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현재진행형[완]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2018 [34장. 용기를 낸다는 것]

권정선재 2018. 8. 28. 20:20

34. 용기를 낸다는 것

이게 말이 됩니까?”

조용히 하세요.”

이사장님.”

아침부터 교수들이 자신을 찾자 태훈은 미간을 모았다.

다들 잘한 것이 하나 없는 사람들인데 여기에 와서 도대체 무슨 말을 더 하고 싶은 겁니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 동안 우리들이 이 학교에 몸을 바친 게 얼마인데요?”

얼마입니까?”

?”

태훈의 물음에 모두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내 아들의 첫 일입니다.”

태훈은 이를 드러내고 씩 웃었다.

그러니 잘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지금 자식이라고 감싸시는 겁니까?”

학과장 교수 중 한 사람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몰렸다. 태훈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커피를 마셨다.

이사장님.”

그래서 문제가 없다는 겁니까?”

?”

지금 다들 잘한 것만 있다는 거예요?”

그런 게 아니라.”

학과장은 이마의 땀을 훔쳤다.

남들도 다 하는 거라는 거. 그거 이사장님도 아시는 거 아닙니까? 이미 이사장님도 아시는 거였고요.”

나만 알았다면 다르겠죠.”

태훈은 잔을 움직이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지금 내 아들이 알았어요. 이제 겨우 일주일. 일주일 출근한 아이에게 그 모든 게 다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걸 내 잘못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까? 모두 이번 학기까지만 수업을 할 겁니다.”

뭐라고요?”

재임용에 관해서는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죠.”

태훈은 방 안의 모든 교수들을 응시했다.

그게 더 흥미로울 것 같군요.”

흥미라니.”

학과장은 무슨 말을 더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태훈은 이리저리 고개를 풀고 엷은 미소를 지었다.

재임용을 생각한다면 조심해야 할 겁니다.”

 

배우를 관둔 거야?”

.”

서정의 대답에 미선은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

아들.”

그만 뒀어요.”

?”

내 길이 아니니까.”

서정의 여유로운 대답에 미선은 침을 꿀꺽 삼켰다. 아무 것도 아니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네가 이 일을 하기 위해서 얼마나 성실히 노력을 했는지 알고 있는데. 지금 이게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거야?”

하지만 아버지께서 방해를 하면 바로 사라질 일이었어요. 그건 제가 엄청나게 잘 하고 있지는 않다는 걸 의미하는 거죠.”

아니.”

미선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건 전혀 관련이 없는 거였다. 아들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남편은 막을 거였다.

그 사람은 그저 네가 연기를 하는 게 싫은 거야. 나에 대한 불만으로 그런 일들을 하는 거라고.”

아니요.”

서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말 자신이 필요한 배우였다면 이렇게 나오지 않았을 거였다.

엄마도 그만 두세요.”

아들.”

됐어요.”

싫어.”

미선이 단호히 고개를 흔들자 서정은 고개를 들었다.

싫다고요?”

그래.”

왜요?”

내 아들이니까.”

내 아들.”

서정은 혀로 입술을 축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평생 자신이 미선에게 듣고 싶어 했던 말이었다.

그 동안 제가 필요로 할 때는 제 곁에 계시지 않다가. 지금 이 상황에서 뭐 하시려는 건데요?”

너를 너무 좋아하니까. 너를 너무 아꼈으니까. 그래서 내가 미숙했던 거. 이 모든 걸 다 사과를 하고. 지금 너에게 다시 손을 내미는 거야. 네가 하고 싶은 일. 그거 내가 도와줄 수 있다고.”

아니요.”

서정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럴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그런 건 원하는 결과가 아니었으니까.

제가 그 동안 혼자서 열심히 노력하는 동안 단 한 번도 어머니는 손을 내밀어주시지 않았어요.”

네가 바라지 않았으니까.”

일 이야기가 아니에요.”

?”

일이 아니라 모든 삶에 대한 거예요.”

미선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서정이 하는 말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 다 용납이 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 서정이 왜 이렇게 모나게 행동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뭘 해주기 바라?”

아무 것도 하지 마세요.”

?”

아무 것도.”

도대체 무슨.”

미선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나는 네 엄마야. 네가 지금 네 아버지에게 그렇게 도움을 청하는 것처럼. 너는 나에게 이래도 돼.”

아정이는요?”

?”

왜 아정이는 안 지키세요?”

그거야.”

미선은 당황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전혀 다른 종류의 문제였다.

아정이는 알아서 다 잘 하는 아이니까. 그 아이에 대해서 내가 뭔가 다른 걸 해줄 것은 없을 거다.”

아니요.”

서정은 어이가 없다는 듯 얼굴을 구겼다.

그게 무슨 말이죠?”

뭐가?”

아정이 힘들어요.”

그래서?”

어머니 때문에.”

나 때문에?”

서정의 지적에 미선은 가슴을 가리며 어이가 없다는 듯 목소리를 키웠다.

걔는 늘 내가 없어도 혼자서도 다 잘 하던 애야. 내가 뭐라도 도우려고 하면 그 손길을 외면했던 애라고. 그런 애에게 내가 도대체 뭘 할 수 있을 거라고. 내가 도대체 뭘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니?”

엄마 노릇.”

서정의 단호한 대답에 미선의 얼굴이 구겨졌다. 서정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어머니께서는 그 간단한 것을 못 하셨어요. 그래서 아정이는 지금 이 순간에도 무너지고 있어요.”

무니저다니!”

미선은 항변했다.

나는 그 아이에게 좋은 걸 줬어.”

뭘요?”

. . 학교. 뭐가 모자라?”

부모.”

?”

부모가 없잖아요.”

서정의 말은 미선의 심장을 때렸다.

두 분은 서로의 감정 싸움에 아이들을 버렸죠. 그러니까 더 이상 거기에 관심을 갖지 마세요.”

서정은 이 말을 남기고 고개를 숙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선은 입술을 세게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교수들을 다 자를 거야?”

.”

서정의 대답에 아정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게 무슨 말이야?”

?”

아니.”

아정은 침을 꿀꺽 삼켰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말도 안 되는 거지. 그게 어떻게 가능해? 어떻게 교수들에게 다 그럴 수가 있어?”

네 일로 인해서 다른 교수들도 다 조사를 했어. 그랬더니 문제가 없는 교수가 없더라고. 그 동안 어떻게 학교가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갈 수가 있었던 건지. 그게 오히려 이해가 안 가.”

무슨.”

아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서정이 괜히 자신 때문에 무리하는 것 같아서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오빠 그러지 마.”

?”

오빠 이런 사람이 아니잖아.”

그런 게 있어?”

오빠.”

윤아정.”

서정은 아정의 이름을 낮게 부르며 물끄러미 눈을 응시했다. 그리고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생각을 하기에 너는 정말로 바른 일들을 하고 있는 거야. 그리고 그 바른 일에 내가 필요로 할 수 있는 걸 하면 되는 거고.”

그게 뭔데?”

네 명예.”

명예?”

아정은 머리를 뒤로 넘기고 한숨을 토해냈다.

그게 뭔데?”

내가 할 수 있는 거.”

아니.”

아정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서정이 지금 하는 것은 너무나도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일이었다.

오빠가 왜 아버지에게 돌아간 건지 알아. 그러니까 그만 둬. 그거 오빠가 있어야 하는 자리가 아니야.”

?”

왜라니?”

아정은 혀로 입술을 축였다.

연기를 좋아하니까.”

아니.”

서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네가 웃는 게 더 좋아.”

오빠.”

그게 내 삶의 목적이야.”

그러지 마.”

어쩔 수 없어.”

서정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푹 숙였다.

오빠가 그러면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해? 내가 오빠에게 미안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해?”

.”

서정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아정을 응시했다.

그래서 이래.”

?”

너를 위해서.”

오빠.”

윤아정. 지금 너를 잘못됐다고 하는 사람들. 그 모든 사람들에게 다 보여줄 거야. 네가 올바른 사람을 몰아낸 거라고. 그리고 네가 억울한 피해를 입고 있는 거라고. 그거 내가 증명할 거야.”

나 혼자 할 수 있어.”

나는 아주 약간의 도움을 주려는 거야.”

서정의 대답에 아정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지금 서정이 하는 행동들. 말도 안 되는 것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