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장. 연애 중
“너 얼굴 좋아.”
“그래?”
서정의 말에 아정은 입술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시험 성적 좋은 모양이네.”
“미쳤어.”
서정의 말에 아정은 곧바로 미간을 모았다.
“진짜.”
“왜? 시험은 망했어?”
“조용히 해.”
아정이 주스를 벌컥벌컥 들이켜자 서정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혀를 살짝 내밀고 씩 웃었다.
“그래도 뭐 네가 잘 알아서 할 거니까.”
“오빠 영화는?”
“영화제에 걸릴 거 같아.”
“어?”
평소와 다른 서정의 말에 아정의 눈이 커다래졌다.
“정말이야?”
“응.”
서정은 잠시 멈칫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헛기침을 했다.
“이번에 그래도 잘 풀리고 있는 거 같아. 감독이 여성 감독인데 이쪽에서 나름 알아주는 사람이거든. 요즘 성차별에 반대하는 것들이 아무래도 좀 화제가 되고 있으니까 이쪽도 관심이 오는 거 같더라고.”
“다행이다.”
“다행이지.”
서정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겨우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서 조금씩 인정을 받는 느낌이었다.
“물론 다른 배우들에 비교를 하면 여전히 부족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전보다는 상황이 많이 나아진 거니까.”
“그러게.”
아정이 갑자기 눈물을 툭 하고 떨어뜨리자 서정은 미간을 모았다.
“야.”
“왜 이러지?”
아정은 눈물을 훔치며 어색하게 웃었다.
“창피해.”
“역시 오빠를 엄청 사랑하는 거였어.”
“아니거든.”
아정은 이렇게 날이 선 채로 대답을 하면서도 행복한 미소를 지우지 못했다. 서정도 그저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나중에 시사회하면 꼭 와야 해.”
“당연하지.”
“영화제도.”
“물론.”
서정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아 하는 소리를 내면서 용돈을 꺼내서 아정에게 내밀었다.
“데이트 잘 해.”
“어?”
아정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니까.”
“그 동안 어떤 애인지 제대로는 모르지만 그 얘 때문에 그렇게 고민을 하던 거잖아. 그리고 얼굴이 이제 밝아진 거니까 그래도 이제 그 애에 대한 고민은 사라진 것이 아닌가 싶어서. 내 말이 맞지?”
“어? 응.”
아정은 아랫입술을 살짝 물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부끄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이제 조금이라도 해결이 된 느낌이었다.
“잘 된 거야.”
“고마워.”
“고맙긴.”
아정은 혀를 내밀고 씩 웃었다. 서정은 그저 그런 아정을 흐뭇한 눈으로 응시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응. 대단하지.”
“대박.”
아정의 말에 지수는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꽉 잡았다. 아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뭐 그 정도로.”
“그래도. 오빠가 그 동안 정말로 고생을 했잖아. 이제 그 고생을 한 것이 제대로 인정을 받는 느낌이야.”
“뭐.”
아정은 입을 살짝 내밀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수의 말처럼 그 동안 서정이 고생을 한 것이 인정을 받는 거였다.
“그러게.”
“되긴 하는구나.”
“그렇지.”
그 동안 당연히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 세상에 배우를 하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게 될 거라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서정은 그걸 해낸 거고. 그건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내 오빠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대단해. 그 꿈을 포기하지 않고 밀고 나간 거니까. 대단해.”
“네 오빠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대단한 거 맞아.”
지수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가 그저 팬이라서 하는 말도 아니고.”
“너는 팬이라서 그러는 거 같은데?”
“아니거든.”
아정의 장난스러운 물음에 지수는 입을 내밀었다. 아정은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도 정말 잘 된 거야.”
“오빠 보러 안 갈래?”
“아니.”
지수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싫어.”
“왜?”
“아직 성공하지 못했잖아.”
“어?”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그렇게 성공을 하는데 나는 아니잖아. 나도 성공을 하고 나서 만날 거야.”
“뭐래?”
아정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해가 안 되는 말이었다. 그냥 보면 되는 거였다.
“그냥 내 오빠 윤서정을 보러 가는 건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건 말도 안 되는 거지.”
“아니.”
아정의 제안에도 지수는 단호히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수 없었다. 이건 전혀 다른 경우였다.
“나는 서정 오빠를 정말 배우로 좋아해. 동경하고 멋있다고 생각해. 그건 전혀 다른 종류의 문제야.”
“그래?”
“응.”
아정은 아랫입술을 살짝 물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수도 지수 나름의 고민을 하고 하는 말일 거였다.
“어쩔 수 없는 거지.”
“그러게. 나는 그러니까 더 공부를 열심히 해야지.”
“너보다 더 열심히 할 수 있을까?”
“더.”
지수의 눈이 반짝이자 아정은 씩 웃었다.
“왜 이렇게 숨어서 보는 거야?”
“선생님들.”
“아니.”
원희의 간단한 대답에 아정은 입술을 쭉 내밀었다.
“선생님들이 우리가 사귀는 걸 알면 뭐가 어때서? 이렇게 숨어서 만나는 거 되게 이상한 거 아니야?”
“안 이상해.”
원희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만나는 거 다 알면 다른 선생님들이 너에게 도대체 무슨 말을 할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건데?”
“그건.”
아정은 침을 꿀꺽 삼키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아정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럴 수도 있네.”
“아마 다른 선생님들은 내가 너를 망치고 있다고 생각을 할 걸? 그게 어쩌면 사실일 수도 있지만.”
“아니야.”
아정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절대로 안 되는 거였다. 그건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원희는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이잖아.”
“뭐가 사실인 건데?”
“너랑 나랑 다르니까.”
“아니.”
아정이 망설이지 않고 대답하자 원희는 씩 웃었다. 그리고 이내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네가 아니라고 말을 해주니 고마워.”
“그냥 그러라는 게 아니잖아.”
“그래도.”
아정은 짧은 한숨을 토해낸 후 입술을 쭉 내밀었다. 원희는 이리저리 목을 풀다가 눈을 꼭 감았다.
“좋다.”
“그래도 이렇게 같이 있는 게 좋은 거지.”
“점심시간.”
“그래서 싫어?”
“아니.”
원희의 물음에 아정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저었다.
“안 싫어.”
“그럼 된 거지.”
원희가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자 아정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이걸로 된 거였다. 그냥 좋아하는 거니까.
“좋아하면 그걸로 그만인 거고. 그게 다행인 거고. 그게 좋은 거지. 그렇게 하면 그냥 되는 거지.”
“그렇지.”
아정은 고개를 뒤로 젖혔다. 원희는 그런 아정을 가만히 응시하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아정은 그 시선을 고스란히 느꼈다.
“너무 보고 있는 거 아니야?”
“느껴져?”
“응. 네 시선은 하나하나 다 느껴져.”
“그렇구나.”
원희가 시선을 거두자 아정이 먼저 원희의 손을 잡았다. 원희는 입술을 쭉 내밀고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좋지.”
“야자 시간에 꼭 이래야 해?”
“응.”
아정이 자리를 옮기자 지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희 지금 선생님들에게 두 사람이 사귀는 거 안 들키는 게 목적이라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이건 아니잖아.”
“그러니까 너도 가야지.”
“어?”
아정의 말에 지수는 미간을 모았다.
“싫어.”
“부탁이야.”
아정은 곧바로 손을 모았다.
“응?”
“미쳤어.”
지수는 어이가 없다는 듯 미간을 모았다. 이 상황에서 연애를 하는 것도 이해가 안 가지만 이건 더더욱 아니었다.
“너 미친 거지?”
“왜?”
“아니.”
지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크게 한 번 숨을 들이쉬고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하자고 하는 거니까.”
“사랑해.”
“저리 가.”
아정이 갑자기 껴안자 지수는 아정을 밀어냈다. 하지만 아정은 밀려나지 않고 더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하여간.”
“사랑스럽지?”
“아니. 너무 미워.”
“그럴수록 너를 더 사랑해.”
지수는 아정을 밀어내면서 계속 문제집을 챙겼다. 원희 쪽을 보니 원희도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 두 사람의 연애에 도대체 뭘 하는 건지. 지수는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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