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현재진행형[완]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42장. 외로운 섬]

권정선재 2018. 1. 1. 21:56

42. 외로운 섬

죄송해요.”

그렇다고 지금 여기에 와?”

선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원희를 보며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원희 착하네.”

안 올 걸 그랬나?”

아니.”

원희가 장난스럽게 대답하자 선재는 고개를 저었다.

잘 왔어.”

힘들어요.”

알아.”

원희가 반은 농담이라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없기에 선재는 한숨을 토해내면서도 가볍게 어깨를 두드렸다.

그럼 어떻게 할 거야?”

저 주말이라도 할 수 있을까요?”

공부해야지.”

안 그래도 아르바이트 구하려고 했어요.”

그래?”

선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야 원래 하던 이가 일을 계속 해준다고 하면 다행이었다.

네가 그렇게라도 해준다고 하면 나는 너무 고맙지. 너 일 잘 하잖아. 너 오고 나서 내가 얼마나 마음을 놓는데.”

에이. 거짓말.”

진짜.”

그래요?”

그럼.”

선재의 칭찬에 원희는 괜히 기분이 좋았다.

네가 뭐라고 하건 나는 네 편이야. 그러니까 이상한 생각은 하지 말고. 혹시라도 내 도움이 필요한 거라면 나에게 바로 말하고.”

그럼 돼요?”

그럼 돼지.”

선재는 자신의 가슴을 탁탁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말이야. 그래도 여기저기에 은근히 줄이 많은 사람이야. 내가 그 동안 헛살지는 않았단 말이지. 그러니까 네가 도움을 원한다면 내가 큰 도움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도울 수 있을 거야.”

그거 참 위로가 되네요.”

그렇지.”

선재는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다가 시간을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갈게요.”

이거.”

선재가 돈을 내밀자 원희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게 무슨?”

택시비.”

사장님.”

열한시야.”

선재는 짐짓 엄한 목소리로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아무리 진짜 네 삼촌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시간에 그냥 너를 내보낼 수는 없는 거지. 안 그래? 지금 차도 잘 안 다니는 시간이고. 너 아직 고등학생이야. 이 시간에 다니면 안 되는 거야.”

남자인데요.”

그게 뭐?”

아니. 괜찮다고요.”

아니야.”

선재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원희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헛기침을 하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마음이 편하지 안항서 그래. 내가 그래도 너랑 지금 일을 한 게 얼마인데? 너를 이 시간에 그냥 보낼 수가 있어?”

하지만.”

나 화낸다.”

그럼 이거 너무 많아요.”

안 많아.”

선재가 5만원을 내려보며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어느 시간이라도 만 원이라면 충분할 거였다.

하지만.”

토요일에 봐.”

사장님.”

너 지금 있으면 안 돼. 우리 지금 술 파는 시간이거든.”

. 죄송합니다.”

원희가 곧바로 사과의 말을 건네자 선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선재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살짝 움찔하던 원희를 보고 선재는 눈빛이 바뀌었다가 곧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토요일 아침 아홉 시 괜찮아?”

. 괜찮아요.”

더 늦어도 괜찮고.”

열 시 오픈이잖아요.”

어떻게 알았어?”

저기.”

미리 말을 해준 적도 없는데 문앞에 놓인 것을 보고 시간을 미리 파악하고 있었던 거였다. 선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사람 보는 눈 하나는 제대로 있단 말이야. 나는 처음부터 네가 제대로 일을 할 거라고 생각을 했어.”

거짓말.”

거짓말 아니야.”

원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선재는 가볍게 원희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만 뒀지?”

평일은요.”

?”

부장은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원희를 쳐다봤다.

. 이원희. 너 지금 학교 교칙이 우습다는 거야? 우리 학교는 아르바이트가 금지라고 하는데 도대체 왜 네 마음대로 하는 거야? 지금 너는 뭐 특별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거야?”

.”

원희가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자 부장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원희가 저렇게 대답을 할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게 무슨?”

선생님도 아시는 것처럼 저는 교복도 사입을 돈도 없어요. 아버지는 같이 계시지 않고, 어머니는 일을 하실 형편이 되지 않으세요. 적어도 제가 필요한 돈은 제가 벌어야만 해요. 그리고 저는 대학도 가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아르바이트를 해야 해요. 적어도 첫 학기 등록금은 벌어야 하니까요.”

아니.”

부장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원희가 이렇게 말을 제대로 할 거라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다른 학생들은 그 동안 자신이 말하면 무조건 알겠다고 이야기를 하곤 했었다. 저런 식의 대답이라니.

너 지금 선생님이 우습니?”

아니요.”

아닌데 그래?”

.”

이원희.”

안 우스워요. 그래서 지금 간절해요.”

원희의 말에 부장은 침을 꿀꺽 삼켰다.

제가 계속 하던 아르바이트가 갑자기 안 되는 이유를 생각했어요. 딱 하나더라고요. 그거 하나. 제가 그 아이들. 저를 괴롭힌 아이들에게 뭐라고 한 거. 그게 전부인데 뭐 이해는 가요. 저는 아무 것도 아닌 애니까. 그리고 거기는 아무 거인 사람들이니까.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제가 그냥 물러나고 싶지 않아요. 그건 아니잖아요. 그럼 안 되는 거잖아요. 안 그래요?”

누가 그렇대.”

정곡을 찔린 부장의 얼굴이 붉어졌다.

너 인마. 그거 자격지심이야. 자격지심.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래? 도대체 선생님들을 뭐로 아는 거야?”

그럼 죄송합니다.”

당연히 죄송해요.”

부장은 이마의 땀을 훔쳐냈다. 원희는 그저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 부장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튼 그것도 교칙 위반이야. 안 돼.”

그거 규정대로 한 건가요?”

?”

갑작스러운 원희의 질문에 부장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꾜칙은 개정하기 90일 전에 공시를 하고 이의가 없어야 한다고 알고 있어요. 만일 이의가 있을 경우 공청회를 해야 하고요. 그건 평범한 학생들에게도 기회를 준다고 하던데. 저는 그렇게 읽었거든요.”

아니.”

그때 수업 종이 울렸다.

그럼 저는 이만.”

, 그래.”

원희가 나가는 모습을 보며 부장은 미간을 모았다.

저거 대단한 놈이네.”

 

거지 새끼.”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무시하고 또 무시하려고 하지만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았다.

또 교무실은 왜 간 거야? 공짜로 무슨 돈이라도 달라고. 또 그런 투정을 부리려고 간 건가?”

그렇겠지.”

원희는 한숨을 토해냈다.

무시해.”

뭐 이 새끼야?”

낮은 목소리로 욕을 하며 지석의 의자를 발로 차는 것을 보며 원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는 괜찮아.”

하지만.”

병신들.”

원희는 미간을 모았따.

 

미안해.”

네가 왜?”

나 떄문에.”

아니야.”

지석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런 지석의 미소를 보는 것 자체가 너무 미안했다.

내가 아니었더라면 너까지 그런 취급을 당하지 않을 거잖아. 괜히 나 때문에 너까지 힘든 거야.”

아니. 너도 아는 것처럼 나도 애들하고 사이가 막 그렇게 좋지는 않아. 네가 내 친구라서 그런 것도 있을 걸?”

에이.”

진짜.”

지석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원희를 그런 지석을 보고 무슨 말을 하려다가 이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한다고 해서 그게 위로가 되지는 않을 거였다.

 

고모가 원희를 왜 데리고 가요?”

이 씨잖아.”

아니.”

엄마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고모.”

솔직히 동서가 지금 혼자서 원희를 키울 형편이 돼요? 안 되잖아. 그래서 우리가 데리고 간다는 거야. 자기가 혼자서 못 하는 거. 지금 우리가 도와준다고 하는데. 그걸 왜 싫다고 하는 거야?”

아니. 그럼 그 동안 도와주셨어야죠. 이제 와서 이러신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세요?”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엄마의 물음에 고모는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가 그 동안 모른 척 했어.”

그건 아니지만.”

나도 힘들어.”

고모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엄마는 미간을 모았다. 이 상황에서도 고모는 자신의 푸념을 늘어놓으려는 거였다.

차라리 자기가 나을 수도 있다고. 적어도 어딘가에서 따로 돈을 벌겠다고 노력을 하는 거잖아. 그런데 이게 같이 살면 정말 미칠 거 같은 거야. 그리고 원희는 알아서 잘 하잖아. 그런데 왜 그래?”

싫어요.”

원희는 이 상황에 끼어들었다.

아들.”

너 왜 그러니?”

고모는 미간을 모았다.

내가 다 너를 생각해서 지금 이러는 거야. 네가 지금 여기에서 뭘 더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너 아무 것도 못해. 너 실패할 거야?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네 엄마도 힘들어 해.”

아니요.”

원희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무조건 지킬 거였다. 적어도 더 이상 이 가족을 찢지 않을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