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현재진행형[완]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23장. 흔한 고백을 하고 난 후의 소녀의 상황]

권정선재 2017. 12. 5. 23:53

23. 흔한 고백을 하고 난 후의 소녀의 상황

나 미친 거지?”

.”

아정의 물음에 지수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아정은 울상을 지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세상에 그런 식으로 고백을 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어? 첫 고백도 완전히 엉망이었는데.”

그런 거 아예 컨셉 어때?”

?”

엉망 고백.”

그거 좋다.”

아정이 순간 손가락을 튕기며 말하자 지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게 좋아?”

아니.”

하여간 윤아정.”

속상하니까 그러지.”

아정은 입술을 쭉 내밀었다.

아니 이원희 걔는 나에게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왜 자꾸 나에게서 말을 이끌어내는 거라니?”

그러게.”

지수는 머리를 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기한 일이었다. 아정은 그 누가 좋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원희는 달랐다. 원희는 아정의 모든 것을 다 이끌어내는 사람이었다. 신기한 사람이었다. 아정을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네가 좋아하기는 하는 모양이야.”

원희?”

.”

지수까지 이렇게 말을 하는 걸 보니 분명했다.

네가 그렇게 말하니 확실해.”

뭐가?”

내가 이원희 좋아하는 거.”

그런 것도 없이 고백을 한 거야?”

.”

아정은 아랫입술을 내민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오기 같은 거였어.”

미친.”

지수는 낮게 욕설을 내뱉은 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감정대로라고 해도 이건 아니었다.

너는 하여간.”

그러게.”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벽에 머리를 박았다. 지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그 사이에 손을 넣었다.

이제 와서 다시 고백을 무를 수도 없는 거잖아. 조용하게 남들 모르게 한 고백도 아닌 거고.”

그렇지.”

아니 다른 순간도 있었는데 하필이면 급식을 먹으면서 그런 식으로 고백을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거였다.

나 지금 무슨 일본 순정 만화 속의 여주인공이라도 된 거 같은 기분이야. 그래서 막 고백을 하는.”

아니.”

지수는 검지를 들고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코믹.”

?”

장르 순정 아니야.”

코믹이야?”

. 코믹.”

지수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이자 아정은 더욱 울상을 지었다. 하지만 울상을 짓는다고 달라질 건 하나 없었다.

 

저기.”

아정이 재빨리 원희를 쫓아갔지만 원희와 지석은 이미 교실을 저 멀리 떠난 후였다. 아정은 한숨을 토해냈다.

하여간 빨라.”

고맙다고 해야 하는데.”

고맙긴.”

지수는 아정의 어깨를 두드리며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지금 물리가 오버한 거야. 미치지 않고서 지금 수능 앞두고 그런 말을 하는 게 말이 되냐?”

우리가 볼 과목은 아니니까.”

그래도.”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입술을 쭉 내밀고 울상을 지었다.

아니 뭐라도 대답을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그냥 저렇게 가버리는 게 세상에 어디에 있어?”

아무리 그래도 오늘 바로 대답을 듣기 바라는 것도 조금 무리 아닌가? 고백을 받은 사람의 입장도 생각을 해줘야 하는 거잖아. 안 그래?”

그런가?”

아정은 입술을 쭉 내밀었다. 하긴 자신이라도 당황할 거였다. 그런 식으로 고백이라니. 하지만 그래도 뭐라도 말을 더 해줬으면 했다. 괜찮다. 아니다. 그런데 그런 말조차 하지 않고 가버린 거였다.

너 위지석이랑 친하지?”

내가?”

아니야?”

아니야.”

아정의 말에 지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동창이기는 하지만 친하다고 하기에는 확실히 거리가 있었다.

나 걔 번호도 몰라.”

이제 알잖아.”

. 이젠 알지만.”

아정의 말에 말리던 지수는 곧바로 그녀를 노려봤다.

?”

분위기 좀 떠봐.”

싫어.”

지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미 아정의 사과를 위해서 분위기를 뜨려다가 상대가 단호한 것을 알고 난처한 터였다.

아니. 너는 그냥 네 감정만 중요하게 생각을 하면 되는 거지. 이 상황에서 다른 생각을 왜 하는 거야?”

그게 그게 아니잖아.”

?”

아니.”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숙였다.

사실이 그렇지. 원희가 나에 대해서 정말로 어떻게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그런 거 되게 중요한 거 아니야? 나는 그런 거 생각을 더 해봐야 한다고 믿어. 그래야 뭔가 다음 단계로 나가지.”

다음 단계?”

아정의 말에 지수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허리에 손을 얹었다. 아정은 입술을 쭉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윤서정에게 또 물을까?”

그래. 오빠는 이런 거 잘 알 거야.”

잘 알기는.”

사과도 그냥 정공으로 하면 된다고 했는데 원희의 이상한 반응만 부른 거였다.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르바이트하는 곳 아는데 갈까?”

아서라.”

?”

그거 스토커야.”

스토커. 맞네. 맞아. 스토커네.”

아정은 그대로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냈다. 지수는 그런 아정을 한심한 눈으로 보며 고개를 저었다.

 

어쩐다고 집에서 공부야?”

왜 시비야.”

서정은 아정을 보면서 세상에서 가장 어이가 없는 생명체를 보는 것처럼 보더니 이내 지수를 보고 싱긋 웃었다.

뭐 먹고 싶은 거 있니?”

없어요.”

치킨.”

닥쳐. 돼지.”

너나 닥쳐. 누구한테 돼지래.”

서정은 어이가 없다는 듯 아정을 노려보고 그대로 방에서 나갔다. 아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침대에 누웠다.

저거 사람 안 돼.”

너 서정 오빠에게 왜 그래?”

?”

아니. 서정 오빠처럼 잘 해주는 사람이 어디에 있어? 갑자기 집에 친구를 데리고 온다고 해도 싫어하지 않는 사람 그렇게 많지 않다. 다른 애들 봐? 다들 그렇게 오면 오빠에게 사정사정을 하잖아.”

얘 뭐래니?”

아정은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벌렸다. 그러다가 자신이 원희 이야기를 하는 순간 지수도 이런 기분이겠구나 싶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미안해?”

.”

아니야.”

아정은 자리에 벌떡 일어났다.

이제 어떻게 하지?”

?”

아니 같이 공부도 안 하려고 그렇게 그냥 가는 거잖아. 그러면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고?”

기다려아지.”

기다려?”

아정은 울상을 지었다. 여태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오래 기다린 것 같았다. 그런데 더 기다려야 하다니.

네가 보기에는 어떨 거 같아?”

뭐가?”

원희가 뭐라고 대답을 할 거 같아.”

거절.”

지수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엑스를 그려보였다.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다시 침대에 누웠다. 자신이 생각을 하는 원희의 대답과 지수가 생각하는 원희의 대답이 같으니 더 속이 시끄러웠다.

아니 솔직히 나 정도면 되게 괜찮지 않아?”

괜찮지.”

그런데 왜?”

전학생에게는 안 괜찮지.”

지수는 검지를 들어 보이며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두 사람 원수잖아.”

원수는 아니지.”

맞지.”

지수는 팔짱까지 끼고 검지를 들었다.

네가 걔 주기로 한 오빠 교복을 그냥 나에게 팔았지. 그리고 걔가 교복이 필요하다는 거 전교생에게 다 알렸지. 게다가 아르바이트비를 준다고 같이 과외를 받자고 했지. 충분한 거 아니야?”

아니.”

아정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지수의 말을 들어보니 자신이 분명히 심각한 잘못을 한 것은 맞았다.

그 상황에서 전학생이 너를 좋아하기를 바라는 것도 되게 이상한 거 아니야? 너무 과한 거 같은데?”

그런가?”

아정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러네.”

기다려.”

못 기다리겠어.”

아정은 베개를 안고 굴렀다. 지수는 그런 아정을 보며 혀를 차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왜 그러니? 한두 살 먹은 애도 아니고. 이제 와서 그런 식으로 열병을. 이상하잖아.”

첫사랑이야.”

?”

처음이라고.”

아정의 말에 지수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러다 입을 막고 더 놀란 표정을 짓다가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 너 정말!”

그래!”

무슨 일이야?”

순간 서정이 벌컥 문을 열자 지수는 음소거로 비명을 질렀다.

아무 것도 아니니까. 나가!”

아정이 고함을 지르자 서정은 미간을 모았다.

아니 무슨 일이라도 난 줄 알았지.”

야동이라도 보면 어쩌려고.”

그래. .”

서정이 그대로 나가자 지수는 멍하니 있다가 아정의 팔을 아프게 때렸다. 아정은 팔을 문지르며 울상을 지었다.

첫사랑이라고.”

지수는 머리를 움켜쥐고 고개를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