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스포)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빨간데 안 매워
시사회를 다녀온 후 쓰는 리뷰입니다.
일본과 좀비를 생각한 순간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엄청난 공포를 선보일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러 영화에 있어서 그 어느 나라보다 분명한 자신만의 시선을 갖고 있는 국가가 바로 일본이니 만큼 이 매력에 대해서 확실하게 살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죠.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시작부터 미친 듯 달리는 영화입니다. 이토록 미친 듯 달리기만 해도 되는 걸까? 싶을 정도로 영화는 앞으로 달리기만 합니다. 여기에 관객이 개입할 수 있는 공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영화는 관객이 생각을 하면서 하나하나 따져가기 전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모두 다 보여주면서 엄청난 속도로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좀비 영화를 찍던 감독이 더 훌륭한 영화를 찍기 위한 집착으로 인해서 수상한 장소에서 진짜 좀비를 불러낸다는. 다소 허무맹랑할 수도 있지만 그런 만큼 관객들에게 더 깊은 몰입을 선사하게 됩니다. 관객이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지 자체를 없애버리기에 영화에 집중하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없게 되는 거죠. 영화는 도대체 이게 무슨 내용이지? 라는 생각을 할 여지도 없이 30분에 가까운 시간을 미친 듯 달려가며 관객들의 정신을 집중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중반으로 넘어서는 순간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드러나게 됩니다. 우리가 앞에서 봤던 영화와 전혀 다른 결의 이야기가 펼쳐지게 되는 거죠. 우리가 봐왔던 에의 그 일본 영화 특유의 가족 이야기가 펼쳐지게 됩니다. 아니, 좀비 영화에서 가족 이야기라는 것 자체가 말이 되는 거야? 라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영화는 다시 관객들을 가족 이야기 안으로 데리고 갑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가족과 다소 다른 느낌의. 그들이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것은 이미 과거의 일이 된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아버지는 다소 무능력하지만 자식을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하려고 하고, 딸도 자신의 열정을 무조건 펼칠 수 있는 자리를 찾고자 하죠. 여기에 그저 가정 안에서만 머물던 엄마 역시 자신이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을 위해 나서게 되고요. 이 과정에서 일본 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매력이 살아나게 됩니다. 가족의 구성원에 대해서 그렇게 세밀한 묘사를 하지도 않으면서, 관객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게 되고 그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되는 거죠. 나라면 과연 저 순간에 어떤 생각을 했을까? 라는 생각을 하는 동시에 영화가 얼마나 우여곡절 끝에 촬영이 된 것인지 확인하면서 웃음까지 터져 나오게 만듭니다.
아무래도 전반부와 후반부의 역할이 완벽하게 달라지는 영화이니 만큼 도대체 뭘 보고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거꾸로 더 흥미를 느끼면서 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독창적인 영화가 낭로 수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관객들은 분명히 우리가 보고 있는 상황이 같은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두 번째 내용에서는 전혀 다른 영화를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앞의 그 난처하게 갑자기 휘몰아친 이야기에 대해서 더욱 사랑스럽게 느끼고, 그 부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죠. 결국 그들이 좀비 영화를 찍고 있었던 것이고, 그 한 편의 영화가 얼마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만들어졌는지, 다소 단순한 영화일 수는 있지만 이게 가족과 어울리게 되면서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게다가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가 매력적인 이유는 가족을 중심에 둔 좀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좀비 영화 그 자체로의 가치도 그리 가볍지 않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말로 호러로 느껴지고, 그들의 행동이 공포스럽게 다가오거든요. 초반 30분의 한 씬으로 끝내는 액션의 광풍에서는 제대로 된 좀비 호러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듭니다. 무더운 여름을 싹 날려줄 짜릿한 좀비 영화건, 가족 영화건, 재미있는 영화건 무엇이든 충족시켜줄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였습니다.
로맨스 소설 쓰는 남자 권정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 한 번에 이어지는 좀비 영화
둘 – 좀비 영화의 실체가 드러나는 모든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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