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공작, 골목길 안의 숨겨진 맛집
Good – 심리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Bad – 공작 영화라면 총격전이라도 벌어져야지.
평점 - 8점
올 여름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영화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공작]을 꼽을 것 같습니다. 사실 싫어하는 배우가 나오기도 하는 만큼 볼까말까 굉장히 망설인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성민’ 배우에 대한 믿음 하나로 영화를 선택했고, 영화는 이 믿음을 완벽하게 보상합니다.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도 충격적인데, ‘이성민’ 배우가 이것을 아주 사실적으로 그려내서 더욱 충격적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던 일들이 과거에 있었구나.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을 하는 것들을 누리기 위해서 우리의 뒤에서 그것들을 묵묵히 해내던 사람들이 있었던 거구나. 하는 생각 같은 거 말이죠. 아무래도 ‘윤종빈’ 감독의 작품이니 만큼 초반부에 다소 지루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약간 늘어지는 거 아닌가? 하는 순간이 있기는 하지만 이야기가 본 궤도에 오르기 시작하면서 [공작]이라는 열차는 빠르게 달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관객들이 제대로 무언가를 할 여지를 주지 않고 이야기가 빠르게 진행을 해나가기 시작하죠. 그리 짧은 러닝타임이 아님에도 지루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감독과 배우들의 공이 아닐까 싶습니다.
[공작]이 다른 그 어떤 영화보다도 매력적인 이유는 북한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입니다. 극 중 ‘주지훈’의 대사에서도 나오는 것처럼 그게 북한인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관객들이 그것을 북한이라고 느끼면 되는 것인데 감독은 이 부분을 훌륭하게 해냅니다. 정말로 영화를 보면서 그 장소가 북한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실제로 그들이 이렇게 살고 있을 것 같고, 우리는 그곳을 갈 때 이런 것들을 느낄 것 같다는 것. 그것 자체가 [공작]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소 낡은 분위기를 주면서도 그 안에 무언가가 제대로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는 어떤 것들 말이죠. 정말로 그 안에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와 다른 곳. 폐쇄된 사회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 독특하게 느껴집니다. 그러면서도 그 안에 평범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 그 안에 사람들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를 그려주는 것도 좋습니다. 물론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만큼 그것과 비교하는 것 역시 어떤 흥미를 주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공작]은 제목과는 다르게 뭔가 격정적인 액션 같은 것을 선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그 안에서 정적인 이야기를 선보이면서 관객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선택을 하는데요. 마지막까지 어떤 방식으로 진행이 될지 모르는 만큼 끝까지 긴장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습니다.
‘이성민’은 북한에서 경제적인 파트를 맡고 있는 ‘리명운’역을 연기합니다. 그 동안‘ 이성민’ 배우가 연기를 잘 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공작]을 보고 나니 그가 얼마나 연기를 잘 하는 배우인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영화는 그의 선택이 과연 어떤 방향으로 흐르게 될까를 찾는 것 역시 또 하나의 흥미로운 지점으로 선사합니다. 실제 모델이 있는 만큼 과연 실제 인물은 또 어떤 선택을 했을까에 대해서도 흥미를 갖게 만드는 지점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아무래도 상대를 제대로 신뢰하지 못하는 만큼 초반에는 단단하고 전혀 여유가 없는 모습을 보이지만, 상대를 믿는 그 순간부터는 모든 것을 다 열어주고 그를 믿기 위해서 모든 것을 하는 것에서 특별한 무언가를 느끼게 합니다. ‘이성민’은 실제로 인물을 스크린에 살아있다고 느끼게 합니다.
안기부 직원인 ‘최학성’은 ‘조진웅’이 연기합니다.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에도 불구하고 ‘조진웅’은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입니다. 아무래도 적은 비중이니 만큼 이 선택이 아쉬울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조진웅’은 그 안에서도 자신의 연기를 완벽하게 해냅니다. 다소 커다란 덩치이니 만큼 늘 헐떡이는 것 같은 느낌도 주는데요. 그러면서도 그의 머릿속에 엄청난 계산이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관객의 입장에서 그리 쉽게 볼 수 없습니다. ‘최학성’은 자신이 하는 선택, 그리고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뭐든 다 할 수 있는 인물인데요. 그런 만큼 자신이 직접 만들었던 ‘흑금성’까지도 버리는 대담한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아군에게까지 공포를 주는 서늘하면서도 뭔가 숨기고 있는 것 같은 연기를 멋지게 소화합니다.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는 ‘정무택’ 역은 ‘주지훈’이 연기합니다. ‘주지훈’은 역시 이런 연기가 어울립니다. [신과 함께] 시리즈에 이어서 다시 한 번 느물거리면서도 여유로운 느낌의 무언가를 선보이는데요. 이것이 ‘주지훈’이라는 배우와 아주 잘 어울리는 느낌입니다. 아주 미끈한 느낌의 캐릭터라고 해야 할까요? 뱀처럼 상대방을 위협하면서도, 또 적당히 속아주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다시 역공을 당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면서 끝까지 관객을 혼란에 빠뜨리는 역할입니다. 가장 위험한 인물이기도 하면서, 가장 안심할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한데요. 지나칠 정도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는 만큼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큰 위험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 그런 만큼 자유로움을 선사하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주지훈’이라는 배우의 가장 자유로우면서도 미끈한, 그러면서도 도발적인 느낌을 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황정민’은 ‘흑금성’을 연기합니다. 늘 그렇듯 그는 비슷한 연기를 또 다시 선보입니다. 사투리를 쓰면서 대충 능글거리면서 넘어가려는 역할. 영화에서 잘 어울리기는 하지만, 그 동안 조금 더 극한으로 자신을 몰아넣던 배우를 아는 사람으로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다소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영화의 전반에 다 등장하는 역할이니 만큼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면 좋기는 하겠는데 기본적으로 다소 느린 연기를 선보이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오기도 하니. 뭐 아쉬운 대로 용납을 하고 넘어갈 수 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다만 전면에 등장하는 배우이니 만큼 한 방이 없는 것은 아쉽습니다. 그 동안의 ‘황정민’과 뭐가 다른 거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공작]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영화이니 만큼 무거울 수도 있는데 감독은 최대한 이것을 피해가는 느낌입니다. 영화는 마치 잘 맞춰진 연극을 보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꽤나 긴 이야기가 진행이 되는데 지루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그 안의 독특한 호흡 같은 것이 있어서일 것 같은데요. 관객이 지루하게 느낄 것 같은 순간에 또 다른 사건이 벌어지면서 배경 자체가 변하게 되고 여기에 푹 빠지게 됩니다. 이에 대해서 어떤 위협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감독은 능수능란하게 이것을 다룹니다. 관객들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건, 살지 않았던 사람이건 그 사건이 일어났음에 대해서 완벽하게 인지하게 해주고, 다시 한 번 그것이 오늘날에도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이는 아마도 배역들에게 어떤 생기 같은 것을 줬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늘 보이던 것과 비슷해 보이는 연기를 하는 배우도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모두 감독의 능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소 빤해 보이는 연기를 하면서 왜 아직도 이런 연기를 하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드는 배우까지도 매력적으로 드러나게 만드니까요. 그와 동시에 허투루 지나가는 배역도 하나 없이 완벽한 연출을 선보이는 것은 관객에게 어떤 만족까지 주지 않나 싶습니다. 총 한 번 제대로 쏘지 않지만 그 무엇보다도 서늘한 영화 [공작]입니다.
로맨스 소설 쓰는 남자 권정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 ‘이성민’의 첫 등장
둘 - ‘이효리’가 등장하는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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