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현재진행형[완]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2018 [3장. 비밀을 안 소년]

권정선재 2018. 6. 15. 00:54

3. 비밀을 안 소년

여기 자리 있는데?”

?”

강의실에 들어간 아정은 몸이 굳었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자신이 앉던 자리였다. 아무리 자신이 싫다고 하더라도 이건 아니었다. 하지만 모든 동기들이 자신을 보는데 다른 말을 더 할 수도 없었다.

미안.”

아정은 앞으로 향했다. 빈자리. 그리고 앉으려는데.

거기 선배들 자리야.”

?”

조롱이 섞인 말투. 아정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칠판이 잘 보이지도 않는 가장 뒷자리에 앉았다. 저 앞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기분. 하지만 무너질 수 없었다.

 

아 그래.”

아정은 전화를 끊고 한숨을 토해냈다. 지수가 혼자서 바쁘다고 하는데 자신은 아무 것도 할 게 없었다.

싫다.”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하나? 싶다가 아정은 고개를 저었다. 이럴 때일수록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는 거였다.

그래. 윤아정. 잘 하자.”

 

얼굴이 왜 그래?”

?”

아정은 얼굴을 만지며 미간을 모았다.

너도 여자는 무조건 화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아니.”

원희는 놀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런 게 아니라.”

농담이야.”

아정은 혀를 내밀고 씩 웃었다.

아무래도 내가 욕심이 있어서 공부를 하려다 보니까 확실히 꾸미고 그런 건 조금 멀어지더라. 제대로 해야 한다. 뭐 이런 생각? 나는 정말 제대로 하고 싶거든. 내가 잘 하는 거 하고 싶어.”

. 그래야지.”

원희는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면서 별 것 아니라는 듯 애써 웃었다. 원희는 인상을 구겼다.

무슨 일이 있는 거지?”

아니.”

거짓말.”

아니래도.”

아정은 원희의 손을 꼭 잡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새로운 거 하니까 힘이 들어서 그래. 원희 너는 학원에서 다시 시간을 보내는 거 힘들지 않아?”

.”

그렇구나.”

원희는 미간을 모았다. 그리고 아정의 손을 잡고 아랫입술을 살짝 물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무슨 일인 건데.”

정말 아무 것도 아니야.”

아정은 부러 씩씩하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원희는 아정의 눈을 보며 입술을 쭉 내밀었다. 아정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원희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다른 말은 더 하지 않았다. 아정은 씩 웃었다.

왜 그래?”

내가 모자라서.”

뭐가?”

윤아정 네가 힘든데. 지금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는 거잖아. 내가 너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은데.”

충분히 힘이야.”

원희는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말?”

그럼.”

진짜지?”

그래.”

아정은 까치발을 하고 원희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원희는 그런 아정을 보고 품에 꼭 안았다.

숨 막혀.”

사랑해.”

나도 사랑해.”

아정은 원희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원희는 가만히 아정의 등을 두드렸다. 무언가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자신이 할 것은 없었다.

 

보강이요?”

몰랐어?”

.”

나 참.”

교수는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무슨 신입생이 벌써 학교 사람들하고 어울리지 못하고 어떻게 하려고 해요? 이제 신입인데.”

죄송합니다.”

도대체 뭘 잘못한 걸까? 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

그럼 학생은 따로 레포트를 제출해요.”

알겠습니다.”

아정은 허리를 숙였다. 일단 이렇게 넘어갈 수 있는 게 다행이었다.

 

과비를 안 내도 된다고요?”

윤아정 학생은 빼고 가기로 했어.”

?”

아정의 얼굴이 굳었다.

그게 무슨?”

몰라?”

?”

네가 한 거잖아.”

아니.”

아정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건지.

저기.”

기분 나쁘니?”

?”

지금 그 표정 뭐야?”

아니.”

아정은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이 한 것은 그저 부장한 것에 대해서 말을 한 게 번부였다. 그런데 이게 무슨 말인 건지.

저기.”

됐어.”

다른 선배가 오더니 지금 아정과 말하던 선배를 잡았다.

그냥 둬.”

?”

얘 아빠 여기 이사잖아.”

아정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자신이 잘못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냥 모든 건 다 이들이 알아서 생각을 하는 거였다. 그런데 마치 자신의 잘못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는 거. 말도 안 되는 거였다.

도대체 왜 그래요?”

뭐라고?”

제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러시는 건데요?”

아정의 말에 모든 시선이 모였다. 아정은 심호흡을 하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선배를 응시했다.

그거 자격지심 아니에요?”

? 이게.”

저 가능하면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그냥 대충 넘어가려고 하는 건데. 도대체 왜 사람을 그냥 두지 않으세요? 뭐 한두 살 차이가 어마어마한 선배 같아요? 그게 지금 뭐하자는 거예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자 선배들은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입을 다물었다.

그냥 가자.”

아정은 자리에 남았다. 머리가 복잡했다.

 

거기 선배 자리야.”

물건이 있나요?”

?”

아정의 말에 선배는 멍한 표정이었다.

이 수업은 미리 자리가 있는 거 아니잖아요. 저 열심히 공부를 하려고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게 다니까.”

아니.”

아정은 이 말을 하고 자리에 앉았다. 아정의 강한 태도에 다른 사람들은 멍한 표정이었다. 아정은 책을 펼쳤다.

얘 뭐야?”

그때 강의실에 들어온 여자가 미간을 모았다.

야 여기 내 자리야.”

옆에 앉으세요.”

?”

꼭 여기에 앉으셔야 하는 거 아니잖아요.”

뭐 이런 게.”

그리고 그쪽이 손을 들려고 하는 순간 아정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 손을 잡았다. 조용한 분위기.

, 너 뭐야?”

지금 뭐 하시려는 건데요?”

?”

뭐 하려고 하시는 거냐고요.”

이게 미쳤나.”

다른 선배가 와서 아정을 밀었다. 아정은 작게 비명을 내리면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일어나려고 하는데 남자 하나가 옆에 나타났다.

뭐야?”

얘 내 자리에 앉잖아.”

비켜.”

?”

비키라고.”

무슨.”

여기 얘 자리야.”

아정은 침을 삼켰다. 도대체 다들 왜 이렇게 유치하게 행동을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여기 대학교 아니에요?”

?”

무슨 대학생들이 이래요.”

아니.”

아정의 말에 모두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정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단호히 대처했다. 절대로 물러나지 않을 거였다.

여기 저 앉을 거예요.”

너 학교 편하게 다니기 싫어?”

이미 안 편한 걸요?”

?”

시작부터 보강이 있는 거 아무도 말해주지 않고. 도대체 뭐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제 어머니가 누구인지가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 건데요?”

아정은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선배를 보고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거칠게 누가 아정을 뒤로 밀어냈다. 아정은 악 소리를 내며 바닥에 넘어졌다. 그리고 머리를 쓸어 올리며 일어났다.

뭐 하는 거예요!”

어디서 눈을 똑바로 떠!”

그럼 눈을 어떻게 떠!”

아정의 뺨을 때리려는 손을 아정이 붙잡았다. 그리고 있는 힘을 다 해서 밀었다. 선배가 넘어지고 다른 사람들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친 거 아니야?”

이게.”

. 경찰 불러.”

그만들 하지?”

그때 들리는 목소리에 아정은 고개를 돌렸다. 키가 크고 미끈하게 생긴 사람이 이리로 걸어오는 중이었다.

얘 말이 뭐가 틀려? 다 커서 다들 유치하게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이런 거 너무 유치하지 않나?”

선배.”

그만 둬.”

선배.

미안.”

남자는 아정에게 손을 내밀었다.

내 이름은 강희건이야. 내가 선배일 때는 이러지 않았는데. 내가 학교에 다니지 않으니 이렇게 되었네.”

선배 복학했어요?”

.”

딱 봐도 귀찮은 목소리. 희건은 아정을 보고 웃었다.

괜찮니?”

.”

그때 교수가 들어오고 모두 자리로 돌아갔다. 아정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도대체 누구인지 몰라도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묘하게 불편한 기분이었다. 이상한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