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현재진행형[완]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2018 [36장. 마음도 가난하지 않은 소녀]

권정선재 2018. 8. 29. 22:10

36. 마음도 가난하지 않은 소녀

너희 왜 그러니?”

그러게.”

지수의 물음에 아정은 한숨을 토해냈다.

유치해.”

이원희가 이상한 거야.”

?”

아정은 고개를 들었다.

무슨 말이야?”

아니 너를 그 정도로도 이해를 못 해주고. 그래 놓고서 무슨 연애라고 할 수가 있는 거야?”

.”

?”

지수는 아정을 보며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여간 너는 지금도 이원희 편을 들고 싶냐? 네가 힘들다고 하는데 아무런 말도 안 해주는 거잖아.”

그래도 내가 잘못한 거니까.”

네가 뭐?”

지수는 입을 쭉 내밀었다.

윤아정 너 잘못한 거 없어.”

그래도.”

아정은 심호흡을 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내가 너무 몰아세운 거 같아.”

뭐래?”

지수는 손을 휘휘 저으며 인상을 구겼다.

윤아정 네가 그러니까 끌려가는 거야. 네가 조금 더 분명히 해야지. 그래야 이원희도 정신을 차릴 수 있다고. 도대체 언제까지 원희를 다 이해를 해주면서 살 거야. 그거 문제가 있는 거 아니야?”

무슨 문제?”

너도 위로가 필요한 순간들이 있잖아.”

있지.”

아정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원희에게 어떤 해결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게 원희에게 어떤 부담이 될 수도 있었다.

내가 그런 것을 할 수 없는 사람에게. 안 그래도 나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미안한 사람을 흔들었어.”

그게 문제야.”

?”

지수가 검지를 들자 아정은 인상을 구겼다.

뭐가?”

원희 말이야.”

원희가 왜?”

걔 마음이 가난해.”

?”

아정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지수에게 이런 말을 들을 사람은 아니었다. 들어서는 안 되는 거였다.

네가 왜 이러는 건지는 알고 있지만. 내 편을 들기 위해서 무조건 그럴 이유는 없어. 그러면 안 돼.”

?”

아니. 왜라니?”

아정은 머리를 뒤로 넘기고 한숨을 토해냈다.

이지수. 너 그러면 안 되는 거야. 우리가 뭐가 다르다고 그렇게 원희를 그런 식으로 대하는 건데.”

너 지금 나를 뭐라고 하는 거야?”

.”

?”

왜라니?”

아정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고 고개를 저었다.

너 지금 그거 되게 무례한 거야. 아무리 네가 내 편을 들어준다고 하지만 그런 식으로 말을 하면 안 되는 거야.”

내가 그럼 뭘 해야 하는 건데?”

?”

나는 지금 네 위로를 하면 되는 사람인 거 아니야? 너는 지금 원희가 너에게 그런 걸 해주지 못해서 화가 난 거 아니야?”

아니.”

아정은 순간 말을 줄였다.

그렇지.”

아정은 한숨을 토해냈다.

모르겠어.”

너는 지금 이원희랑 뭘 하려는 건데?”

하려는 건 없어.”

아정의 대답에 지수는 미간을 모았다.

그럼 뭔데?”

?”

두 사람이 뭘 하려는 건지도 모르는 채로 그냥 시간을 보내는 거. 그거 너에게도 실례가 되는 일 아니야?”

실례라고?”

아정은 침을 꿀꺽 삼켰다. 스스로에게 실례가 된다는 말. 아정은 입을 꾹 다물었다. 불편한 말이었다.

내가 잘못인 걸까?”

아니.”

지수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너 주위를 둘러봐. 지금 너를 위해서 그런 것들을 해결해주려는 사람들이 많은 거 아니야?”

그거야.”

자신과 원희의 상황이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원희를 몰아세울 수 없는 거였다.

원희가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잖아. 걔도 잘 하려고. 나를 위해서 해주려고 하는 거잖아.”

그런 거면 그냥 가.”

.”

어쩌라는 거야?”

지수의 짜증에 아정은 입을 내밀었다.

그냥 들어달라는 거지 뭐.”

너 그거 되게 힘들어.”

?”

지수의 대답에 아정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너는 그 동안 늘 그런 게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을 한 거지? 윤아정. 그런데 누군가가 그걸 해결해줄 수 없는 상황에서 그냥 듣기만 한다는 거. 그거 간단하지 않아. 그거 많이 힘든 일이야.”

힘든 일.”

아정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자신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을 한 일. 그게 누군가를 힘들게 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왜 그래?”

?”

창현의 물음에 원희는 고개를 들었다.

?”

정신도 놓고.”

미안.”

원희는 이를 드러내고 씩 웃었다.

무슨 말을 했어?”

아니. 이거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친구에게 물어봐 달라고. 이거 이쪽이 답인 거 같기는 한데. 이렇게도 풀리지 않나?”

그럴 수도 있겠네.”

원희는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창현은 원희를 보면서 인상을 구기고 입을 내밀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아니.”

우리 친구잖아.”

알아.”

원희의 대답에도 불구하고 창현은 여전히 걱정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원희는 그저 여유로운 미소를 지을 따름이었다.

 

이제 오니?”

. 엄마.”

집에 들어가던 아정이 멈칫했다.

?”

왜라니?”

미선은 미간을 모았다.

뭐가 왜야?”

아니.”

아정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에요.”

미안해.”

?”

미안.”

미선의 사과에 아정은 미간을 모았다. 도대체 미선이 왜 갑자기 이렇게 나오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오빠가 뭐라고 했어요?”

아니.”

미선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그냥 내가 하려는 거야.”

아니.”

뭐 먹을래?”

됐어요.”

그럼 쉬렴.”

.”

아정은 문을 닫고 방에 들어가서 한숨을 토해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자신이 뭘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확인 안 해?”

? .”

원희가 진동이 오자 액정을 확인하고 바로 엎어두자 창현은 미간을 모았다. 그리고 펜을 내려뒀다.

뭐야?”

뭐가?”

싸웠어?”

.”

원희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별 것 아니라는 듯 대답하자 창현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너는 애도 아니고 이제 어른이 되어서 여자 친구랑 너무 자주 싸우는 거 아니야? 그건 아니잖아.”

그러게. 이제 더 이상 싸우면 안 되는 건데. 도대체 내가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어. 한심하게.”

술이라도 마실래?”

아니.”

창현의 제안에 원희는 고개를 저었다.

공부할래.”

그래라.”

창현도 더 이상 원희에게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원희는 미소를 지으며 문제지에 시선을 옮겼다.

 

왜 계속 방에 있어?”

오빠라면 안 그럴 거 같아?”

.”

서정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아정의 방에 들어왔다.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흔들었다.

도대체 왜 그런 거야?”

뭐가?”

엄마.”

아니.”

아정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묵묵히 서정을 응시했다.

나는 불편해.”

어머니가 어떻게 불편해?”

내가 필요할 때 없었으니까.”

윤아정.”

부탁이야.”

아정의 말에 서정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클다가 다시 혀로 입술을 축이고 물끄러미 아정을 응시했다. 지금 이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건지 그 역시 알 수 없었다.

미안해.”

아니.”

아정의 사과에 서정은 고개를 저었다. 이건 아정이 사과를 해야 하는 종류의 문제는 아니었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아정이 미선을 불편하게 느끼는 것은 사실이었다.

가시라고 할게.”

고마워.”

문이 닫히고 아정은 한숨을 토해냈다. 모두가 다 자신을 다르게 보고 있었다. 자신과 원희는 전혀 다른 아이라고. 그런데 결국 마음이 가난한 것은 이쪽이었다. 마음은 너무나도 가난했다. 가진 것도 하나 없는 채로. 자신도 원희와 다르지 않은. 아니 더 가난한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