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현재진행형[완]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43장. 콜라]

권정선재 2018. 1. 1. 21:56

43. 콜라

미안해.”

엄마가 왜?”

엄마의 사과에 원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고모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간 건데. 엄마가 그거에 대해서 사과를 하고 그럴 이유가 뭐가 있어요?”

아무리 그래도 그러면 안 되는 거였어. 네 고모가 그래도 너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인 거잖아.”

아니요.”

원희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고모는 자신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도울 생각도 없어 보였다.

엄마도 알고 있잖아. 고모 그냥 해보는 말이야. 내가 공부를 좀 한다고 하니까. 그냥 괜히 그러는 거라고요. 그러니까 그냥 무시해. 도대체 왜 엄마가 고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야 해.”

우리 아들 언제 이렇게 컸어?”

엄마 모르는 사이에.”

엄마는 싱긋 웃으며 어색하게 원희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러게. 엄마가 모르는 사이에 다 컸네.”

엄마.”

아니야.”

원희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자 엄마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원희의 눈을 응시했다.

원희 네 탓을 하려는 게 아니야. 그냥 그렇다고. 그냥 그렇게 되어버렸다. 그런 말을 하는 거야.”

그러게.”

엄마도 모르는 사이에 그냥 그렇게 어른이 되어버린 거 같아. 아직 아이어도 되는 거 같은데.”

아니.”

원희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래?”

그럼.”

그럼 다행이고.”

원희는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조금이라도 엄마의 마음을 덜어주는 것.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그게 말이 돼?”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원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교칙이 바뀐 거라고 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더 없는 거잖아. 그나마 주말이라도 할 수 있으니 다행이지.”

그래도 시간이 다르잖아.”

어차피 공부도 더 하려고 했어.”

원희의 대답에도 지석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누가 보더라도 이건 지웅과 성호의 짓이었다.

따져야 하는 거 아니야?”

따지면?”

?”

담임 선생님도 다 따져주신 거 같던데.”

하지만.”

지석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원희는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른 문제를 더 만들고 싶은 건 아니야. 오히려 차라리 이렇게 끝이 난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

?”

그 녀석들 이게 다잖아.”

다라니?”

다른 거 못 할 거야.”

원희는 이리저리 목을 풀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지석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 모를 일이었다.

저 녀석들이 그거 가지고 그만둘 녀석들이었다면 아예 시작도 하지 않았을 걸? 미친 녀석들이야.”

나도 만만치 않게 미쳤어.”

원희의 대답에 지석은 쿡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도 걱정스러운 시선을 여전히 이어갔다.

 

말도 안 돼.”

지석의 말을 들은 아정은 주먹을 세게 쥐었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아정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지수가 미간을 모았다.

뭐하게?”

가서 따져야지.”

네가?”

그럼.”

앉아.”

지수는 아정의 손을 꼭 잡았다.

윤아정. 네가 가서 될 일이었다면 애초에 원희가 가도 됐을 거야. 그런데 이게 해결이 안 된 거라면 우리가 간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을 거야. 오히려 우리가 가면 원희가 더 귀찮을 수도 있어.”

하지만.”

아정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말도 안 되는 거잖아.”

너무나도 유치하고 비열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 일에 선생님들도 동의를 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대체 그게 말이 되는 거야? 다들 원희 상황을 알면서. 알고 있으면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그 녀석들 부모 대단하잖아.”

그래도.”

지석의 간단한 말에 아정은 입술을 쭉 내밀었다. 아무리 그래도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이러면 안 되는 거였다.

우리도 부탁하자.”

?”

부모님.”

아정의 말에 지석과 지수의 눈이 부딪쳤다. 그리고 지수는 곧바로 미간을 모은 채 고개를 흔들었다.

안 돼.”

왜 안 돼?”

우리 부모님 걔네 부모님하고 같은 교회에 다녀. 그런데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안 그래?”

그러니 더 할 수 있지.”

지수는 혀로 입술을 적셨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너 왜 그런 소리를 아정이에게 한 거야?”

?”

지수의 물음에 지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

왜라니. 너 내가 아정이랑 전학생 좀 도와달라고 했을 때 무시했잖아. 그런데 지금은 왜 아정이의 도움을 원하는 거야? 아정이가 왜 전학생을 그런 식으로 도와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 건데.”

아정이가 원희를 좋아하니까.”

그게 이유가 되니?”

지수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고작 그런 이유로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너 도대체 왜 그래? 아정이가 그냥 지금 호기심을 갖고 있다는 거. 그냥 그 정도라는 거 몰라?”

너야 말로 모르는 거 같은데?”

?”

윤아정 원희 진짜 좋아해.”

지석의 말에 지수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아무리 진짜 좋아한다고 해도 더 이상 어린아이들이 아니었다.

우리 이제 공부를 해야 할 때야. 그런데 자꾸 아정이가 전학생의 일에 대해서 아는 거. 그거 아정이에게 좋지 않아.”

알 거야.”

뭐가?”

말 안 해도 알았을 거라고.”

지석은 미소를 지으며 살짝 벽에 기댔다. 그리고 이리저리 목을 풀고 머리를 가볍게 뒤로 쓸어 넘겼다.

매일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나가던 애가 자습을 하겠다고 그 자리에 있으면. 윤아정이 눈치를 챌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럴 거라면 그냥 미리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주는 게 더 나은 거야.”

아무리 그래도.”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지석의 말이 옳을 수도 있지만. 아무리 옳다고 해도 무조건 그런 식으로 다 말하는 것은 반대였다. 아정을 위해서도 전학생을 위한 것도 아니었다.

그거 안다고 해서 전학생이 기분이 나빠하거나 자격지심 같은 것을 느끼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 건데?”

너 원희 무시하는 거네.”

?”

지석의 지적에 지수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야.”

아니야?”

그래. 아니야.”

지수의 대답에 지석은 그저 빙긋 웃었다. 지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신이 왜 지석과 이런 말도 안 되는 대화를 이어가야 하는 건지 이 자체가 용납이 되지 않았다.

아무튼 나는 부모님에게 이 일을 말하지 않을 거야. 이거 얼마나 귀찮은 일이 될 줄 알아?”

알아.”

그런데?”

나는 말씀을 드리려고.”

?”

지석의 집도 그리 만만한 집은 아니었다. 하지만 학교에 장학금을 내고 하는 것을 이길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너 지금 농담을 하는 거지?”

농담?”

아니 그걸 말해서 뭘 하려고?”

고쳐야지.”

?”

.”

미쳤어.”

지수는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것들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 자체가 미친 거였다.

 

콜라 마실래?”

?”

편의점에 있던 원희는 아정이 나타나자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정은 미소를 지으며 먼저 그에게 말을 걸었다.

나 너랑 있으면 불편해.”

거짓말.”

거짓말이 아니야.”

콜라 마실래?”

아정이 다시 한 번 자신이 할 말만 하자 원희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가 이내 고개를 흔들며 한숨을 토해냈다.

도대체 너는 왜 그러는 거야?”

뭐가?”

알면서 물어.”

그래서.”

아정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내가 계속 이렇게 행동할 거라는 걸 알면서 너는 왜 자꾸 같은 말을 하면서 피하기만 하는 거야?”

무슨 말이야?”

나는 네가 좋아.”

원희는 재빨리 주위를 살폈다. 다행히 아무도 이쪽을 보지 않는 것 같았다. 원희는 미간을 모았다.

도대체 왜 자꾸 그러는 거야?”

뭐가?”

그 말도 안 되는 고백.”

왜 말이 안 되는 건데?”

?”

원희가 제대로 말을 못하는 사이 아정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자판기에서 곧바로 콜라를 뽑아왔다.

마셔.”

싫어.”

?”

동정하지 마.”

동정 아니야.”

아정은 씩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좋아서 그래.”

뭐라는 거야?”

네가 너무 좋아서. 그래서 너에게 뭐라도 하나라도 더 주고 싶다고 말을 하는 거야. 나는 콜라를 좋아하거든.”

아정은 이렇게 말을 하고 콜라를 들이켰다. 원희는 그런 아정을 보면서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