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현재진행형[완]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2018 [1장. 신입생 등장]

권정선재 2018. 6. 11. 23:45

1. 신입생 등장

이번 신입 중에 정말 예쁜 애 있다며?”

관심 끄시지.”

?”

연예인 딸이래.”

연예인?”

, 웬 배우라고 하던데.”

아정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화장실에서 나가야 하는 거였는데 사람들이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나갈 수가 없었다. 대학에 오면 뭐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달라지는 건 하나 없었다.

그래도 애는 되게 싹싹한 거 같지 않아? 그런 티가 나는 거 하나도 몰랐어. 걔 이름이 뭐라고 하더라?”

윤아정.”

그래. 윤아정.”

아정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가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말아달라고도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걔 엄마가 누구더라? 그 한물 간.”

그래?”

그래. 그 사람.”

아정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자신으로 인해서 엄마가 한물 간 사람의 취급을 받는 것은 가만히 듣고 있을 수 없었다.

걔도 누구 딸 아니니?”

그러니까.”

그 정치인 누구 있지 않나?”

아정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문을 열고 나갔다. 여전히 대화를 하던 사람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모양이었다. 그러다가 아정이 손을 씻기 위해 뒤에 서자 그제야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안녕하세요.”

.”

굳는 얼굴에 아정은 고개를 저었다.

저는 윤아정이고 제 어머니는 유미선 씨에요. 배우. 여전히 잘 나가는. 고혹적이고. 한 시대를 풍미했는데 지금까지도 잘 나가는. 그리고 바람이나 그런 건 아니에요. 그저 제 아버지가 부자라서 거기에 사정이 있는 거긴 한데. 이 대학 재단도 거기랑 관련이 있는 것 정도는 아실 거라고 생각해요. . 거기까지 약간 소문이 늦어서 닿지 않으셨나? 아무튼 그렇다고요. 아셨으면 좋겠어요.”

아정의 말에 다들 입을 다물었다. 아정은 손을 씻고 손수건을 꺼내서 닦은 후 이리저리 고개를 저었다.

대학생이잖아요. 성인. 그런데 이런 유치한 이야기를 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네요. 그럼 먼저 갈게요.”

아정이 나가고 뒤가 시끄러워졌지만 그런 것까지 신경을 쓸 이유는 없었다.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미친 것들 아니야?”

그러게.”

지수의 말에 아정은 한숨을 토해냈다. 대학에 오면 달라질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고등학생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아니 도대체 엄마 이야기는 왜 하는 건지도 모르겠어. 정말 싫다. 안 그래도 힘든데. 나들 너무해.”

원희를 못 봐서?”

. 바쁘시대.”

. 재수생이니까.”

그래도.”

아정은 입을 쭉 내밀며 미간을 모았다.

너랑 지석이는?”

뭐가?”

사귀는 거 아니었어?”

아니.”

아정의 물음에 지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머라도 있는 줄 알았지만 두 사람 사이는 그저 끝이 나버렸다.

아니 어떻게 고등학교 졸업을 하기가 무섭게 멀어질 수가 있니? 하여간 애초에 내가 여지를 주면 안 되는 거였어.”

너도 좋아한 거구나?”

아니.”

지수의 반응에 아정은 쿡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지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머리를 뒤로 넘겼다.

하여간 마음에 안 들어.”

너무 그러지 마.”

?”

그래도 지석이도 노력하잖아.”

아니.”

아정의 말에 지수는 검지를 들고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정은 그저 미소를 지은 채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 지수와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다행이었다. 그때 지수가 시간을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기숙사.”

통금 진짜 이상해.”

그러니까. 남자애들은 세 시까진대. 여자만 자정이야.”

따져야 하는 거 아니야?”

. 몰라.”

지수는 손뼉을 치고 가볍게 아정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정은 손을 흔들었고 멀어지는 지수를 보고 돌아섰다.

 

하여간.”

아무리 공부를 하느라 바쁘다고 해도 한 번 연락을 할 수 있는 건 아닌가? 원희는 휴대전화 메시지도 확인도 안 하는 모양이었다.

아니 아무리 열심히 공부를 한다고 해도 이렇게 열심히 해서 뭐. 아니 나 안 보고 살 수가 있나?”

없는데.”

아정이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 이원희.”

미안.”

원희가 혀를 내밀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빨리 오려고 했는데.”

너 뭐야?”

네 애인?”

?”

미안.”

아정은 입술을 쭉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양팔을 벌렸고 원희가 앞으로 한 발 와서 아정을 꼭 안았다.

미안해.”

그렇게 바빠?”

. 너에게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가고 싶으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너무 보고 싶어도 참아야 하는 거고.”

너무 그러지 마.”

아정은 양손으로 원희의 얼굴을 잡고 고개를 흔들었다. 원희는 씩 웃으면서 아정을 품에 꼭 안았다.

하여간 귀여워.”

그냥 하는 말 아니야.”

알아.”

아는데 이래?”

.”

뭐야?”

아정은 살짝 원희를 밀어냈다. 원희는 깊이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아정의 눈을 응시했다.

너에게 조금 더 어울리는 사람이 될 거야. 이원희가 공부 좀 한다고. 대신 이렇게 저녁에 시간 나면 꼭 올게.”

정말이지?”

그럼.”

원희가 손을 내밀었고 아정도 그 손을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란히 걸었다. 3월의 날씨는 아직 추웠다. 아정이 가볍게 팔을 비비자 원희는 외투를 벗어서 아정에게 건넸다. 아정은 고개를 흔들면서도 그것을 받았다. 편안했다. 그리고 집에 오는 길. 원희가 돌아서자 아정은 원희를 쫓아가서 허리를 안았다. 모든 지침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