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환절기, 따뜻한 국물
Good – 예쁘고 따스한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
Bad – 동성애는 무조건 더러운 거야.
평점 - ★★★★☆ (9점)
워낙 퀴어 영화를 좋아하기에 정식 개봉을 기다렸던 [환절기]는 기대를 했던 것 이상으로 좋고 편안한 영화였습니다. 개인적으로 퀴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약간의 암울함. 그리고 불행 같은 거? 무조건 행복하지만 않을 수 있을 거라는 어떤 느낌. 그런 것 때문이었습니다. [환절기]는 이런 기존의 퀴어 영화와는 다소 다른 느낌을 선사하기는 합니다. 행복하고 따스한 시선으로 그려지죠. 기본적으로 퀴어 영화에 가족의 자리가 그리 크지 않은 것과 다르게 ‘배종옥’ 배우가 연기하는 ‘미경’의 중심에 있다는 것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알게 된 엄마의 모습을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그려내니까요. 머리를 단정히 묶은 모습에서부터 살짝 풀어지면서 넋을 놓고 지친 모습까지. ‘배종옥’ 배우가 아니었더라면 [환절기]는 아무런 설득도 가지지 못할뿐더러, 관객들의 마음의 계절을 바꿔내지 못했을 게 분명해 보입니다. 아무리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두 남성 배우가 출연하더라도 말이죠. 기본적으로 따스한 시선을 가진 채 진행을 하면서도 뭔가 우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환절기]에 마음을 빼앗긴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게다가 여기에 교복만 입으면 그 누구보다도 사랑스러워지는 소년의 매력이 듬뿍 담긴 ‘이원근’ 배우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극을 이끌어가는 것 역시 [환절기]의 힘입니다. 상대적으로 ‘배종옥’ 배우와 부딪치는 장면이 많기에 밀릴 수도 있을 거 같지만, ‘이원근’ 배우는 전혀 그런 것 없이 이야기를 만들어갑니다. 엄마의 친구들로 나오는 배우들의 연기 역시 그러합니다. 실제로도 그런 사람들이 있을 것 같이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환절기]를 어디 동떨어진 특별한. 그리고 이상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위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만들어냅니다. 이건 오롯이 배우들이 가진 힘이고, 감독이 만들어낸 능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동안 수많은 퀴어 영화들이 다소 동떨어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래냈다면, [환절기]는 그 어느 퀴어 영화보다도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옵니다. 내 아들이 만일. 이라는 질문을 자꾸만 하는 거죠. 그러면서도 우리 주위에 사랑스러워 보이는 동성 친구들도 그럴 수 있구나. 그리고 그게 아무렇지도 않은 거였고 그걸 그렇게 바라보는 시선이 잘못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듭니다. 누구라도 그럴 수 있고. 그들의 사랑이 전혀 특별하지 않은 것이라는 것을 영화에서는 강하지 않게 주장하고 표현합니다.
아들의 단짝이 아들의 애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변화를 겪는 ‘미경’은 ‘배종옥’ 배우가 연기합니다. 과연 이 역할을 ‘배종옥’이라는 사람을 제외하고 감히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배종옥’ 배우는 너무나도 완벽하게 이 역할을 소화합니다. 앞에서도 말을 한 것처럼, ‘배종옥’ 배우는 극 중 몇 번의 변화를 겪게 되는데요. 남편이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면서 점점 말라가는 중년 여성의 모습에서부터, 아들에게 살갑고 아들 친구에게 다정한 존재. 그리고 아들이 다치고 난 이후 충격에 빠지고 지쳐가는 순간. 그 순간에 아들과 친구의 관계를 알게 되는 모든 것들이 다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얼굴에 피로함을 더하는 것과 머리 모양을 바꾸는 것 정도로 이것을 묘사하는데, 고작 이런 것만 가지고도 그 모든 세월을 다 그려내고 그 모든 마음의 부침을 표현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 배우에 대한 애정이 커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화의 전반부와 후반부의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기에 배우로 힘들 수밖에 없을 거 같은데, ‘배종옥’ 배우는 그 완벽하게 전환이 되는 시점에도 자신의 매력을 표현하며 극의 중심을 오롯이 이끌어나갑니다. 극에 등장을 하지 않는 순간까지도 극의 모든 부분을 꽉 잡으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감정선을 고스란히 따라오게 만드는 기분입니다.
‘미경’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아들의 단짝인 동성 애인 ‘용준’ 역은 ‘이원근’ 배우가 맡았습니다. ‘이원근’은 역시 교복. 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을 정도로 이번에도 ‘이원근’ 배우는 사랑스러우면서도 꼭 안아주고 싶은 소년의 모습을 연기합니다. 전작 [여교사]에서도 어딘지 모르게 결핍이 있는. 그래서 안아주고 싶고 보듬어 주고 싶은 소년을 연기했는데, 이번에는 그 보다 한 발 더 나아간 느낌입니다. 아마 ‘수현’이 ‘용준’에게 먼저 고백을 하게 된 지점도 이 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라도 이 아이를 보호를 해주고 싶다. 이 아이를 안아주고. 이 아이를 지켜주고 싶다. 이런 느낌으로 말이죠. 갈 곳이 없어서 그저 있는 것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마음을 열게 만들고 짠하게 만드는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부드러운 것 같고 아직 어린 목소리는 [그물]이나 드라마 [저글러스]에서도 돋보였는데 이번에도 돋보이는 느낌입니다. 여기에 그의 매력적인 눈웃음까지 더해지고 나니, 그 누가 이 영화를 보고 그에게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싶습니다. ‘이원근’에게 반하는 것은 남녀노소 구분이 없을 정도로, 그는 가장 자신에게 잘 어울리고 자신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맡아서 훌륭히 소화합니다. 불안하면서도 떨리고, 그러면서도 꼭 안아주고 싶은 소년은 오직 ‘이원근’ 배우이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두 사람의 갈등 사이에 놓인 ‘수현’ 역은 ‘지윤호’ 배우가 연기하는데 정말 고생한 것이 눈에 보이는 역할입니다. 사고를 통해서 깨어나지 못하는 상태를 연기해야 하기에, 굉장히 힘들었을 것 같은데, ‘지윤호’ 배우는 이 힘든 역할을 안정적으로 소화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두 배우와 다르게 자신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면서 밝게 웃고 건강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완벽한 균형을 맞추지 않나 싶습니다. 다소 이기적으로 보이는 것 같은 순간의 모습까지도 밉지 않은 것은 ‘용준’과 다르게 ‘수현’이 상대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드러내고 말하는 것을 이미 관객들에게 보여주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이원근’ 배우를 더 애정하는 저로써는 왜 자꾸 ‘용준’이를 기다리게 하는 건지, ‘수현’이 너무나도 밉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밉살스러운 모습까지도 사랑하게 만드는 것은 오직 ‘지윤호’ 배우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래도 두 사람 가운데에 있고 그 갈등의 정점에서는 빠져 있다가, ‘미경’의 마음의 계절이 모두 바뀐 이후에 다시 등장하는 만큼 인물의 감성이 제대로 드러날 순간도 없는데, ‘수현’의 마음이 모두 이해가 가는 이유는 ‘지윤호’ 배우의 안정적이면서도 사랑스러운 연기력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15세라고 하기에는 다소 수위가 아슬아슬한 것 같지만,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지 않은 이유는 그것을 사랑스럽게 묘사했고 이 이야기를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야기로 만든 감독의 힘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수위가 꽤 높다고 생각하지만 생각해보니 수많은 퀴어 영화에 나오는 키스조차 나오지 않았습니다. 키스도 하지 않았는데 두 사람이 사랑스럽고 예쁘게 그려지다니. 기본적으로 [환절기]는 학원물의 느낌을 줍니다. 두 소년이 고등학생에서부터 성인, 그리고 군인을 지나는 모습을 보이지만, 여전히 반짝거리고 빛나는 모습으로 그려지거든요. 오직 서로만을 생각하면서 행복한 소년들의 모습. 결말을 보고 에? 라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그것이 어떤 정해진 방향을 향해서 나아가지 않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리 낯설고 아쉽게 느끼지 않아도 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이 영화를 상영하는 관이 너무나도 적다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관객들의 마음의 계절을 완벽하게 바꿔줄 수 있는 사랑스러운 영화인데, 그저 동성애가 소재 중 하나로 등장한다는 것만으로 이렇게 냉정하게 모두 외면해도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관객의 마음의 계절도 따스한 시선으로 바꿔줄 수 있는, 이제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지금과 꼭 어울리는 영화 [환절기]입니다.
로맨스 소설 쓰는 남자 권정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 ‘수현’의 노래를 듣는 ‘미경’과 ‘용준’
둘 - ‘용준’과 ‘수현’의 이불에서의 꽁냥꽁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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