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장. 다시 월요일
“결국 해냈구나.”
“그럼.”
아정이 브이를 그리면서 말하자 지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여간 대단한 아이였다.
“너 그렇게까지 해서 나중에 뭐 하려고 그러냐?”
“왜?”
“너 그렇게 여자가 매달리고 그러면 나중에 남자가 너 가볍게 보고 막 그렇게 되는 거라고. 몰라?”
“몰라.”
아정은 그저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너도 같잖아.”
“뭐, 뭐가?”
“너도 우리 오빠 좋아하잖아.”
“그건 다르지.”
지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나는 오롯이 팬심이야. 서정 오빠에게 피해를 주거나 부담을 주거나 하지는 않을 거란 말이지.”
“그럼 나는 달라?”
“다르지.”
지수의 지적에 아정은 어깨를 으쓱했다. 지수는 한숨을 토해냈다. 어차피 자신이 뭐라고 해도 달라질 건 없었다.
“그런데 너 왜 자꾸 나에게 물어봐?”
“어?”
“내가 뭐라고 하건 네 뜻대로 할 거면서.”
“그러게.”
아정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면서도 이상하게 지수에게 물어보고 있었다. 물론 지수가 좋아해준다면 다행이었지만 그게 아니라도 어쩔 수는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전부니까.”
“너 되게 이기적이야.”
“내가 이기적이야?”
“그럼.”
지수가 이렇게 말을 하고 다른 말을 더 하지 않자 아정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다른 말을 듣고 싶었지만 지수가 굳이 말을 해주지 않는데 묻는 것도 너무 이상한 일이었다. 지수도 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좋은 아침.”
“응. 좋은 아침.”
아정과 원희가 밝게 인사하는 것을 보며 지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뭐야?”
“뭐가?”
“두 사람.”
“뭐.”
원희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자 지석은 입을 가렸다. 원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 반응을 보이지 마.”
“무조건 철벽일 거 같더니.”
“그러게.”
원희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내가 그럴 줄 알았어.”
계속 밀어낼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지금 자신을 보니 전혀 달랐다. 자신도 모르게 아정을 좋아하게 된 거였다.
“자꾸만 나에게 다가오니까 계속 밀어내기만 할 수는 없는 거잖아. 그거 너무 이상한 거니까.”
“그렇지.”
지석은 이를 드러내고 밝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는 지석을 보며 원희는 어색하게 웃었다.
“너무 어렵지 않았어?”
“그러게.”
시험을 마치고 원희는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확실히 공부 잘 하는 학교는 다르구나.”
“에이.”
“정말이야. 전혀 달라.”
전에도 공부를 하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적어도 교과서를 보거나, 수업 시간에 대충 들은 것이 문제에 나오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수업을 다 들었는데 그런 것이 보이지 않았다.
“최악이네.”
“에이. 최악은.”
“정말로.”
원희는 어색하게 웃었다.
“공부가 힘들구나.”
“그렇지.”
지석은 입을 쭉 내밀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나 지금은 다른 부담 같은 것도 있으니까.
“그래도 점점 나아지겠지.”
“그렇지.”
원희는 씩 웃었다. 그리고 이리저리 목을 풀고 책상에 엎드렸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알바에 공부까지.
“커피 마실래?”
“나 매점 가기 힘들어.”
“사올게.”
“그럼 염치없이 부탁 좀 할게.”
지석이 그냥 가려고 하자 원희가 돈을 건넸다. 지석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원희는?”
“피곤하대.”
“아.”
아정이 입을 벌리고 안타깝다는 표정을 짓자 지석은 잠시 망설이다가 자신이 들고 있던 원희의 커피를 아정에게 내밀었다.
“이게 뭐야?”
“원희가 부탁한 거.”
“야.”
지수가 곧바로 미간을 모으며 앞으로 나섰다.
“너 왜 아정이 심부름 시켜?”
“아니.”
“좋아.”
지수가 날을 세우는 것과 다르게 아정의 얼굴이 밝았다.
“정말 좋아.”
“야. 윤아정.”
“왜?”
지수의 물음에도 불구하고 아정은 혀를 내밀고 씩 웃었다. 지수는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너는.”
“뭐가?”
“됐다.”
어차피 자신이 말을 해도 들어먹지 않는다는 것을 안 지수는 더 이상 말을 더하지 않았다. 아정은 가볍게 손을 들고 먼저 멀어졌다. 지수는 아정이 멀어지는 곳을 보더니 곧바로 지석을 노려봤다.
“너 뭐하는 거야?”
“뭐가?”
“너 두 사람 소꿉놀이 같이 하는 거야?”
“소꿉놀이?”
“그럼 아니니?”
“그런가?”
지석은 입술을 살짝 내밀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살짝 헛기침을 하고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네가 그렇게 말을 하더라도 내가 다르게 생각하는 일은 없을 거야. 나는 두 사람이 정말로 좋아 보이니까.”
“미쳤어.”
지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우리 고 3이야. 고 3.”
“그래.”
“그런데 연애라니?”
“그거 떄문만은 아니잖아.”
“위지석. 너 정말 왜 그러는 거야?”
지수는 한숨을 토해내며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지석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이지수. 그냥 원희가 가난해서 싫은 거면 그렇게 말해. 괜히 아정이 핑계는 대지 말고 말이야.”
“뭐?”
지석은 표정이 굳은 지수를 그냥 두고 멀어졌다. 지수는 침을 꿀꺽 삼키고 혀로 이를 훑은 후 한숨을 토해냈다.
“왜 네가 가지고 와?”
“지석이가 줬어.”
“하여간.”
“왜?”
아정이 갑자기 얼굴을 가까이 하자 원희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아정은 그런 원희를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너 뭐야?”
“너, 너야 말로 뭐야?”
“왜?”
“안 부끄러워?”
“응.”
아정은 씩 웃으면서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너를 좋아하는데 다른 것을 고민을 할 이유가 없잖아. 안 그래? 나는 그런 거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
“미쳤어.”
원희는 이렇게 말하면서 밝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 이내 헛기침을 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거 그냥 표현할 거야. 그리고 우리 어제부터 사귀기로 한 거 아니었어? 그렇게 아는데?”
“아무리 그래도.”
원희는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게 단계가 있잖아.”
“단계?”
아정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너를 좋아하는 시간이 그 동안 이렇게 흘렀는데 더 이상 망설이거나 하지 않을 거야.”
“하여간.”
원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도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아정도 그런 원희를 따라 씩 웃었다.
“그래서 얘도 같이 한다고?”
“응.”
같이 공부를 하러 아정에 집에 가기로 하던 지수는 원희를 보고 멈칫했다. 그리고 지석을 잠시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나는 안 갈래.”
“지수야.”
“싫어.”
원희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나중에 낀 거니까 빠질게.”
“아니.”
원희의 말에도 지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내가 지금 가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너도 내가 가는 게 불편할 거 아니야?”
“아닌데.”
“아니라고?”
“응. 나는 아니야.”
원희의 덤덤한 대답에 지수는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하고 다시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도 안 가는 게 나아.”
“그럼 내가 안 갈게.”
“아니.”
지수는 아정을 보며 씩 웃었다.
“내일 학교에서 봐.”
“하지만.”
“그럼 갈게.”
지수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오는 택시를 잡았다. 아정을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미안.”
“아니야.”
문제를 풀던 원희의 사과에 아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건 원희의 잘못이 아니었다.
“나랑 지수 사이에서 풀게 있는 거야. 네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네가 사과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야.”
“그래도 내가 뒤에 낀 거잖아.”
“아니.”
아정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이런 아정의 대답에도 불구하고 원희는 어딘지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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