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장. 다시 만난 세계
“엄마 가능해요?”
“모르겠어.”
서정의 물음에 엄마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나도 잘 모르겠어. 그리고 일단 학교에서 교칙을 그렇게 바꾸었다고 하면 내가 뭘 더 할 수가 있겠어?”
“그래도 엄마가 교육청에 아는 사람 많잖아.”
“뭐.”
엄마는 입술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정의 방을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우리 딸 달라졌어.”
“그렇지?”
“응.”
엄마는 이리저리 목을 풀고 한숨을 토해냈다. 서정은 가볍게 엄마의 어깨를 주물렀다. 엄마는 그런 서정의 손을 꼭 잡았다.
“고마워.”
“고맙긴.”
“그래도 아들이 아니었으면 나는 아무 것도 하지 못했을 거야. 너 아니었으면 나 혼자 아무 것도 못했을 거야.”
“혼자는. 아정이도 잘 하잖아.”
“뭐. 그렇지.”
엄마의 묘한 대답에 서정은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아정의 방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을 그렇게 하는 겁니까!”
“아니.”
교감이 화를 내자 부장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선생님도 그러시지 않았습니까? 그 아이가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그래서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걸 한 건데.”
“그래도 그런 식으로 교칙을 바꾸고 그러면 안 되는 거죠. 위에서 이 이야기가 다 나온 거 모릅니까?”
“그건.”
부장은 이마에서 땀을 훔쳤다. 교감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거 제대로 고치고 일단 걔 1학기까지는 아르바이트 해도 된다고 해요. 아니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 거야.”
“죄송합니다.”
부장은 침을 꿀꺽 삼키고 고개를 숙였다. 교감은 손을 휘휘 저었고 부장은 땀을 흘리며 자리를 피했다.
“너는 왜 그렇게 행동하는 거니?”
“네?”
부장의 갑작스러운 말에 아정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아니. 아정아. 너도 생각을 해야 할 거 아니야. 우리 회사가 그렇게 아르바이트를 마구 용납하고 그러는 회사가 아니잖아.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너 때문에 무슨 문제가 생기는 거 알아?”
“원희가 아르바이트를 해도 되는 거구나.”
“뭐?”
아정의 얼굴이 밝아지자 부장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미간을 모았다. 아정은 혀를 내밀고 씩 웃었다.
“다행이네요.”
“이게 지금 다행이야?”
“그럼요.”
“뭐라고?”
“선생님. 원희 나쁜 애 아니에요.”
아정의 말에 부장은 침을 꿀꺽 삼켰다. 마치 자신이 잘못한 거 같다는 거. 그때 은선이 오자 아정은 허리를 숙였다.
“그럼 저는 가볼게요.”
“윤아정!”
은선은 자신을 지나가는 아정을 보며 씩 웃고는 이내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부장을 보며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이원희 아르바이트 시키세요.”
“네?”
갑작스러운 부장의 말에 은선은 당황스러웠다.
“그게 무슨?”
“교칙을 제대로 바꿀 거니까 1학기만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부장이 그대로 화를 내면서 가자 은선은 기연을 쳐다봤다. 기연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평일에는 그냥 아르바이트를 할래요.”
“그래도 되겠니?”
“네. 그럼요.”
은선이 고생한 것이 보이는 거 같아서 원희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죄송해요.”
“네가 왜?”
“선생님이 저 때문에 고생을 하신 거 같아서요.”
“나 아니야.”
“네?”
은선의 말에 원희는 눈이 커다래졌다.
“너 뭐야?”
“어?”
갑자기 원희가 책상 앞에 나타나자 아정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너 왜 그래?”
“윤아정. 내가 그렇게 우스워 보여? 네가 그런 거까지 하나하나 다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무슨 말이야?”
“그래.”
아정은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해야 하는 거 그거 한 거야. 내가 할 수 있는 거 한 거야. 그러니까 그냥 괜찮은 거야.”
“내가 안 괜찮아.”
원희는 한숨을 토해내며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아정의 눈을 보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너는 왜 자꾸 나를 아무런 가치가 없는 사람이 되게 만드는 거야?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자존심이 상하는 줄 알아? 얼마나 내가 멍청하고 미련하게 느껴지는지 아냐고. 나 정말 너무 화가 나.”
“나 좋아하는 거구나.”
“뭐?”
아정의 갑작스러운 말에 원희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아정은 지금 자신이 하는 말을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원희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윤아정.”
“나는 네가 좋아.”
“뭐?”
누군가가 자신들을 찍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원희가 그것에 대해서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순간 먼저 아정이 나섰다. 아정은 성호의 자리에 다가가서 휴대전화를 뺴앗아서 바닥에 던졌다. 성호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하는 거야!”
“너야 말로 뭐하는 거야?”
“뭐?”
“네 엄마 우리 엄마 건물에서 장사하잖아.”
“뭐라고?”
아정의 말에 성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너랑 내가 그래도 초등학교부터 친구라고 엄마가 지금 몇 년째 세 안 올리는 거 알고 있지? 그런데 네가 이러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거 같은데. 네 아빠 그거 곧 잡혀갈지 모른다는 소식도 있던데.”
“무슨?”
“몰라?”
아정은 씩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너 정말 모르는 거야? 요즘 너희 아빠 회사 휘청거린다는 소문이 들리더라. 그리고 윤지웅. 엄마한테 투자금 다 빼라고 해?”
“뭐라고?”
아정의 말에 지웅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머리를 뒤로 넘기고 씩 웃었다.
“너희가 먼저 그런 식으로 원희가 아르바이트 못하게 교칙을 바꾸게 하면 나는 내 엄마랑 오빠 쓸 거야.”
“우리가 언제 그랬다고!”
“그래!”
“부장 선생님 불러?”
“뭐?”
“정말 그래?”
아정의 말에 두 사람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니까 내가 더 이상 미친 짓 하지 않게 그냥 둬. 그리고 원희 더 이상 건드리지 마. 알아 듣지.”
아정은 그리고 다시 원희에게 돌아섰다. 그리고 원희에게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혀를 살짝 내밀었다.
“미안해. 네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됐어.”
원희는 그대로 가방을 챙겼다. 그대로 교실을 나갔다.
“아. 진짜.”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머리를 뒤로 넘겼다. 지석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자 아정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갈게.”
“하지만.”
“내가 자꾸 원희에 대해서 말하는 거니까.”
아정의 말에 지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정도 자신의 가방을 들고 교실을 나섰다. 지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윤아정 도대체 왜 저러는 거야.”
지수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미안해.”
“너 자꾸 이상한 거 알아?”
원희의 말에 아정은 어색하게 웃었다.
“미안해.”
“너 자꾸 나를 좋아한다고 하면서 왜 자꾸 나에 대해서 모두에게 말하는 거야? 나는 뭐 자존심도 없는 사람이야? 네가 그런 식으로 하면 나는 그냥 다 그렇구나. 이렇게 고마워하고 그래야 하는 거야?”
“아니야.”
아정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고개를 푹 숙였다. 원희는 한숨을 토해내며 벽을 세게 쳤다.
“도대체 왜?”
“미안해. 정말 미안해.”
“됐어.”
원희는 아정을 응시하며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나에게 관심 갖지 마.”
“싫어.”
“뭐?”
“싫다고.”
아정의 말에 원희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상대가 싫다고 하는데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가난해서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렇게 무시하고 별 거 아닌 취급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니.”
“아닌데 왜 그래?”
“아니니까. 그리고 정말 좋아하니까.”
아정의 말에 원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머리를 뒤로 넘기고 세게 주먹을 쥐었다. 머리를 한 움큼 쥐었다가 풀었다.
“도대체 왜?”
원희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왜 좋아?”
“너니까.”
“그게 말이 돼?”
“돼.”
아정은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너도 그냥 나를 좋아하면 안 되는 거야? 아니. 나에게 궁금함을 가지고 있고 호기심을 갖고 있잖아.”
“그것만으로 사귈 수 없어.”
“있어.”
아정은 너무나도 간단하게 말했다. 모든 것이 그냥 다 쉬운 것 같은 아정을 보며 원희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아니야. 나는 많은 것을 생각해야 하고. 나는 많은 것을 또 계산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해.”
“어차피 공부는 하잖아.”
“그런데?”
“고 3의 연애란 어려운 게 아니야.”
“아니.”
“나는 네가 좋아.”
아정의 게속 된 고백에 원희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소설 완결 > 현재진행형[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47장. 첫 번째 데이트] (0) | 2018.01.05 |
---|---|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46장. 소녀의 고백] (0) | 2018.01.04 |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44장] (0) | 2018.01.02 |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43장. 콜라] (0) | 2018.01.01 |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42장. 외로운 섬] (0) | 2018.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