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장. 월요일
“왜 이렇게 힘이 없어?”
“어?”
“뭐야?”
아정의 힘이 없는 대답을 들은 지수의 눈이 곧바로 가늘어졌다.
“또 이원희야?”
“아니야.”
아정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아니야.”
“아니긴.”
지수는 한숨을 토해내며 입술을 쭉 내밀었다. 그리고 팔짱을 끼고 창가에 살짝 기대서 고개를 저었다.
“뭐 하자는 거야? 도대체 왜 그렇게 절절 매면서 연애를 하는 건데. 그거 연애 아니야. 몰라?”
“알아.”
아정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안 하기로 했어?”
“어? 그게 무슨 말이야?”
아정의 대답에 지수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안 하기로 한 거라고? 지수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물끄러미 아정을 응시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너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기로 한 거야?”
“그래서 데이트를 한 거래.”
“어? 그게 무슨 소리야? 나 이해가 안 가.”
“그러게. 나도 이해가 안 가.”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지수는 그런 아정을 보며 머리를 뒤로 넘기고 원희의 자리를 쳐다봤다.
“왜 안 와?”
“오겠지. 그리고 아무 것도 하지 마.”
“아무 것도 하지 말라니.”
“아무 것도 하지 마. 제발.”
아정의 단호한 말에 지수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이 상황이 이해도 안 가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도 하나 없다는 게 화가 났다.
“도대체 나보고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나는 지금 네가 걱정이 되는데. 너에게 뭐라도 해주고 싶은데.”
“너는 충분히 좋은 친구야.”
“아니.”
아정의 대답에 지수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나는 아니야.”
“지수야.”
“너는 나에게 모든 걸 말하지 않잖아. 아니야?”
지수가 자신의 눈을 빤히 보며 묻자 아정은 침을 꿀꺽 삼켰다. 과연 자신은 지금 어떤 마음인 걸까?
“아니야?”
“아니야.”
지수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라고?”
“그래. 아니야.”
아정은 다시 한 번 천천히 대답했다. 하지만 아정은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너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 윤아정. 너는 늘 너만 생각해. 내가 네 옆에 있잖아. 그러면 나에 대해서 뭐라도 다 말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네 친구인 거잖아.”
“그래. 친구니까 이러는 거야. 친구가 아니라면 이 정도도 말하지 않았어. 나는 너를 정말로 좋은 친구로 생각해.”
“아니.”
지수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아정은 아니었다. 그래도 무슨 말을 할 수 없었다. 지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 전학생 미워할 거야.”
“미워하지 마.”
“너는 속도 없어?”
“없어.”
아정은 곧바로 헤실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수는 어이가 없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미쳤어.”
“그러게.‘
아정은 순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지수는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혀를 차며 아정을 노려보더니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아정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래서 안 사귀는 거라고?”
“응.”
“왜?”
지석의 물음에 원희는 물끄러미 그의 얼굴을 응시했다.
“사귀어야 하는 거야?”
“아니.”
지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반드시 두 사람이 사귀어야 할 이유는 없지만 그래도 세 번의 데이트나 한 것은 그래도 조금이라도 두 사람 사이에 어떤 관계의 변화가 있을 거라는 이야기였다.
“두 사람이 사귀지 않을 거라면 왜 데이트를 한 거야? 사귈 거니까. 그러니까 만난 거 아니야?”
“아니야.”
원희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아니야.”
“그럼?”
“아정이에게 보여주려고.”
“보여줘?”
지석은 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뭘 보여주기 위해서 저런다는 걸까?
“뭘 보여주려고 한 건데?”
“우리가 다르다는 거.”
“다르다는 거?”
“응.”
지석은 더욱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너 지금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거 아니야?너는 네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어?”
“너무나도.”
“너 생각이 너무 많아.”
“너도 같네.”
“어?”
원희의 대답에 지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눈을 가늘게 뜨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도 아정이 좋아한다고 했잖아. 너도 아정이를 좋아하는데 도대체 왜 그런 것들에 대해서 생각을 하는 건데? 그냥 좋아하면. 그냥 좋아한다. 그렇게 말을 하면 되는 거 아니야? 그게 다잖아.”
“그렇게 간단해?”
“간단하지.”
“그런데 너는 왜 고백을 안 해?”
“어?”
원희의 반문에 지석은 순간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너도 그냥 고백을 하면 되는 거잖아. 그렇게 어렵게 생각을 할 게 없는 거잖아. 내 말이 틀렸어?”
“틀렸어.”
지석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자신과 원희의 상황은 달랐다. 이건 서로가 좋아하는 거였다. 자신의 경우와는 다른 거였다.
“나는 짝사랑이잖아. 그리고 너희는 서로를 좋아하는 거고. 서로를 좋아하는데 왜 고민을 하는 거야?”
“서로를 좋아하니까.”
“도대체 뭐라는 거야?”
“서로를 좋아해서 서로가 맞지 않는다는 거. 결국 서로를 미워할 수 있다는 거. 그거 인정하기 싫다는 거야.”
“무슨.”
지석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원희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그래서 뭐가 안 된다는 건데?”
“내가 오늘의 커피를 마시는 걸 이해 못 해.”
“오늘의 커피?”
지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뭐야?”
“너도 모르네.”
“나는 아예 커피를 몰라.”
“뭐.”
원희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그런 거야.”
“어?”
“그냥 그런 거라고.”
원희는 혀를 내밀고 싱긋 웃었다. 지석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미간을 모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아정이랑 잘 되고 있는 거니?”
“네?”
“아니.”
원희의 반응에 은선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자신은 그저 친해지기 위해서 물은 거였는데 문제가 되는 거였을까?“
“그러니까.”
“아.”
원희는 그제야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어?”
“그냥 아니에요.”
“아니라니?”
은선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냥 아니라니. 이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걸까?
“그냥 아닌 게 뭐야?”
“말 그대로요. 저랑 너무 다르더라고요.”
“달라?”
은선은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은 학창 시절에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뭐가 그렇게 다른 건데?”
“네?”
“뭐.”
은선은 주위 눈치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먼저 지갑을 챙겨서 자리에서 일어나고 씩 웃었다.
“나 필요한 거 있어. 같이 사러 나가자.”
“네?”
“무거운 거라서.”
“네?”
원희는 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의 커피?”
“네. 오늘의 커피.”
“그럴 수도 있겠네.”
은선의 간단한 대답에 원희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다른 말도 없이 이렇게 간단한 대답을 하다니.
“그러니까.”
“너 그런 거 가지고 지금은 엄청 크게 생각을 할 수도 있어. 지금은 너에게 큰 의미가 있는 거니까. 하지만 언젠가 후회를 하게 될 거야.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 그러니까 한 번 더 생각을 해.”
은선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너도 알고 있는 것처럼 그 돈이라는 거 어른이 되고 나면 정말 별 것 아닐 수도 있는 돈이야.”
“저는 오늘을 살아요.”
“그렇지.”
은선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원희에게 그러헥 간단하게 말을 하면 안 되는 것이기는 했다.
“잘 알고 있어.”
“그래도 어른은 다르구나.”
“그럼. 다르지.”
은선은 씩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나도 잘 모르는 게 많아.”
“네? 선생님이 왜요?”
“나는 내가 너를 어떻게 도와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어. 내가 뭘 할 수가 있는 건지. 내가 뭘 해야 하는 건지. 그런 것들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겠어. 그러니까. 나를 그렇게 대단하게 생각을 하지 마. 나는 너를 돕고 싶은데 너를 어떻게 더 도와줄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으니까.”
“충분해요.”
“아니.”
은선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어린 시절 생각했던 좋은 교사와 다른 존재인 거였다.
“나는 아니야.”
“선생님.”
“그럼 가자. 학교로. 고민은 이제 너의 몫이야. 돈보다 지금 네 나이엔 사랑이야.”
은선의 알 수 없는 말에 원희는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은선은 원희의 얼굴이 다시 어두워지는 것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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