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장. 화요일
“왜 그렇게 표정이 안 좋아?”
“왜 시비야?”
“어?”
아침부터 아정이 까칠하자 서정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지금 시비를 거는 게 아니라 너를 걱정하는 거지.”
“걱정?”
아정은 입을 쭉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서정이 자신의 걱정을 하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너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고 그러는 거지? 윤서정. 영화 찍은 건 언제 개봉하는 거야?”
“너는 오빠한테.”
“오빠 같아야 오빠지.”
“엄마가 나랑 너랑 돈 나누라던데?”
서정이 세종대왕을 꺼내들자 아정은 곧바로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에이. 살아하는 오라버니가 도대체 왜 이러시는 걸까? 제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다 알고 계시잖아요.”
“나는 모르겠는데?”
“에이. 왜 모르셔.”
서정은 미소를 지으면서 아정에게 돈을 모두 건넸다. 아정은 그 돈을 세어보고 입술을 쭉 내밀었다. 7만원.
“또 어디 갔구나?”
“어떻게 알아?”
“늘 이 돈이잖아.”
아정의 말에 서정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런가?”
“엄마는 정말.”
아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집의 식구들은 너무 자신에 대해서 잘 드러내는 사람들이었다. 비밀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결국 자신도 크게 차이가 없을 거라는 이야기지만.
“연애하는데 고민이 되면 나에게 말을 해. 그래도 내가 너에게 뭔가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테니까.”
“그래. 알았어.”
“나도 남자야.”
“그래서 뭐 어쩌라고?”
“어?”
“마음에 안 들어.”
아정이 이 말을 남기고 돈을 들고 집을 나서자 서정은 머리를 긁적였다. 도대체 무슨 안 좋은 일이 있는 건지. 서정은 어깨를 으쓱하고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아정이 만 원을 남기고 간 것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은근히 다정한 구석이 있었다.
“분위기가 왜 이래?”
너무 차가운 분위기에 지석이 미소를 지으며 어떻게든 풀어보려고 했지만 지수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있었다.
“야.”
“그만 해.”
지석이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자 지수는 고개를 저었다.
“네가 지금 이 상황에서 나선다고 해서 내가 전학생을 더 좋아할 이유 같은 거 없지 않아?”
“아무리 그래도.”
“전학생 아니라니까?”
“너는 속도 없어?”
지수의 물음에 아정은 혀를 내밀었다. 원희는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었다. 대충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 알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모든 것에 대해서 오롯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친구도 안 하려는 건 좀 그렇지 않나?”
“뭐?”
원희의 물음에 지수는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나도 이제 이 학교에 있고. 우리 정도면 그래도 나름 친구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싶어서.”
“친구?”
지수는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고 물끄러미 원희를 응시했다.
“싫어.”
“야. 지수야.”
“나는 싫어.”
아정은 지수의 팔을 잡았지만 지수는 단호했다.
“내가 왜 친구를 해야 하는 건데? 나는 내 친구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은 친구라고 생각을 하지 않아.”
“그래.”
원희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아정을 힘들게 한 것을 부정할 수 없는 거였으니까.
‘너는 누군가가 누군가를 좋아하면 반드시 사귀어야 하는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
“갑자기 무슨.”
“지금 그런 말 아니야?”
원희의 덤덤한 고백에 지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머리를 뒤로 쓸어넘겼다.
“지금 우리가 여기에 있는 거 과제 하기 위해서인 거잖아. 안 그래? 그럼 우리 과제나 하면 되는 거야.”
“그래. 과제 하자. 과제.”
“지금은 과제 할 때가 아닌 거 같은데.”
지석도 두 사람의 관심을 돌리려고 했지만 원희는 평소와 다르게 꽤나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이제 너희들하고 모두 친구가 되고 싶어. 그런데 지금 지수 너를 보면 아닌 거 같아서.”
“나 원래 남자랑 친구 안 해. 냄새도 나고. 미개해. ᅟᅳᆨ런 ㅐ들하고 내가 왜 친구를 해야 하는 건데?”
“미개라니?”
지석이 곧바로 발끈했다.
“야. 아무리 그래도 아니지.”
“뭐가 아닌 건데? 너는 달라?”
“당연히 다르지. 내가 뭐. 나는 뭐 했는데?”
“그래. 지석이에게 그러는 건 좀 아닌 거 같은데?”
원희까지 나서서 이런 말을 하자 지수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미간을 한 번 긁적이고 입을 열었다.
“너는 왜 아정이랑 안 사귀는 건데?”
“야. 이지수. 갑자기 그런 걸 왜 물어?”
“이런 건 원래 이렇게 물어야 하는 거야.”
아정은 지수를 말리려고 했지만 지수는 너무 단호했다. 원희는 혀를 한 번 내밀어 입술을 축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그러게라니.”
지수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그게 답이 된다고 생각을 하는 거야?”
“응.”
“뭐?”
“이건 나랑 윤아정 사이의 일이야.”
원희의 덤덤한 고백에 아정은 침을 삼켰다. 지수는 뭐라고 한 마디 더 하려고 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의 시선이 이리 모였다.
“지수 왜?”
“저 보건실 좀 갈게요.”
은선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지수가 아정을 데리고 교실을 나갔다. 다들 멍하니 있다가 은선이 박수를 치자 다시 자신의 일에 몰두했다.
“너 정말.”
“어?”
“됐다.”
원희의 멍한 표정엘 지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는 왜 그래?”
“뭐가?”
“정말.”
아정이 자신에게 짜증을 부리자 지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도대체 왜 자신에게 이러는 것인지.
“나는 너를 걱정해서 그런 거야. 내가 너를 위해서 지금 이랬다는 거 전혀 모르는 거야? 너 정말.”
“알아. 아는데.”
아정은 머리를 뒤로 넘긴 채 한숨을 토해냈다. 다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해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네가 좋아. 정말로 좋은데. 가끔 너는 너무 과하게 뭐가를 한다는 게 문제란 말이야. 알아?”
“너는 내가 그런 일을 당하면 무시할 거야?”
“어?”
지수의 물음에 아정은 침을 꿀꺽 삼켰다. 과연 자신은 지수의 일에 대해서 무슨 말을 할 수 있는 걸까?
“나도 결국 같을까?”
“당연하지.”
“그럴 수 있겠네.”
아정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결국 지수가 이런 일을 당한다고 하면 화를 내고 무슨 말을 할 거였다. 그게 결국 자신과 지수가 친구라는 이야기였으니까 .아정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아니. 그럼 어떻게 할 건데?”
“어?”
“너는 계속 미련을 갖잖아.”
“미련.”
지수의 말에 아정은 혀로 입술을 축였따.
“그러네. 미련.”
“그러니까.”
“자기가 부족해서 싫다고 하는 애한테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건지 사실 잘 모르겠어.”
“뭐가 부족한대?”
“돈.”
“돈?”
아정의 입에서 나온 말에 지수는 더 멍한 표정을 지었다. 돈이라니. 그 돈이라는 게 도대체 뭐라고.
“그게 이유가 될 거라고 생각을 한 대?”
“어.”
“미쳤어.”
지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냥 좋아하면 되는 거였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 걸까?
“전학생 이상해.”
“이상하지.”
아정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했다. 그리고 그 이상함이 있기에 자신이 좋아하는 거였다.
“너는 더 이상해.”
“그래?”
아정은 혀를 내밀었다.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는데.”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다니.”
지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가만히 발을 까불다가 멈추고 아정을 보고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조금만 튕겨.”
“싫어.”
“어?”
“그랬다가는 더 멀어질 거야.”
“아니.”
그럴 수도 있었다. 이원희 다른 애들하고 너무 달랐다. 보통의 애들처럼 아정에게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조금이라도 손을 놓으면 저 멀리 두둥실 떠오를 풍선 같은 아이야.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그런데 좋아?”
“좋아.”
아정이 얼굴을 붉히며 말하자 지수는 한숨을 토해냈다.
“미치겠네.”
“나도 그래.”
“왜 좋아?”
“그냥.”
“그냥?”
“응. 그냥.”
아정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가장 어려운 거였다. 누군가를 그냥 좋아한다는 거. 이게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그냥 원희의 얼굴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 뭔가 특별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고 설레는 마음이 들어.”
“중증이네.”
“그렇지.”
아정이 씩 웃으면서 대답하자 지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무리 이해를 하려고 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걔는 네가 싫다고 하잖아. 그런데 도대체 왜 그렇게 애매하게 행동을 하는 거야? 이상하잖아.”
“안 이상해.”
“이상해.”
아정은 순간 멍하니 있다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지수는 한숨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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