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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영화] 원더풀 라이프, 당신의 인생은 무엇입니까?

권정선재 2018. 1. 1. 21:46

[맛있는 영화] 원더풀 라이프, 당신의 인생은 무엇입니까?

 

[원더풀 라이프] 시사회에 다녀온 후 쓰는 리뷰입니다.

 

Good 잔잔하지만 의미가 있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Bad 영화라면 모름지기 박진감이 있어야지.

평점 - ★★★★ (8)

 

한국이 가장 사랑하는 일본 감독하면 단연 고레에다 히로카즈부터 꼽지 않을까 싶습니다. [원더풀 라이프]는 망자들에게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만을 남긴 채 천국으로 갈 수 있도록 돕는다는 따스한 느낌의 영화입니다.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했던 기억. 이것을 다른 사람들이 돕는데요. 일종의 사자 같기도 한 이들과 망자들의 유대 같은 것이 묘하게 생기는 지점 역시 [원더풀 라이프]가 가지고 있는 매력입니다. 영화 자체는 꽤나 느릿느릿하게 흘러가는 느낌입니다. 하루하루의 시간이 지나가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기에 다소 자극적인 것을 생각하시는 관객이라면 이게 도대체 뭐야? 라는 생각을 하실 수 있을 거라고 느껴집니다. 하지만 잔잔한 영화, 그리고 삶의 반짝이는 순간에 대한 생각을 하는 관객이라면 그 어떤 영화보다도 [원더풀 라이프]를 사랑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당신의 삶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반짝이는 순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망자들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서, 그리고 그런 망자를 바라보는 사자들의 시선을 통해서 우리 삶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거죠. 한 해를 시작하면서 어떻게 살아야할까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만드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감독이 워낙 사람에 대한 집중을 잘 하는 감독이기에 초기작인 [원더풀 라이프]에서도 사람 그 자체에 대해서 집중하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해서 집중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데요. 특히나 사자들의 관계에 대해서도 흥미롭게 다루는 것이 영화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다소 단조로울 수도 있는 이야기들을 조금 더 집중해서 볼 수 있게 만들어주거든요. 영화를 보면서 몇 개의 감동적인 부분이 있는데, 한 가지가 망자들이 자신의 추억을 되살리는 부분이고, 또 다른 하나는 사자들이 망자들을 위해서 그들의 행복했던 기억을 찾기 위해서 노력해주는 부분입니다. 단순히 자신들이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망자들을 위로하고 그들을 위해서 특별한 일을 해주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려지는 거죠. 그 안에서 서로에 대한 관계가 맺어지면서 조금 더 편한 이야기를 하고, 망자들도 속의 이야기를 더 자세히 할 수 있게 되는 거고요. 망자들의 행복한 기억을 만드는 영화를 만드는 과정까지 보게 되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는 오늘 충실하게 살고 있을까? 나의 가장 소중한 기억은 무엇일까 하고 말이죠. 나의 소중한 기억을 위해서 오늘 하루도 더 충실하게 살고 내 주변에 더 집중해야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우라 아라타는 속내를 잘 알 수 없는 사자 타카시역을 연기합니다. 그리 많은 말을 하지도 않고 자신의 속내도 드러내지 않는 역할이기에 더욱 궁금증을 야기하는 역할입니다. 그렇지만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만큼 망자들에 대해서 더 친절하게 대해주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인생에서 어떤 기억이 가장 소중한 기억인지 모르겠다는 망자를 위해서 그의 모든 기억의 자료를 찾아주기도 합니다. 같은 사자인 시오리와 뭔가 묘한 감정을 주고 받는 것 같으면서도 제대로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망자를 위한 일을 하다가 스스로에 대해서도 깨닫는 순간이 오는데 그 깨달음의 순간까지도 잔잔하게 묘사합니다. 그리고 그 잔잔함이 오히려 타카시라는 인물을 더 부각하는 느낌입니다.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역할입니다.

 

타카시를 좋아하는 시오리역은 오다 에리카가 연기했습니다. ‘타카시에 비해서 속내를 많이 드러내는 역할입니다. 망자들이 자신과 다르게 기억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현하고, 누군가의 기억에 대해서 그거 너무 흔해. 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죠. 처음에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어? 라고 생각을 했지만 이내 그 모습이 그네들이 부러워서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처음에는 이쪽이 정말로 주인공이 맞아? 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그렇게 눈에 뜨는 역할은 아닙니다. 사람들의 뒤에 있고 그저 묵묵히 그들을 돕는 것이 전부인 역할이죠. 하지만 이 그저 누군가를 돕는 모습이 오히려 시오리를 더욱 반짝이게 하는 순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누구나 다 앞에 있지 않으니까요. 조용하면서도 솔직한 모습이 영화를 빛나게 하는 순간인 것 같습니다.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그 삶이 어떻게 이어져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죽음 이후에 삶에 대해서 생각한다는 것이 다소 아이러니하기는 하지만 오히려 죽고 난 이후니까, 다시 그것을 되돌릴 수 없으니 그 가치에 대해서 더 진지하고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영화 자체가 화려하지 않기에 오히려 이 부분이 더욱 잘 살아나는 느낌이 아닌가 싶습니다. 초기 감독의 작품이니 만큼 훨씬 더 잔잔하면서도 상황 자체에 집중하는 느낌입니다. 각각의 캐릭터에 집중하지 않는 영화이니 만큼, 관객의 입장에서 어느 부분을 중점으로 봐야 하는지, 조금은 고민해야 하지만 결국 그 평범한 캐릭터들이 우리들의 모습과 닮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영화의 그 밋밋함이 완벽한 매력이 되어서 다가오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추억. 그리고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되는 거죠. 우리가 정말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던 것. 그래서 너무나도 소중하게 생각하던 순간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되거든요. 영화에 있어서는 조금만 더. 하는 아쉬움이 묻어나기는 하지만 오히려 이런 식으로 끝이 난 것이 더 자연스럽고 행복한 기억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당신의 삶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 영화 [원더풀 라이프]입니다.

 

로맨스 소설 쓰는 남자 권정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망자들이 자신의 추억에 대해 말해주는 부분

- 망자들을 위한 영화를 만드는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