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장. 설레는 소년
“이번 중간은 완전히 망했어.”
“가채점 잘 나온 거 아니야?”
“그래도.”
지석이 책상에 널부러지는 것을 보며 원희는 이해를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평균이 그 정도면 높은 거잖아.”
“3등급이 있을 거 같아.”
“그럼 안 돼?”
“안 되지.”
지석이 한숨을 토해내는 것을 보며 원희는 여전히 의문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석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래도 시험 끝이다.”
“그러게.”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정신없이 지나갔다. 매일 같이 정리를 하고 하면서 확실히 더 빨리 끝이 난 기분이었다.
“네 덕이야.”
“어?”
“너 가르쳐주면서 머리가 좀 편했어.”
그저 말이라고 하더라도 지석의 말은 고마웠다. 원희는 씩 웃으먼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아 하는 소리를 내며 살짝 미간을 모았다.
“너 오늘 뭐할 거야?”
“왜?”
“아니.”
원희는 침을 꿀꺽 삼키고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무조건 가야지.”
아정은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애들의 눈치가 보여서 교실에서는 이런 이야기까지 하지 못하기에 점심시간이 너무 소중했다.
“지수 너도 갈 거지?”
“아니.”
지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내가 왜?”
“이지수.”
“나는 아무 것도 안 했어.”
지수의 간단한 대답에 아정은 침을 꿀꺽 삼켰다. 지수의 말처럼 지수가 뭔가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쉬웠다.
“원희가 그래도 이렇게 말을 하는데 너도 뭔가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너무 무조건 날만 세우는 거잖아.”
“내가 왜 그래야 하는 건데?”
“어?”
아정은 침을 꿀꺽 삼켰따. 지수는 가만히 원희를 보며 어깨를 으쓱했고 원희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봐. 전학생도 다른 불만이 없잖아. 윤아정. 너만 괜히 나랑 전학생을 묶으려고 하는 거라고.”
“너도 갔으면 좋겠어.”
“어?”
원희의 말에 지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갑자기 왜?”
“너랑도 친구가 되고 싶어.”
“나?”
“응. 너랑도.”
원희가 자신을 보면서 말하자 지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원희는 꽤나 덤덤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엷은 미소를 지었다.
“나쁜년 되기 싫어서 가는 거야.”
“알아.”
아정의 옷을 입으면서 지수는 한 마디 덧붙였다.
“하여간.”
“누구도 너 나쁘다고 안 해.”
“해.”
“어?”
지수의 대답에 아정은 고개를 갸웃했다.
“누가?”
“있어.”
별로 지석에 대해서 다른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정은 여전히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이내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좋다.”
“뭐가 좋아?”
“다 같이 가는 거.”
“좋을 일도 없다.”
“왜?”
“하여간.”
지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아정이 왜 이러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너는 전학생이 도대체 왜 좋은 건데? 그리고 왜 나랑 친해지게 하지 못해서 왜 안달인 거야?”
“내 소중한 사람들이니까.”
“사람들?”
“그럼.”
지수는 볼을 잔뜩 부풀렸다.
“하여간 마음에 안 들어.”
“원희도 그럴 걸?”
“뭐?”
“그러니까 네가 더 큰 사람이 돼.”
아정의 말에 지수는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이내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아정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는 아무렇지도 않아?”
“왜?”
“이지수.”
“뭐.”
원희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화를 낸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었고 변할 것도 없었다.
“지수가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니고 내가 화를 낸다고 해서 달라질 거 하나도 없는 거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너를 그런 식으로 계속 무시를 하는데 왜 자꾸 끼워주려고 하는 건데? 그거 무리야.”
“그래도.”
원희는 헛기침을 하고 벽에 머리를 기댔다.
“아정이 좋은 친구잖아.”
“좋은 친구?”
“그럼.”
“아닐 걸.”
지석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정과 지수는 친구라고 하기는 하지만 뭔가 묘한 느낌의 관계였다.
“그리고 이지수가 계속 거기에 있으면 너랑 윤아정 사이 자꾸만 벌리려고 할 걸. 그런 애야.”
“알아.”
원희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지수가 자신에 대해서 불편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까지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지수를 밀어내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 더 친해져야지.”
“부처님이네.”
“그래?”
원희의 간단한 대답에 지석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원희는 씩 웃으면서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힘을 주어 다시금 고개를 끄덕였다.
“내 장점이야.”
“장점?”
“응. 누구나 친해지는 거.”
“아닌 거 같은데?”
“그래?”
“응. 내가 먼저 했잖아.”
“그렇긴 하네.”
지석의 지적에 원희는 혀를 내밀며 씩 웃었다. 원희는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아, 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들었다.
“너는 왜 그래?”
“뭐가?”
“지수 좋아한다며?”
“뭐.”
지석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원래 소년 아니겠어.”
“무슨 말이야?”
“이제 안 좋아해.”
지석의 간단한 대답에 원희는 무슨 말을 더하려고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이 아니라는데 다른 말을 할 것은 없었다.
“그러니까 된 거야.”
“뭐. 그래.”
원희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노래방 정말 오랜만이다.”
“그러게.”
세 사람에게 끌려가면서도 지수는 표정이 여전히 굳어있었다.
“야. 무슨 노래방이야?”
“왜?”
지수의 지적에 아정은 볼을 부풀렸다.
“역시 학생이라고 하면 코인 노래방 아니겠어. 나 지수 너랑 오래 친구를 하면서 한 번도 노래하는 거 못 들었어.”
“못 하니까.”
“그래도.”
아정의 재촉에 지수는 한숨을 토해내며 머리를 긁적였다.
“대신 나는 안 부를 거야.”
“그래. 가기만 하는 거야.”
지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아정에게 끌려서 들어갔다. 뒤에서 두 사람을 따르던 지석과 원희는 서로를 보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씩 웃었다.
“정말 안 해.”
“지수야.”
“싫어.”
아정의 읍소에도 불구하고 지수는 단호했다.
“나 그냥 앉아만 있는다고 했잖아.”
“그래도.”
“싫어. 정말 싫어.”
지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지만 아정도 꽤나 집요한 편이었다. 지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너 도대체 왜 그래? 내가 너에게 하나하나 다 맞춰줘야 하는 거 아닌데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노래 좀 부르라고 하는데.”
“싫다고.”
“그냥 둬.”
지석이 한 마디 보태자 아정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본인이 그렇게 싫다고 하는 거 굳이 시킬 이유 없잖아. 그리고 보아하니 엄청난 음치인 모양이네.”
“뭐?”
지석의 지적에 지수의 미간이 구겨졌다.
“무슨 말이야?”
“아니.”
지석은 어깨를 으쓱하고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굳이 노래도 못하는 사람 노래를 들으면서 우리가 괴로워야 할 이유 같은 것은 없다는 거지.”
“괴로워?”
지수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혀로 입술을 적셨다.
“위지석 너 나를 모르는구나?”
“어?”
“중학교 때 같은 반이었으면서.”
“어? 무슨?”
지수는 원희의 손에서 책자를 빼앗았다. 그리고 재빨리 넘기더니 번호 하나를 찾아서 기계에 눌렀다. 그리고 지석을 한 번 보더니 목을 한 번 가다듬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원희의 눈이 커다래져서 아정을 쳐다봤다. 노래를 너무 잘 하는 지수를 보며 아정도 놀랐다. 단 한 번도 지수의 노래를 들은 적이 없었다. 지수는 세 사람이 놀라거나 말거나 여유롭게 노래를 이어갔다. 꽤나 고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흔들리지 않는 지수를 보며 세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노래가 끝이 나고 세 사람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지수는 어색하게 웃었다.
“뭐야?”
먼저 입을 연 것은 지수였다.
“노래를 시키고.”
“너 너무 잘한 거 아니야?”
“어?”
지수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래?”
정말 오랜만에 하는 노래였다. 그리고 지석에게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쳐다봤는데 그의 표정이 다소 묘했다. 지수는 그런 지석을 보고 어색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하지만 한참이나 지석의 시선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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