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장. 개학을 앞두고
“벌써 여름이 다 갔어.”
“그러게.”
여름 방학이 계속 될 거라고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바로 끝이 나니 이것도 묘한 기분이었다.
“신기해.”
“나도.”
원희는 아정의 손을 꽉 잡았다. 이제 2학기가 되고 나면 두 사람의 시간은 다시 흐를 거였다.
“벌써 개학이라니.”
아정은 잔뜩 볼을 부풀렸다.
“정말 싫어.”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원희는 씩 웃으면서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이번 여름은 내가 생각을 했던 것과 전혀 달라.”
“뭐가?”
“그냥. 다.”
원희는 입술을 내밀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너랑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내가 생각도 하지 않았던 고 3이 된 거 같아. 애초에 이렇게 갑자기 전학을 오는 것만 해도 내가 생각을 하는 것과 전혀 달랐지만. 이건 정말로 내 생각과 달라.”
“나도 마찬가지야.”
아정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다른 애들과 같은 시간일 거라고만 생각을 했다. 이렇게 누군가와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여유로울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만일 원희가 아니었다면 훨씬 더 지쳤을 거였다.
“네가 아니었더라면 나는 너무나도 괴로운 시간을 보냈을 거야. 그건 너에게 너무 고마워. 정말로.”
“나도 마찬가지야.”
“아니.”
원희의 말에도 아정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그건 달라.”
“뭐가 달라?”
“다.”
“그게 뭐야.”
원희는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정도 혀를 내밀면서 어색하게 웃었다.
“그런가?”
“다를 거 하나 없어. 너나 나나 생각을 하는 게 같은 거니까. 우리가 느끼는 시간은 같으니까.”
“특별해.”
이 순간. 이 모든 시간들. 이걸 가지고 특별하지 않다고 하는 사람이 더 이상한 거였다. 이 소중한 시간들은 누군가와 같이 할 수 있다는 것. 그 시간을 보낼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누구에게나 다 힘들고 지치는 시간이 바로 고 3이라는 시간일 거야. 바로 이 시간. 이 시간을 너와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을 해. 네가 아니었더라면 나는 이 시간을 보내지 못했을 거야.”
“그런 말 이상하다.”
“그러게.”
원희의 지적에 아정도 혀를 내밀고 씩 웃었다.
“헤어지는 거 같아.”
“그렇지.”
원희는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이제 데이트도 못 하겠지?”
“응.”
아정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이전처럼 어리광을 부리면서 무조건 원희를 조를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제 나도 공부를 해야 하고. 너도 공부를 해야 하고. 그래도 학교에서 우리는 계속 보는 거니까.”
“그러게.”
학교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너 학교는 어디로 갈지 정했어?”
“너랑 가장 가까운 곳.”
“그래?”
“응.”
원희의 대답에 아정은 감동이라도 한 표정을 지었다. 원희는 머리를 뒤로 넘기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멀 거야.”
“왜?”
“너는 공부를 잘 하잖아.”
“그런 말이 어디에 있어?”
“사실이야.”
“그런가?”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원희와 자신이 같은 대학에 갈 수 없다는 사실은 아정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이상해.”
“뭐가?”
“이제 그런 이야기들을 한다는 게.”
“그런가?”
아정의 긴장된 표정과 다르게 원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아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가슴이 콱 막힌 기분이었다. 원희는 그런 아정을 보며 싱긋 웃으면서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그러지 마.”
“어?”
“네가 그러니까 나까지 걱정이 된다.”
“미안.”
“사과는.”
아정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이내 헛기침을 한 번 하고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아니라고 하더라도 결국 두 사람의 길은 달라질 거였다. 그 만큼 지금 이 순간 두 사람이 노력을 해야 하는 거였다.
“우리가 보내야하는 이 시간들. 이 간절함들이 어떤 의미로 다가가게 될지. 그리고 우리에게 남을까?”
“그러게.”
원희는 혀로 입술을 적셨다. 더 이상 축구를 하지 못하게 된다고 했을 때 모든 것이 끝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더 이상 그런 것에 대해서 생각할 것도. 그런 기회도 없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아정이 생겼고 자신의 시간은 아정과 함께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중이었다.
“신기해.”
“신기해?”
“응.”
아정은 원희의 어깨에 기댔다.
“편안해.”
“안 더워?”
“응.”
서로의 체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8월의 밤이었지만 그런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상하게 밤이 되니 조금 더 편안하게 느껴졌다. 원희도 아정의 머리에 조심스럽게 자신의 고개를 기댔다. 편안했다.
“좋다.”
“나도.”
원희는 아정의 손을 가만히 쥐었다.
“따듯해.”
“덥지. 뭘.”
“신기해. 너랑 맨 처음 사귀게 될 거라고 생각을 하지 않았어.”
“그러네.”
원희의 말에 아정은 입술을 내밀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너무 튕겼지.”
“그런 말이 아니잖아.”
원희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는 너도 사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애매한 태도들을 보였던 거 같은데?”
“그런가?”
아정은 혀를 내밀고 어깨를 으쓱했다. 그랬을 거였다. 자신도 너무나도 서툴렀으니까 어쩔 수 없었다.
“나 다른 사람에게 고백을 한 거 처음이었어.”
“정말?”
“응. 정말.”
아정의 말에 원희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아정은 그런 원희의 옆구리를 가볍게 쳤고 원희가 윽 하는 소리를 냈다.
“하여간.”
“뭐가?”
“그런 표정 짓지 마.”
“왜?”
“기분 나빠.”
“그래?”
원희는 낮께 웃으면서 혀를 살짝 내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아정도 그럴 줄 몰랐던 거였다. 그냥 그런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던 거였고 그게 지금까지 온 거였다.
“네가 나를 좋아해준 게 신기해.”
“왜?”
“보잘 것 없잖아.”
아정이 눈을 흘기자 원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리 부정한다고 해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너도 알고 있잖아. 너랑 나는 같이 어울릴 수 없는 종류의 사람들이었다는 거. 알고 있잖아.”
“아니.”
아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 사람들은 없어.”
“그래?”
“그럼.”
“그렇구나.”
“뭐야.”
원희가 자신의 말을 묘하게 따라하자 아정은 웃음을 터뜨렸다. 아정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가자.”
“그래?”
“내일 개학이잖아.”
“그렇지.”
원희는 볼을 부풀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개학이지.”
“이제 진짜구나.”
정말 고 3. 이제 모든 것을 다 걸어야 하는 시기. 아정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원희는 그런 아정을 보며 싱긋 웃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아정을 품에 안았다. 이 시간이 이렇게 있다는 게 신기했다.
“좋다.”
“그냥 좋아.”
원희는 아정을 더욱 편하게 안았다. 아정도 이리저리 자세를 바꿔서 원희에게 기댔다. 오롯이 서로에게 맞춰지는 기분이었다.
“미안해.”
“뭐가?”
“처음에 그렇게 굴어서.”
“아니.”
원희의 사과에 아정은 고개를 저었다.
“그게 당연해.”
“왜?”
“내가 나빴으니까.”
“네가 뭐가 나빠?”
“고집이 셌지.”
아정의 말에 원희는 싱긋 웃었다. 그 모든 시간들이 마치 어제 있었던 일들처럼 생생하게 다가왔다.
“내가 더 용기를 내지 않았더라면 우리 두 사람 사이가 지금처럼 되지 않았을 걸? 그러니 나에게 감사해.”
“맞아.”
아정의 생색에도 원희는 그저 밝게 웃음을 터뜨릴 따름이었다. 아정은 그런 원희의 얼굴을 한 번 만졌다.
“좋다.”
“자꾸 그렇게 좋기만 해?”
“응. 자꾸 이렇게 좋기만 해.”
원희는 혀를 살짝 내밀고 씩 웃었다.
“그저 공부만 하면서 재미없게 보낼 줄 알았던 1년이라는 시간이 너로 인해서 꽉 채워지는 기분이야.”
“아직 다 지나지 않았어.”
“헤어지게?”
“미쳤어?”
“그러니까.”
원희는 입술을 쭉 내밀면서 못 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그저 장난으로 하는 말이라고 하더라도 헤어지라는 말 같은 것을 하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아정은 그런 원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여간 착해.”
“그런 말이 싫은 거야.”
“알았어.”
아정은 이렇게 말을 하고 살짝 원희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주위를 한 번 보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사랑해.”
그리고 그대로 원희의 고개를 끌어당겼다. 원희도 처음에 놀란 표정이었지만 곧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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