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현재진행형[완]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40장. 좋은 선생님]

권정선재 2017. 12. 26. 23:30

40. 좋은 선생님

그래도 지석이 네가 많이 도와줘서 다행인 거 같아. 아무래도 원희가 운동을 하던 애이다 보니 기초가 부족한 게 있더라고.”

제가 다 도와주고 있죠.”

지석의 자신만만한 말에 원희는 미간을 모았다.

잘난 척은.”

사실이잖아.”

. . 알겠습니다.”

기연은 두 사람을 보며 가만히 웃었다.

두 사람 꽤 잘 어울려.”

?”

기연의 말에 지석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선생님 그거 무슨 말이에요?”

둘이 케미가 돋는다고 할까?”

아니요.”

원희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기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희도 그런 기연을 따라 웃었다.

 

정 선생님. 그러면 안 되는 겁니다.”

?”

업무 정리를 하는 기연에게 부장이 다가왔다.

특정한 애들만 챙기면 안 되는 거라고요.”

무슨?”

잠시 멍하니 있던 기연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선생님 농담이시죠?”

뭐가요?”

아니.”

교사가 아이들을 돕는 일은 당연한 거였다. 게다가 자신의 교과에 대해서 그건 더더군다나 당연한 거였다.

아이들이 저에게 수학 문제를 물으러 오는데 제가 그것에 대해서 모른다고 해야 하는 건가요?”

수업과 관련이 된 게 아니지 않습니까?”

?”

수업과 관련이 된 게 아니라니.

부장님.”

다른 학생들이 거기에 대해서 소외감을 느낄 수 있어요. 다들 지금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지 모르는 겁니까?”

알죠.”

아는데 그래요?”

아니까 이래요.”

기연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들 이러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는 그저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는 애들을 돕는 게 전부에요. 그게 당연히 교사로 제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안 됩니다.”

그게 무슨?”

기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싫어요.”

뭐라고요?”

싫다고요.”

부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처음이 아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거였다.

선생님께서는 저 아이들이 선생님께 교과에 대해서 물어보시더라도 그런 식으로 하실 건가요?”

대답을 해주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그럼요?”

그건 지금 고 3이 하는 게 아니에요.”

아니.”

지금 그 과정을 따라오기 위해서 원희가 얼마나 고생을 하고 있는지 부장도 알고 있을 거였다. 이건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선생님. 그 아이도 놓고 가면 안 되는 거잖아요. 교사라면 당연히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지금 원희 하나 데리고 가겠다고 하다가 다른 애들이 다 상처를 입는 거 보이지 않는 겁니까?”

아니.”

지금 정 선생은 담임이 아니라 몰라.”

가슴에 콱 막히는 말이었다. 애초에 기연이 담임을 하고 싶다고 해도 그런 걸 맡기지 않는 것은 학교였다.

지금 하는 일이나 잘 해요.”

하고 있습니다.”

이봐요.”

그 아이들 징계는요?”

뭐라고요?”

징계는요.”

기연의 물음에 부장은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그리고 기연의 눈을 보더니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정기연 선생 몰라요?”

뭘 몰라요?”

거기가 이번에 장학금을 얼마나 냈는데. 그 집이 얼마나 대단한 집인지 다 알면서 그러는 겁니까?”

그게 답인가요?”

말도 안 되는 거였다. 교사가 모욕을 당한 영상을 보였는데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었다.

그 아이들이 그런 일을 했는데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요? 그 아이들을 바르게 세우지 않는다고요?”

알지 않습니까?”

뭘요?”

이봐요.”

저는 모르겠어요.”

기연의 대답에 부장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왜들 그러는 겁니까? 그런 식으로 아이들을 대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해요? 어차피 전학생 저 녀석은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아니 달라질 수 없을 겁니다.”

선생님.”

그러니 주의하세요.”

자신의 말만 하고 가는 부장을 보며 기연은 한숨을 토해냈다. 자신의 일인 것처럼 화가 났지만 다른 말을 할 수 없어서 더 속상했다.

 

너 왜 자꾸 나를 피하는 거야?”

알고 있었어?”

뭐라고?”

원희의 말에 아정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자존심을 무시하고 겨우 말을 걸었더니 돌아온 대답이었다.

너무한 거 아니야?”

뭐가?”

원희는 그대로 아정을 지나가며 대답했다. 아정이 원희의 앞을 막아섰다.

이원희.”

왜 그러는 거야?”

너 이상해.”

네가 이상한 거야.”

원희는 아정을 보더니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혀로 입술을 축인 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말을 이미 했잖아. 나는 너에 대해서 아무런 생각이 없다고 그런데 왜 이러는 거야. 비켜줄래?”

네가 좋아.”

그래서?”

좋다고.”

아정의 같은 말에 원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정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그런 원희가 멀어지는 모습을 쳐다봤다.

 

너 정말 그럴 거야?”

아정의 물음에 지수는 고개를 돌렸다.

뭐가?”

아무리 그래도 네가 나에게 계속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너까지 그러면 나 정말로 외로운 거잖아.”

애초에 너무 심한 말을 한 건 너잖아. 그래놓고서는 도대체 왜 내 탓을 하는 거야? 내가 뭘 하라고?”

그건.”

지수의 말에 아정은 침을 꿀꺽 삼켰다. 애초에 지수를 몰아세운 것은 자신이었다. 이건 부정할 수 없었다.

늘 생각하지만 너 너무 이기적이야. 너는 그저 네가 필요로 할 때만 나에게 이러는 거잖아. 아니야?”

아니야.”

아정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지수에게 심한 말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건 아니었다.

나는 그저 너랑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 이야기를 한 거야. 그런데 네가 화를 낸다고 하면. 나는 솔직히 이해가 안 가. 원희가 우리가 도대체 뭐가 다르다는 거야?”

그러니까.”

지수는 아정을 보고 싱긋 웃었다.

그게 네 생각이고. 나는 나야. 그런데 왜 다시 이러는지 모르겠어. 우리는 너무나도 다른데.”

이지수.”

그냥 다르면 되는 거야.”

아정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냈다.

도대체 뭐야?”

아정아.”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아정은 고개를 돌렸다. 은선이었다.

무슨 일이니?”

그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말을 하려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툭 하고 눈물이 터졌다. 뭔가 서러움이 갑자기 몰려왔다.

 

요즘은 문과도 미적을 하는구나.”

사장님은 안 했어요?”

.”

선재는 입을 벌린 채 고개를 저었다.

부럽네요.”

그러게.”

선재의 대답에 원희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도 그런 거 너 점점 더 잘 풀고 있는 거 아니야? 전에는 중학교 문제집을 풀었던 거 같은데.”

거기부터 풀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렇지.”

원희의 대답에 선재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든 기초가 잘 되어야 중요한 것은 부저할 수 없었으니까.

그래도 대단해.”

뭐가요?”

그렇게 성실한 거.”

뭐래요.”

원희는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내밀었다.

당연한 거잖아요.”

아니.”

왜요?”

누구라도 포기할 걸?”

?”

그렇게 다시 하라는 거. 못 할 거야.”

선재의 말에 원희는 물끄러미 자신의 문제집을 쳐다봤다. 이렇게 뭔가를 한다는 게 어려운 건가.

사장님은 누군가가 다시 기회를 준다면 다시 처음부터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을 하시는 거예요?”

당연하지.”

선재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시간은 다시 안 와.”

갑자기 그건 무슨 말이에요?”

그냥 받아주라고.”

?”

밑도 끝도 없는 선재의 말에 원희는 고개를 갸웃했다. 선재는 미소를 지은 채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아정이가 너를 줄 거라고 따뜻한 커피를 들고 왔었어.”

걔가 왜요?”

너를 좋아하니까.”

그건.”

원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알아.”

선재의 말에 원희는 고개를 들었다.

왜 그러는 건지.”

그런데 왜?”

그래서.”

?”

그걸로 좋아하는 사람한테 그러지 말라고.”

안 좋아해요.”

.”

선재의 대답에 원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자신의 마음을 자신도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