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장. 소년과 소녀
“뭐 하자는 거야?”
“뭐가?”
“아니.”
지수는 아랫입술을 pt게 물고 고개를 저었다. 자신을 가운데 끼고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지금 이 상황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윤아정. 너 지금 이상해.”
“나?”
아정은 밥을 먹다가 고개를 들었다.
“내가 뭐?”
“아니.”
지수는 머리를 쥐고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왜 이러는 거야?”
“우리 친구잖아.”
“어?”
“아니야?”
“야.”
지수는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저었다. 아정이 이런 식으로 말하면 자신이 너무 나쁜 애가 되버린 기분이었다.
“네가 그러면 안 되는 거지. 네가 그 동안 나에게 한 게 있는데. 그렇게 넘어가면 안 되는 거지?”
“그래.”
“윤아정.”
“미안해.”
지수가 말을 더 하려고 하자 아정은 손을 내밀었다.
“정말 미안해.”
“뭐라고?”
“이기적이었어.”
“윤아정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도 알아.”
아정은 손을 거두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꽉 물고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알고 있어. 그 동안 내가 공주처럼 굴었다는 거. 그래서 너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주었다는 것도.”
“그래서 지금 나에게 사과를 하는 거야? 네가? 지금 그게 너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을 하니?”
“왜 안 되는 건데?”
“아니.”
지수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아정이 자신에게 사과를 하면 좋은 일인데 이상하게 속상했다.
“네가 그러면 내가 나쁜 거 같잖아. 내가 너 괜히 아무 이유 없이 그러는 거 같잖아. 네가 마치 나를 용서라도 해주는 것처럼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야? 너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잖아. 그 동안 내가 당한 게 있는데. 그 동안 내가 어떤 마음으로 살았는데. 네가 그렇게 아무렇지도 안게 사과를 하면 .그 모든 순간들이. 그 모든 날들이 너무나도 간단한 일이 되어버리는 거잖아. 그러니까 이렇게 간단하면 안 되는 거잖아.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하면 안 되는 거잖아.”
지수가 속엣말을 모두 내놓자 아정은 아랫입술을 물었다. 그 동안 지수의 마음을 전혀 몰랐다.
“미안해.”
“아니.”
“정말 미안해.”
“아니라고.”
“미안해.”
아정이 계속 사과하자 지수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그리고 툭 하고 떨어지자 아정은 지수를 꼭 안았다.
“미안해.”
“하지 마.”
“미안해.”
“하지 말라고.”
“정말 미안해.”
아정이 계속 사과하자 지수도 결국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정말 미안해.”
“그래서 정말 건강한 거야?”
“물론.”
아정은 씩 웃으면서 자신의 팔을 두드렸다.
“그건 지수가 한 말이 맞아. 내가 내 성질 못 이겨서 쓰러진 거. 아무튼 그래도 음료수는 잘 마실게.”
아정이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대꾸하자 원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왜 이런 일에 자신이 엮이는 건지.
“그럼 다시 아르바이트는 관두는 거지?”
“아니.”
아정은 자리에 우뚝 서서 고개를 저었다.
“왜?”
“그게 무슨?”
“내가 왜 그만 둬야 해?”
“뭐라는 거야?”
지수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윤아정 너 아르바이트 해?”
“어.”
아정은 브이를 그리며 씩 웃었다.
“그 정도는 해줘야 제대로 된 청소년 아니겠어? 다른 사람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돈을 버는 그런 주체적인 말이야.”
“뭐라는 거야?”
원희는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저었다. 지수와 아정이 화해를 하면 이건 자신과 관계가 없는 일이라 믿었다.
“너 이거 반칙이야.”
“뭐가?”
“이지수랑 다시 친구가 되면 나를 괴롭히지 않기로 한 거 아니었어? 왜 내가 네 장난감이 되어야 하는 건데?”
“우리 그런 약속은 한 적이 없는데?”
“뭐라고?”
“그런 약속 없었잖아.”
아정이 순진한 얼굴로 묻자 원희는 헛기침을 했다. 아정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거 안전한 거야?”
“그럼.”
“그래도.”
지수가 걱정하는 말을 하자 아정은 지수를 꼭 안았다.
“내가 이래서 이지수를 사랑해.”
“저리 가.”
지수는 질겁을 하며 아정을 밀었다.
“다른 애들이 오해를 해.”
“무슨 오해?”
“안 그래도 애들이 이상한 소리 하거든? 내가 너를 좋아한다느니. 그런 말을 하는데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그런 소문이 있어?”
“그래.”
지수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이자 아정은 씩 웃었다. 지수는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저었다.
“저리 가.”
“뭐가?”
“저리 가라고!”
아정은 지수를 더욱 꽉 안았다.
“사랑해. 이지수!”
“으아.”
지수는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섰다.
“뭐야?”
“뭐가?”
“아니.”
원희에게 말을 걸던 지석이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너랑 윤아정이랑 어딘지 모르게 되게 많이 친해진 거 같은 그런 느낌이 들어서? 이상해서 말이야.”
“아니야.”
원희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그런 쪽이랑 별로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은데? 지금도 귀찮은 일 투성이잖아. 이런 거 딱 질색이야.”
“그래도 잘 어울려.”
지석의 말에 원희는 미간을 모은 채 한숨을 토해냈다. 지석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래도 같이 밥도 먹고.”
“그러면 나에게서 떨어질 줄 알았지.”
“아르바이트는?”
“그것도.”
원희는 힘없이 대답하며 고개를 저었다. 지석은 그런 원희를 보며 볼을 부풀리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너 이상해.”
“안 이상해.”
“이상한데.”
지석은 이내 눈을 반짝이며 씩 웃었다.
“그럼 나도 할래.”
“뭐?”
“나도 요즘 용돈이 필요해서. 너랑 같이 일을 한다고 하면 그래도 믿음이 가고 말이야. 어때?”
“싫어.”
원희는 듣지도 않고 고개를 저었다. 원희의 단호한 반응에 지석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너 뭐야?”
“뭐가?”
“아니. 윤아정이 너랑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할 때는 같이 하면서 내가 하자고 하면 왜 안 되는 거야?”
“그건 달라.”
“뭐가 다른 건데?”
“그건.”
원희는 미간을 모았다. 도대체 뭐가 다르다고 말을 해야 하는 건지. 지석의 초롱초롱한 눈을 보니 원희는 더욱 머리가 지끈거렸다. 원희는 입술을 쭉 내밀고 미간을 모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네 명이나?”
“네.”
“글쎄다.”
선재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건 어려울 거 같은데?”
“고맙습니다.”
“어?”
원희의 인사에 선재는 고개를 까딱이며 이해를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잘 지내는 모양이야.”
“아니요.”
선재의 말에 원희는 고개를 저었다. 같은 반 친구들이 우루루 왔다가 가는 것이 그다지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여기는 저의 비밀 장소였어요.”
“그래?”
“네.”
“그럼 내가 실수한 건가?”
“아니요.”
선재의 말에 원희는 고개를 저었다. 선재는 원희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원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지하철을 타러 가던 원희가 자리에 우뚝 섰다.
“뭐야?”
“고맙다고.”
아정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네가 아니었다면 다시 지수랑 친구가 되지 않았을 거야. 네가 있어서 가능한 거야. 고마워.”
“됐어. 애초에 내가 아니었더라면 네가 그 사람이랑 사이가 나빠질 일이 없었으니까. 그럼 비켜줄래?”
“저기. 내가 왜 싫어?”
“뭐?”
원희는 아정을 물끄러미 보더니 한숨을 토해냈다. 도대체 왜 자신을 이렇게 괴롭히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는 너랑 엮이면 자꾸만 귀찮은 일이 생겨. 그러니까 내 옆에서 네가 없어졌으면 좋겠는데?”
“나는 네가 궁금해.”
“뭐라고?”
“너랑 같이 있고 싶어.”
아정의 말에 원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정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신기하지?”
원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 도대체 아정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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