜨린 채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원희를 잠시 안쓰럽게 보다가 씩 웃었다.
'★ 소설 완결 > 현재진행형[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24장. 보통날] (0) | 2017.12.05 |
---|---|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23장. 흔한 고백을 하고 난 후의 소녀의 상황] (0) | 2017.12.05 |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21장. 사과] (0) | 2017.11.28 |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20장. 청년의 사랑] (0) | 2017.11.27 |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19장. 철이 든 소년] (0) | 2017.1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