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현재진행형[완]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18장. 철없는 소녀]

권정선재 2017. 11. 24. 20:35

18. 철없는 소녀

왜 그렇게 멍하니 있어?”

? 아니.”

지석의 물음에 원희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뭐래?”

원희의 대답에도 지석은 원희의 얼굴을 살폈다. 원희는 미소를 지으면서 지석을 가볍게 밀어냈다.

아무 것도 아니야.”

이제는 게이 짓이냐?”

더러운 새끼들.”

지웅과 성호가 이렇게 말하면서 지나가는 순간 원희가 재빨리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두 사람 앞을 막았다.

뭐 하는 거야?”

너희야 말로 뭐 하는 거야?”

원희는 한숨을 토하면서 미간을 모았다.

나에게 불만이 있으면 그냥 나한테 말해. 엄한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그런 소리는 하지 말고 말이야.”

뭐라고?”

너희 거기 뭐야?”

학생 주임이 다가오자 두 사람은 미간을 찌푸린 채 멀어졌다. 원희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쪽을 바라봤다.

너는 전학생 아니야? 무슨 사고를 치려고?”

그런 거 아니에요.”

지석이 편을 들어주려고 하자 원희가 막아섰다.

죄송합니다.”

잘 해.”

. 알겠습니다.”

학생 주임이 멀어지자 지석은 입을 삐죽거렸다.

하여간 저래서 꼰대들은 안 되는 거야. 사람이 하는 말을 제대로 듣고 상황을 파악해야 하는 거지.”

그저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기를 바라시는 거겠지.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잖아. 그런데 뭘 그렇게 신경을 쓰고 그래?”

그래도.”

지석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웅과 성호의 행동이 유치하기는 했지만 자꾸 나서는 것이 거슬렸다.

그 두 녀석은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어린 아이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 유치하게 행동을 하는 거냐고.”

그러게.”

원희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이 나이가 되면 그런 것을 하는 애들은 없을 줄 알았는데 전혀 달라지지 않으니 이상하네.”

그러니까.”

지석은 마치 자신의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볼을 부풀리며 말해줬다. 원희는 그런 지석에 그저 고마웠다.

 

수학이 약한 편이네.”

수학의 말에 원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수능까지 시간이 있으니까 중학교 문제부터 다시 풀어보는 게 어때? 그러면 금방 따라잡을 거야.”

고맙습니다.”

아니.”

수학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하는 게 애들 성적을 올려주고 공부를 도와주는 거니까. 그러니까 도움이 필요하면 말하고.”

.”

수행평가 보니까 되게 고민한 흔적이 보이더라고. 그런데 틀린 게 안타까워서 그러는 거야. 간단한 게 실수를 하는 건 기초가 안 되어서 그런 거거든. 그러면 바로 수포가 되는 거고.”

.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가봐.”

원희는 인사를 하고 교무실을 나갔다.

어때요?”

잘 하네.”

은선의 물음에 수학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축구를 하던 애라고 해서 전혀 공부에 뜻이 없을 줄 알았는데 나름 하려고 하는 생각도 있고.”

그렇죠?”

자기 그런데 너무 챙기는 거 아니야?”

? 아니요.”

은선은 밝은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너무 챙긴다는 소리를 들어도 챙기는 게 당연했다.

지금 전학 와서 안 그래도 애가 걱정을 할 게 얼마나 많겠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거 해야 하는 거죠.”

그거 조심해.”

도덕의 말에 은선은 고개를 갸웃했다.

?”

지금 애들 고 3이잖아. 그런데 애 하나만 신경을 쓴다고 다른 학부형들이 들어봐. 그거 어떻게 견딜 거야.”

하긴.”

수학까지 고개를 끄덕이자 은선은 어색하게 웃었다.

설마 그런 걸 가지고 뭐라고 하실 부모님께서 계실까요? 다 같이 아이를 키우시는 분들인데요.”

그게 안 그래.”

주의할게요.”

은선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선생님들도 자신을 걱정해서 하는 말인데 굳이 거기에다 대고 다른 말을 더 할 것도 없었다.

 

나는 돈 없어.”

내가 낼게.”

네가 왜?”

아정의 말에 원희의 얼굴이 굳었다.

동정이야?”

아니야.”

아정은 볼을 부풀리며 고개를 저었다.

나 아직 엄마한테 야자 뺀 거 말 안 했어.”

아직도?”

.”

지수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아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가 도와준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우리 엄마가 얼마나 고지식해. 그거 가지고 분명히 뭐라고 할 거라고.”

하긴 어머니 입장에서는 걱정이 되기도 하시겠다. 너 그거 어떻게 하려고 말을 안 한 거야?”

그러니까.”

아정은 입술을 쭉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너희가 같이 그룹 과외를 받는다고 하면 내가 조금은 상황이 나아질 수 있을 거 같거든.”

나는 찬성.”

지수는 곧바로 손을 들었다.

뭐 나야 과외를 받으면 좋고. 그리고 어차피 공부할 거라면 누가 있는 게 낫지. 주말에만 받는 게 부족하다고 생각이 들었고.”

너 주말에 과외 받아?”

. 당연하지.”

지석의 물음에 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석도 잠시 원희의 눈치를 살피더니 헛기침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찬성. 원희 너는?”

나는 싫어.”

원희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돈도 없을뿐더러 그런 곳에 시간을 보낼 여유 같은 것도 없었다.

아니 왜? 그냥 저녁에 받는 건데.”

일 해야지.”

잠시라도.”

아니.”

원희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나는 지금 아르바이트 정말로 돈이 필요해서 하는 거야. 그런데 과외를 받기 위해서 시간을 보낼 수 없어.”

어차피 돈은 같아.”

아니.”

원희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가려고 하는데 아정이 입술을 꾹 다물고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알바비 줄게.”

?”

그럼 되는 거 아니야?”

아정아.”

너 무슨.”

아정의 말에 지수가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말이 어디에 있어?”

아니.”

아정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 게 아니라.”

좋겠다.”

원희는 아정의 눈을 보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너는 그런 데 그렇게 돈을 막 쓸 수 있어서. 그런데 나는 내가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거든.”

그런 말이 아니잖아. 네가 자꾸만 아르바이트 이야기를 하니까. 그러니까 이건 그래서 하는 말이 아니라.”

알아.”

원희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과 아정이 사는 세상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게 절실하게 느껴졌다.

너 일부러 한 말이 아닐 거야. 윤아정. 너는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너는 나쁜 사람이 아니니까. 안 그래?”

그러니까. 이건.”

됐어.”

아정이 변명하려고 했지만 원희는 고개를 저었다.

윤아정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면 그게 더 문제가 될 거야. 그러니까 하지 마. 너는 아마 지금 변명을 하고 이 상황을 수습을 하려고 하겠지만 그게 나에게는 더 상처가 되는 말일 거야.”

원희의 차분한 대답에 아정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아랫입술을 물었다.

원희야.”

그럼 나는 갈게.”

원희가 먼저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르바이트 가야 해서. 내일 보자.”

. 이원희.”

지석도 당황해서 원희를 잡으려고 했지만 원희는 고개를 흔들고 멀어졌다. 지수는 아정의 등을 때렸다.

윤아정 너 뭐야?”

?”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아니.”

지수의 타박에 아정은 입을 내밀었다.

자꾸만 그렇게 아르바이트 이야기를 하니까 하는 말이었지. 나도 나 나름대로 도우려고 하는 거였고.”

그게 돕는 거야?”

왜 그래?”

네가 잘못한 거야.”

지석까지 보태자 아정은 한숨을 토해냈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 그리고 내가 돈을 다 내겠다고 하는데 그게 왜 싫다는 거야? 이상한 거잖아.”

다른 사람들이 모두 다 돈을 준다고 좋아하는 거 아니야. 어차피 그룹 과외는 못 할 거 같네.”

?”

지석도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아정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니.”

오늘은 나도 별로 같이 공부할 상황이 아닌 거 같아. 내일 보자.”

그래. 가라.”

지수가 인사를 받아주자 지석은 알 듯 말 듯 미소를 한 번 더 짓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수는 아정의 앞에 앉았다.

하여간 이 멍청한 년.”

내가 뭐?”

지수는 아정의 양 뺨을 꼭 잡고 고개를 저었다.

너 전학생에게 그러면 안 되는 거야.”

알아.”

아정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다고.”

아는데 그래?”

그러니까.”

아정은 입을 내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내가 싫다.”

너무 그러지는 말고.”

아정은 지수의 허리를 꽉 안았다.

왜 이렇게 어렵니?”

그러게.”

지수는 아정의 머리카락을 가만히 쓰다듬으며 엷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