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장. 목요일
“엄마 다시 전학을 갈까?”
“어?”
갑작스러운 원희의 말에 엄마의 눈이 커다래졌다.
“너 무슨 문제라도?”
“아니.”
엄마가 지레짐작으로 많은 것을 생각을 할 게 빤히 보이자 원희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아니고요. 지금 학교 애들이 확실히 공부를 더 잘 하는 애들이잖아. 그래서 따라가는 게 어려워.”
“그래?”
엄마의 얼굴에 미안함이 번지자 원희는 고개를 저었다.
“에이.”
“학원을 보내야 하는데.”
“괜히 말했네.”
원희가 능청스럽게 대답을 했지만 엄마는 여전히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원희는 짧은 한숨을 토해냈다.
“왜 그래요?”
“괜히 나랑 네 아빠가 사업을 한다고 뭔가 해보려고 하다가 이렇게 된 거잖아. 나랑 네 아빠 잘못이지.”
“아니야.”
“아니긴.”
“정말 아니에요.”
원희는 밝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럼 학교 가.”
“끝나고 엄마랑 학원 알아보러 갈까?”
“아니요.”
원희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엄마의 쓸쓸한 표정을 뒤로 한 채 집을 나섰다. 괜한 짓을 한 거였다.
“멍청하게.”
원희는 혀를 살짝 내민 후 고개를 숙였다.
“선생님. 그러지 말라는데 자꾸만 원희를 끼고 도네. 이제 중간고사에요.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부장의 단호한 말에 기연은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다. 하지만 시험기간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다른 선생님들도 지금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걸 모르는 거예요? 모르는 척을 하는 겁니까?”
“그건.”
기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부장을 보며 다시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잘 해요.”
“알겠습니다.”
부장이 돌아가고 기연은 한숨을 토해냈다.
“아니 무슨 선생들이 그래?”
“어쩔 수 없지.”
은선은 국을 먹으며 고개를 저었다.
“다들 그런 곳이니까.”
“아무리 그래도.”
기연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학생들이 지나가자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학교가 문제가 많다고 하더라도 선생님들이 학교 욕을 하는 것이 아이들의 귀에 들리는 것이 좋은 일은 아닐 거였다.
“걱정이야.”
“걱정이죠.”
기연과 은선은 멀리 지석과 밥을 먹는 원희를 보며 짠한 표정을 지었다. 참 손길을 주고 싶은 아이였다.
“진짜로 같이 과외라도 할래?”
“싫어.”
지석의 제안에 원희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너에게 너무 미안한 일이야.”
“어차피 나 받는 중에 너도 받는 거고. 선생님에게 여쭤 보니까 너는 돈을 안 받을 거래. 그러니까 하자.”
“돈을 왜 안 받아?”
“너는 지금 고 3 수준이 아니잖아.”
지석의 간단한 말에 원희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혀를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맞을 수도 있었다.
“그런가.”
“그렇지.”
“그래도.”
원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네가 아무리 그래도 나는 좀 그래. 늘 너에게 도움만 받고 있는 건데. 이것까지 그런다는 게 그래.”
“내가 같이 하자고 하는 건데 네가 왜 그래? 내가 혼자서 과외를 받기 귀찮아서 그러는 거라니까.”
지석은 이리저리 목을 풀고 입을 내밀었다.
“그리고 우리 선생님 얼마나 까다로운데. 내가 선생님이랑 하면서 하루하루 더 늙는 기분이야.”
“그래서 언제 하는 건데?”
원희가 전과 다르게 살짝 반응을 보이자 지석의 얼굴이 밝아졌다.
“주말.”
“안 돼.”
원희는 더 듣지도 않고 고개를 저었다.
“이제 평일에 아르바이트를 하지 못해서 주말에 하고 있잖아.”
“아. 맞네.”
원희의 지적에 지석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 안다고 생각을 하면서 잊고 있었다.
“미안해.”
“뭐가 미안해?”
지석의 사과에 워희는 씩 웃으며 가볍게 어깨를 쳤다.
“그냥 네가 더 열심히 공부해.”
“그래서 너 가르치라고?”
“어.”
원희의 대답에 지석은 쿡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원희가 전보다 밝아진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밥이나 먹어.”
“어?”
“너 지금 코로 들어가.”
“아.”
밥을 먹으면서 계속 원희가 있는 쪽을 보던 아정이 혀를 내밀고 씩 웃었다. 지수는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좋아?”
“좋아.”
“미쳤어.”
“그럼.”
아정은 고개를 끄덕이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안 그럴 수가 있어?”
“뭐?”
“아니. 원희가 저기에 있는데 어떻게 안 그래?”
“얘. 미쳤네.”
지수의 냉소적인 대답에도 불구하고 아정은 다시금 밝은 표정을 지었다. 지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는 자존심도 없어?”
“없어.”
“윤아정. 너 정말.”
“사랑에 자존심이 어디 있어?”
아정의 대답에 지수는 입을 떡 벌렸다. 아무리 원희가 좋다고 하더라도 지금 아정의 행동은 정상이 아니었다.
“너 자꾸 그러면 서정 오빠에게 다 말 할 거야. 너 지금 상태가 그냥 예사로 넘길 상황은 아니라고.”
“너 그러면서 우리 오빠랑 연락을 하려고?”
“무, 무슨.”
지수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오르자 아정은 씩 웃으면서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지수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하여간 너 나빠.”
“알아.”
아정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는데 어쩔 수가 없어. 원희를 좋아하니까.”
아정의 말에 지수는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지수는 이러거나 말거나 원희를 보면서 여전히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같이 하면 되는 거잖아.”
“너도 한다고?”
“응.”
원희를 도울 방법을 묻던 지석은 아정의 대답에 미간을 모았다.
“전에도 말을 한 것처럼. 네가 자꾸 그런다고 원희가 좋아할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건 아니지?”
“알아.”
아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물러나는 것도 이상한 일이었다.
“내가 그렇다고 뭔가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리고 원희도 나를 친구로 생각을 한다고 했고.”
“친구?”
지수는 옆에서 코웃음을 쳤다.
“너 그게 무슨 말인지 알아?”
“알아.”
지수는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아정은 꽤나 단호했다. 지석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너는 그걸 왜 아정이에게 말하는 거야?”
“아니.”
지수의 타박에 지석은 혀를 살짝 내밀고 어색하게 웃었다.
“그래도 내가 생각을 하는 것보다는 너랑 아정이에게 물으면 조금이라도 더 나은 답이 나올 거 같아서.”
“너는 그런 생각도 하지 마.”
지수는 단호히 말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머리를 한 번 헝클고 벽에 몸을 기댔다.
“아니. 윤아정은 전학생이 도대체 왜 좋다는 거야? 그렇게 자기를 싫다고 하는데 왜 그렇게 목을 매는 거냐고.”
“좋으니까.”
“아니.”
지석의 간단한 대답에 지수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말이 돼?”
“왜 안 돼?”
“왜라니?”
지수는 정말로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애초에 원희에게 호감을 갖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거였지만 고백을 하고 나서 차인 후에까지 그 호감이 그대로라는 게 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한쪽이 싫다고 하면 그걸로 끝인 거잖아. 그 마음이 달라질 것도 없는데 왜 그러는 거야?”
“달라지지 않을까?”
“뭐?”
“달라질 걸?”
지석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어색하게 웃었다.
“너는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게. 사실 그렇게 쉽게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원희도 아정이를 싫어하는 건 아니야. 두 사람 서로 좋아하고 있어.”
“서로 좋아하다니.”
지수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서로 좋아하는데 도대체 뭐가 그렇게 어렵다는 이야기인 걸까?
“그냥 좋아하면 그걸로 그만인 거잖아. 안 그래? 서로 좋아하는 건데. 왜 문제가 되는 거야?”
“좋아하니까.”
“아니. 미치겠네.”
지수가 혀를 내밀고 정말로 이해를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자 지석은 멋쩍게 웃으면서도 아무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너는 포지션이 뭔데?”
“어?”
“아정이랑 전학생. 이어주는 거야?”
“뭐.”
지석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그거라면 상관이 없을 거였다.
“나는 두 사람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 그러니까 두 사람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할 거야.”
“제대로 미쳤네.”
“그래?”
“미친 거지.”
지수의 싸늘한 말에도 불구하고 지석은 그저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지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자신이 무슨 말을 하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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