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현재진행형[완]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59장. 토요일]

권정선재 2018. 1. 23. 19:39

59. 토요일

그냥 하면 되는 거잖아.”

사장님.”

선재의 간단한 대답에 원희는 미간을 모았다.

그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요.”

?”

왜라니.”

원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답답한 원희와 다르게 선재는 꽤나 덤덤하 표정을 지었다.

너보고 돈을 내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너를 도와줄 때는 그냥 해도 괜찮은 거라고.”

그러면 저랑 지석이랑 친구가 될 수 없을 거예요. 저는 늘 지석이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고. 이렇게 계속 고마워하다가 결국 미안한 마음이 될 거예요. 이거 친구 아니잖아요.”

맞아. 친구.”

선재의 간단한 대답에 원희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 거 아니에요.”

이원희.”

저도 알아요.”

원희는 짧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지금 말도 안 되는 고집을 부린다는 거.”

그래.”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원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아무 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애가 할 수 있는 건 그게 다니까요. 그냥 이런 고집이라도 부리는 거죠.”

고집이라.”

선재는 한숨을 토해내며 머리를 긁적였다. 원희의 마음이 뭔지 알고 있기에 더욱 안쓰러웠다.

너 너무 생각이 많은 거 알지?”

알아요.‘

원희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제 장점이죠.”

그리고 단점이지.”

그런가?”

선재의 지적에 원희는 쿡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선재는 헛기침을 하고 입을 내밀더니 눈썹을 긁적였다.

여기에서 하는 게 어때?”

?”

내가 장소를 빌려줄게.”

아니.”

선재의 전혀 다른 해결에 원희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왜요?”

너 지금 애들에게 미안해하는 거 하나라도 덜라는 거야. 그거 장소 구하는 거 쉬운 게 아니다.”

그래요?”

당연하지.”

원희의 간단한 대답에 선재는 미간을 모았다.

애들 떠들고 과외. 그거 테이블 회전 안 되거든. 그런데 우리는 일요일 아침에는 장사를 안 하니까.”

그래도 사장님 준비를 하셔야 하잖아요.”

그래도.”

원희의 말에 선재는 씩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또 모르지.”

?”

엄청 매력적인 분일지.”

남자래요.”

.”

선재는 입술을 내밀고 묘한 표정을 지었다. 원희는 미간을 모으면서 고개를 푹 숙이고 한숨을 토해냈다.

애들에게 미안한 것도 싫지만 사장님에게 그런 것도 싫어요. 이미 저를 되게 많이 봐주시잖아요.”

그러니까 더 하라는 거야.”

사장님.”

너 어차피 나에게 계속 미안할 거잖아.”

선재의 말에 원희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계속 미안할 거였다.

그러니까. 다른 생각을 하지 말라는 거야. 그냥 간단하게. 그냥 계속 미안하게 생각을 하라고.”

그거 뭔가 나쁜 거 아니에요?”

그런가?”

원희의 반문에 선재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 안 그래?”

그렇죠.”

원희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에서 이렇게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도 모두 선재 덕이었으니까.

그리고 나도 그래야 마음이 편해. 너 지금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거 조금이라도 도와달라는 거 아니야?”

그건.”

원희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네요.”

그렇지.”

선재는 손가락을 튕기며 씩 웃었다.

애초에 내가 필요가 없다면 네가 나에게 이런 부탁을 하지 않을 거야. 내 도움이 필요하니까 그러는 거잖아.”

그러네요.”

원희는 자신도 모르게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선재는 그런 원희를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물어봐.”

그래도 될까요?”

그럼.”

원희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선재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원희는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싫어.”

하지만.”

싫다고.”

지수의 단호한 말에 지석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원희를 겨우 설득했다고 했더니 이번에는 지수였다.

왜 싫은 건데?”

우리 세 사람이 돈을 내는 건데. 거기에 왜 전학생이 그냥 끼어야 하는 건데? 나는 싫어. 절대로.”

어차피 우리가 내는 돈은 차이가 없잖아.”

그래도.”

지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정이 원희를 포기하게 하기 위해서는 안 마주하는 게 맞았다.

너도 그만해.”

?”

동정.”

동정 아니야.”

지수의 지적에 지석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나는 정말로 친구라고 생각을 하니까 이러는 거야. 친구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라고.”

아니.”

지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건 친구가 아니었다. 마치 누군가가 은혜를 베푸는 일과 같았다.

너 지금 그런 거 아니잖아.”

?”

너 한 번도 그런 적 없어.”

그거야.”

너 그런 적 없다고.”

지수가 다시 한 번 말하자 지석은 끙 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중학생까지도 이런 적이 없었다.

그래놓고 이제 이러는 거 너무 이상하지 않아? 그냥 너 생기부에 더 좋게 쓰려고 하는 거야?”

뭐라고?”

아니면 왜 그래?”

절대 아니야.”

지석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다른 방향으로 오해를 한다면 모를까 이런 것은 무조건 사양이었다.

도대체 나를 어떻게 보고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나는 정말로 원희를 돕고 싶어서 이러는 거라고.”

그런 거라면 사람을 동정하면 안 되는 거잖아. 아니야? 그런데 너를 보면 엄청난 동정만 하는 거야.”

우정이야.”

우정?”

지수는 코웃음을 치며 지석을 응시했다.

우정 같은 소리.”

그럼 나랑 아정이랑 원희랑 하면 되겠네.”

윤아정 괴롭히지 마.”

지수의 단호한 말에 지석은 미간을 모았다. 아정이 지수와 좋은 친구라는 것은 알았지만 이건 오버였다.

아정이랑 어울릴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 아니지? 이제 개 하복도 얻어야 할 거야. 너도 알지?”

알아.”

지석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수는 머리를 뒤로 넘기며 어이가 없다는 듯 지석을 물끄러미 보다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끙 하는 소리를 내면서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

전학생이 딴 짓 못하게 하는 거야.”

그게 뭐야?”

아정이를 위해서라고.”

어차피 지석이 제안하면 아정이 무조건 좋다고 할 것이 분명하기에 지수도 마지못해 동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윤아정을 아니까.”

너 원희 너무 싫어하는 거 아니야?”

맞아.”

지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싫어.”

?”

자존심.”

?”

그 이상한 자존심.”

지수의 대답에 지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원희의 마음을 가지고 이상한 자존심이라고 말을 하다니.

그건 좀 그렇지 않아?”

?”

그런 식의 말은.”

평소와 다소 다른 지석의 대답에 지수는 미간을 모았다.

뭐라고?”

네가 싫으면 그냥 그만 둬.”

지수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너 왜 나 나쁜 애처럼 만들어?”

나쁘네.”

위지석.”

너 지금 나빠.”

지석의 덤덤한 말에 지수는 당황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혼란스러웠다. 지석은 자신에게 이런 식으로 말한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왜 그래?”

뭐가?”

너 지금 이상해.”

그래.”

지석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지석의 덤덤한 대답에 지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이내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튼 아정이 흔들지 마.”

싫어.”

위지석. 너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 아정이랑 그 전학생이 지금 어울린다고 말을 하는 건 아니지?”

우리가 정할 게 아니야.”

미쳤어.”

지수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안 어울려.”

네가 어떻게 알아?”

하는 행동이 다르니까. 그리고 과외비 하나 못 내니까. 그거 다르다고 하는데 그게 문제인 거야?”

.”

지석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문제였다. 다른 게 하나 없는 사람에게 그러는 게 문제였다.

나는 윤아정에게 말할 거야.”

지수가 입을 꾹 다물고 멍하니 있는 사이 지석이 먼저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