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현재진행형[완]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25장. 신경 쓰이다.]

권정선재 2017. 12. 5. 23:59

25. 신경 쓰이다.

죄송해요.”

네가 왜 사과를 해?”

수학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걔네들 원래 그런 애들이야. 부모가 조금 산다고 해서 그런 식으로 사람을 무시하면서 사는 애들.”

저는 괜찮아요.”

뭐가 괜찮니?”

원희의 대답에 수학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하나도 괜찮지 않으면서 괜찮다고 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때로는 괜찮지 않아도 되는 거야. 무조건 그렇게 괜찮기만 한 사람이 어디에 있어? 뭐든 다 괜찮아?”

.”

원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수학은 그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원래 그런 개망나니 같은 애들 많아.”

?”

아니.”

원희가 당황하자 수학은 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그런 반응을 보이면 어떻게 해?”

아니.”

나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지.”

수학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라고 뭐 늘 좋은 소리만 하라는 법 있어? 나도 속에 있는 거 많아. 이 학교에서 선생으로 있으면서.”

힘드세요?”

힘들지.”

수학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너 뭐니?”

?”

은선 선생 말이 맞네.”

원희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수학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씩 웃었다. 그리고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좋은 사람이라는 이야기야. 너는 사람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끌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네.”

그래요?”

. 아직 대학을 정하지 않았으면 상담 같은 곳을 가.”

안 가요.”

원희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원희의 대답에 수학은 한숨을 토해내며 어깨를 두드렸다.

?”

돈이 없어서요?”

원희의 너무나도 솔직한 대답에 수학은 잠시 손을 멈췄다. 원희는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사실이니까요. 이걸 가지고 부끄럽다고 생각을 한 적도 없고요. 저는 돈이 없는 게 죄도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그렇지.”

수학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아니요.”

수학이 무슨 위로를 하려는 순간 원희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그래.”

수학은 씩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아. 하는 소리를 내며 원희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정기연.”

?”

내 이름.”

.”

원희는 멍하니 그 손을 쳐다봤다.

그러니까.”

잡으라고.”

아니.”

내 이름은 정기연.”

원희는 그 손을 잡았다. 기연은 씩 웃더니 원희의 머리를 쓰다듬고 고개를 끄덕였다. 원희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은선 선생. 전학생 힘들어하지 않아?”

아무래도요?”

기연은 한숨을 토해내며 미간을 모았다.

애들이 돈이 없다고 뭐라고 하더라.”

?”

아니.”

은선의 목소리가 커지자 기연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지 말고.”

아니.”

기연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아이 혼자서 되게 잘 하더라. 은선 선생이 옆에서 잘 챙기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거 같아.”

그렇죠.”

은선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아이. 너무 늦게 만나서 아쉽지만 원희는 그런 아이였다.

 

주말?”

. 어려울까요?”

아니. .”

선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나야 뭐 네가 해준다고 하면 고맙지.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너 이제 공부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거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지금의 시간은 다시 오는 시간이 아닌데 말이야.”

괜찮아요.”

원희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저에게 중요하지 않아요.”

그런 말이 어디에 있어?”

사실이니까요.”

이원희.”

정말 그래요.”

원희는 테이블에 살짝 걸터앉으면서 눈썹을 움직였다. 선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꿈이 없으면 쓰나.”

꿈이 있으면 달라요?”

?”

돈이 없으면 꿈은 중요하지 않아요.”

원희의 대답에 선재는 입술을 꾹 다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원희의 어깨를 두드렸다.

아니라고 말을 하고 싶은데 아닌 게 아니라서 아니라고 말을 할 수가 없네. 정말로 돈이 없으면 자신의 꿈을 햐해서 나아가지 못하니까. 나도 돈이 많으면 이런 거 하지 않았을 거야?”

이렇게 장사가 잘 되는 데요?”

.”

선재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이다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작가가 되고 싶어서.”

소설 같은?”

. 소설.”

원희의 눈이 동그래지자 선재는 혀를 살짝 내밀었다.

너 뭐가 하고 싶은 건데?”

?”

뭐가 하고 싶은 거냐고?”

그것도 잘 모르겠어요.”

원희는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축구는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축구를 계속 한다고 해서 뭔가 될 수 있을 거라는 것도 없었다. 그냥 뭔가 하고 싶었다. 돈과 상관이 없이.

일단은 그냥 대학을 가고 싶어요. 돈 같은 거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싶어요.”

.”

돈이 없잖아요.”

아르바이트 하고.”

아니요.”

원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 것을 가지고 안 될 거였다. 아마 아빠가 벌어오는 돈은 빚을 갚기에 부족할 거였다.

학자금 대출도 있고.”

그래도 힘들어요.”

이원희.”

정말 힘들어요.”

원희의 대답에 선재는 한숨을 토해내며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가만히 원희의 눈을 응시했다.

너 지금 그거 도망이야.”

도망이라고요?”

그래. 네가 하고 싶은 거. 그거 제대로 보지 못하니까. 자꾸만 그런 이유를 대고 피하는 거라고요.”

아니요.”

원희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아니었다. 돈만 있다면 다른 것도 하고 싶었다. 과외도 받고 싶고 다 하고 싶었다.

일단 어떤 가능성이라도 갖고 싶어요. 그런데 지금 저는 그런 가능성을 가질 수 없는 거잖아요.”

?”

일을 해야 하니까.”

그럼 하지 마.”

사장님.”

내가 빌려줄게.”

아니요.”

선재의 제안에 원희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런 말은 듣고 싶지 않았다. 이건 너무나도 비참한 일이었다.

사장님이 저 되게 챙겨주시는 거 알아요. 하지만 이건 아니에요. 저 정말로 그러고 싶지 않아요.”

나는 그저 내가 생각이 나서 그래. 그 시절 누군가가 나에게 돈을 줬더라면 이러지 않았을 거야. 조금 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했을 거고. 그게 어떤 후회가 되어서 남아있지 않을 거야.”

후회요?”

. 후회.”

선재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선재의 대답에 원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미간을 모았다. 선재는 가볍게 미소를 지은 채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 원희를 보고 웃었다.

그런 후회 하지 마.”

아직도 후회해요?”

많이.”

선재의 대답에 원희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런데 대학은 왜 가야 하는 거죠?”

하나라도 기회를 더 살리기 위해서.”

기회요?”

. 네가 정말로 하고 싶은 거. 그게 생길 때.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일종의 보험 같은 거지.”

선재의 말에 원희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기회. 그 기회를 위한 보험. 자신은 그것을 선택해야 하는 걸까? 해도 되는 걸까?

정말로 돈은 대줄 수 있어.”

아니요.”

갚아.”

원희가 난처한 표정을 짓자 선재는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대신 나한테 갚지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 갚아. 뭔가 하고 싶은 사람들. 그런데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 갚아.”

그러면 되는 건가요?”

되는 거지.”

원희는 침을 꿀꺽 삼켰다. 뭔가를 한다는 것. 그게 어떤 의미를 가진 것 같아서 조금은 설레는 기분이었다.

 

엄마는 내가 뭘 했으면 좋겠어요?”

?”

원희의 물음에 엄마가 고개를 들었다. 원희는 혀를 살짝 내밀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제 고 3이니까.”

대학 갈 거야?”

?”

갈 거구나.”

아니.”

엄마가 갑자기 손을 잡으며 눈을 보자 원희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엄마의 표정은 진지했다.

정말로.”

아직 고민이야.”

그래도. 어머.”

엄마는 눈물까지 지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원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엄마가 왜 이러실까?”

그러게.”

엄마는 애써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