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장. 캔커피와 테이크아웃커피
“징계는 안 됩니다.”
“하세요.”
“아니.”
태훈의 말에 담임 교수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이사장님. 그냥 남학생이 한순간의 치기로 실수를 한 거예요. 그 여학생이 지금 이사장님 딸이 아니라도 그러실 겁니까?”
“내 딸이라서 지금까지 참고 있었던 겁니다. 이거 공론화가 되면 그 남학생에게 더 문제가 될 겁니다.”
“하지만.”
“계속 끌기 바랍니까?”
태훈의 낮은 목소리에 담임 교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태훈의 말처럼 더 큰 문제가 된다면 퇴학까지 가능할 거였다.
“그럼 된 거죠?”
“알겠습니다.”
태훈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교수가 나가고 나서 태훈은 이리저리 목을 풀고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된 거냐?”
“네.”
서정의 대답에 태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을 하고 있어. 단 한 번도 내가 일일이 학교의 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적이 없다.”
“그 동안 그러시면 안 되었던 거에요. 그런 말도 안 되는 교수들을 둔 거고. 학생들의 분위기를 그냥 두신 거에요.”
“그럴 수도 있지.”
태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내가 뭘 하기를 바라나?”
“앞으로 나서세요.”
“나서라.”
태훈은 턱을 만지고 한숨을 토해냈다.
“네가 하지 않겠니?”
“저는 어려요.”
“이 학교는 네 거다.”
“아니요.”
태훈의 말에 서정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런 걸 가지고 싶은 생각이란 없었다. 자신의 자리가 아니었다.
“대학이라는 것은 학생들의 것이에요. 저는 그걸 만들고 나면 떠날 겁니다. 그때가 되면 더 이상 아버님이 안 계시니까요.”
“그럴 수도 있겠군.”
태훈은 고개를 끄덕이고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대단하네.”
태훈의 칭찬에 서정은 시선을 피했다.
“저거 미친 거 아니야?”
“조용히 해.”
아정은 등 뒤에서 들리는 소리를 모두 들었다.
“저거 자기 마음에 안 들면 학교에서 다 몰아내잖아. 무슨 어린 애도 아니고 뭐 하는 건지 모르겠어.”
“그러니까.”
아마 다들 자신들이 잘못한 것에 대해서 모르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에 대해서 다른 말을 더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할 것도 없었다.
“멋있어.”
“아니.”
희건의 칭찬에 아정은 한숨을 토해냈다.
“뭐가 멋있어요?”
“그렇게 멋있게 행동을 하니까?”
“아니요.”
아정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한 것은 멋있는 게 아니었다. 당연한 거였고. 거꾸로 문제이기도 했다.
“이거 마셔.”
희건은 아정에게 커피를 내밀었다.
“이게 뭐예요?”
“커피.”
“커피인 걸 모르는 게 아니라.”
아정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아정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희건은 연신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내가 하는 거. 그냥 너는 받으면 되는 거야. 내가 해줄 수 있는 거 하니까. 이거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돈이 문제가 아니라.”
아정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도대체 자신에게 왜 이러는 건지. 희건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 이 정도 돈은 있거든요.”
“네가 돈이 없다는 게 아니라. 네가 좋으니까. 좋아서 해주는 거야. 이건 당연한 일이고. 안 그래?”
“저는 싫어요.”
아정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희건이 원희까지 다 보고 나서 이러는 것 자체가 매우 불쾌했다.
“제 애인을 보셨잖아요.”
“그래서?”
“네?”
아정은 침을 꿀꺽 삼키고 입을 다물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세요?”
“이러면 안 되는 거야? 그냥 선의인데 말이야.”
“아니.”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면서 왜 이러는 건지.
“팀플도 없어졌는데 저에게 왜 이러세요?”
“음.”
희건은 입술을 쭉 내밀면서 씩 웃었다.
“그냥 네가 좋아서.”
“그러지 마세요.”
아정의 단호함에 희건은 잠시 멈칫하다가 씩 웃었다.
“싫어.”
아정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희건은 그런 아정을 물끄러미 보면서 입을 내밀었다.
“안 다쳤어?”
“응.”
아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어?”
원희는 고개를 갸웃했다.
“뭐가?”
“네 걱정.”
“뭐래.”
원희는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도 아정을 바라보는 눈에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좋다.”
“나도 좋아.”
아정은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원희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 그냥 이런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좋았다.
“커피 마시고 싶다.”
“커피.”
원희가 잠시 망설이자 아정은 고개를 저었다.
“저거.”
“어?”
“자판기.”
아정은 자신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자판기에 섰다. 원희는 미간을 모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카페에 가도 돼.”
“어?”
“나 그 정도 돈은 있어.”
“돈이 없다는 게 아니라.”
아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 이거 어릴 적에 마실 때 정말로 좋아했거든. 그래서 마시고 싶은 거야. 나 이거 그렇게 좋아했어.”
“어?”
“아. 말을 안 했구나. 어릴 적에 오빠가 이거 광고를 찍은 적이 있어. 그때 유명한 사람은 아니었고. 오빠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본인이 받을 돈을 전부 다 커피로 주라고 했었어. 그래서 파란 거랑 갈색이랑 두 개 다 한 가득이었어. 달달하고. 사실 이게 커피라고 하기엔 설탕물이 가깝기는 하지만. 그냥 어릴 적에 이걸 마시는 게 좋았어. 그래서 너랑 같이 마시고 싶었어.”
“알았어.”
원희는 천 원을 내고 커피 두 개를 뽑았다. 그리고 백 원 동전 두 개를 받아서 아정에게 하나를 내밀었다.
“어?”
“나누자.”
“아.”
아정은 혀를 내밀고 싱긋 웃었다.
“그래. 이거 좋다.”
별 건 아니었지만 이런 것에 의미를 두는 것도 그리 나쁜 일은 아닌 거 같았다. 아정은 원희를 보며 싱긋 웃었다.
“집에 바로 가지.”
“어떻게 그래?”
지석은 억지로 구역질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이번에도 술을 마시면 네 아들이다.”
“너 같은 아들 필요 없거든.”
“그래도. 우읍.”
원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여기에서 뭐해?”
“너 기다렸어.”
서정을 본 아정이 미간을 모았다.
“오빠.”
“미안.”
“어?”
서정의 사과에 아정은 한숨을 토해냈다. 아정은 입술을 살짝 내밀고 고개를 저은 채로 물끄러미 서정을 응시했다.
“도대체 왜 오빠가 자꾸 사과를 하려고 하는 거야? 도대체 왜 이러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아.”
“내가 잘못한 거니까.”
“아니.”
서정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아무튼 내가 다 해결을 했으니까. 다시는 그런 인간들이 네 주위에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마.”
“오빠가 도대체 언제까지 나를 책임을 질 수가 있는 건데? 그럴 거 없어. 이제 내가 알아서 할 거야.”
“정말 어른이라면 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 그런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아정은 조금 더 서정을 보더니 그대로 지나쳤다. 서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원희야. 나 지수가 좋다.”
“알았어.”
“정말 좋아.”
지석의 술주정에 원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입을 내밀고 지석을 벽에 기댔다.
“정말 이 녀석은.”
혼자서 산다는 녀석이. 누가 챙겨주려고. 원희는 어이가 없어서 한숨을 토해내면서 지석의 옷을 벗겼다. 그리고 돌아서려는 순간 지석이 갑자기 움직이더니 자신의 몸에 오바이트를 시작했다.
“정말 싫다.”
지석의 나체를 확인한 후 원희는 한숨을 토해냈다. 도대체 자신이 왜 이런 것까지 해야 하는 건지.
“이 망할 인간. 너는 진짜 내 아들이다.”
원희는 입을 내밀고 벽에 기댔다.
“공부나 좀 도와달라고 할까.”
지석의 책장에 가득 꽂힌 책들을 보고 원희는 묘한 부러움 같은 것을 느꼈다. 자신과 다른 시간을 살고 있는 느낌이었다. 대학생과 재수생이라는 거.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이 차이가 되게 크게 느껴졌다.
“부럽네.”
자신도 그냥 갈 수 있는 대학을 갔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과 아정이 점점 더 멀어지는 기분이었다.
“윤아정.”
자신과 먼 자리.
“그 사람 이상해.”
원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희건이 너무 좋아 보였다. 그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희건이 너무나도 미웠다. 그런데 그가 미운 것은 결국 자신이 너무 초라해서 그런 거였다.
“쪽 팔려.”
스스로가 너무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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