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장. 기다린다는 것
“공부?”
“응.”
“왜?”
“왜라니?”
지석은 머리를 긁적이며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했다.
“내가 가르치는 것보다 네가 더 잘 할 거 같은데? 너 요즘 모의고사 성적이 많이 올랐다고 하지 않았어?”
“많이 올랐지. 그런데 많이 올랐다고 해서 내가 만족할 만큼 오른 것은 아니었으니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왜?”
“어?”
지석의 물음에 원희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
“왜라니?”
“아니. 너 지금 대학생이니까. 아무래도 너에게 도움을 받으면 내가 조금 더 성적이 빠르게 오를 거 같아.”
“음.”
지석은 입술을 내밀면서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잘 못할 거야. 차라리 아정이에게 도와달라고 하는 게 어때? 아정이가 나보다 공부를 더 잘 할 거 같은데?”
“아정이에게 이런 부탁을 하는 게 좀 그런 거 같기도 해서. 아정이에게도 좀 부끄럽기도 하고.”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건 해줄게.”
지석의 단호한 말에 원희는 씩 웃었다.
“다음부터는 나 술 마시면 말려.”
“어?”
“내가 한 번만 더 마시면 네 아들이다.”
“뭐래.”
원희는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미치겠다.”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강의실로 들어갔다. 차가운 시선들이 모두 자신에게 느껴졌다. 하지만 모두 견뎌야 했다.
“이제 강희건도 없네.”
“그러게.”
아정은 그들을 무시했다. 결국 자신이 해결을 해야 하는 일들이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해야 했다.
“이 교수들을 다 잘라야 한다고?”
“네.”
“무리다.”
서정의 말에 태훈은 고개를 저었다.
“불가능해.”
“해야 합니다.”
“왜?”
“이 사람들은 이 대학의 규정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 동안 의심이 있었던 사람들이고 이 사람들을 해고하는 것이 올바른 것을 향해서 나아갈 수 있는 걸 겁니다. 그러니 허락해주세요.”
“안 된다.”
태훈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올바른 일이라고 하더라도 한 번에 많은 이들을 몰아내는 것은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이것이 얼마나 큰 역풍이 불지 서정도 알아야만 하는 일이었다.
“너는 지금 그저 네가 정의를 위해서 뭐라도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겠지만 이건 정의가 아니야.”
“왜 아니라는 거죠?”
“그저 이 순간의 고집 같은 것으로 보일 수도 있으니까. 네가 잘 하는 거. 네가 바르다고 생각을 하는 거. 그런 건 의미가 없어. 다른 사람들이 이에 대해서 어떻게 느낄 지가 중요한 거야.”
“아니요.”
서정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태훈과 일을 한다고 한 것은 바른 것을 하겠다는 의미였다.
“대충 타협을 하지 않을 거예요. 그럴 거라면 애초에 아버지께서 왜 저를 여기로 부르신 건지 모르겠어요. 애초에 재가 이 일을 시작을 하지 않도록. 다른 이들을 보도록 하지 않게 하셨어야죠.”
“그걸 손에 쥐고 있으라는 거다.”
“네?”
태훈의 말에 서정은 인상을 구겼다. 그걸 손에 쥐고 있으라는 이야기. 결국 무기로 쓰라는 거였다.
“말이 된다고 생각을 하세요?”
“그럼.”
“아버지.”
“나는 가능하다고 믿는다.”
“아니요.”
서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신은 이런 식으로 치사하게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건 학교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 아니었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이런 것들을 모르고 있을 거였다.
“애초에 이런 이들이 교수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우리 학교의 명예를 떨어뜨릴 겁니다.”
“알리는 게 그럴 거다.”
“뭐라고요?”
“다들 이 일을 숨기고 있는 이유가 있어. 너는 우리 학교에만 그런 일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니?”
“뭐라고요?”
서정은 침을 꿀꺽 삼켰다. 태훈은 너무나도 가볍게 말을 했지만 자신은 이것을 그리 간단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 말씀은?”
“모든 학교에 다 있을 거다.”
태훈은 턱을 만지며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다들 필요하니까 그들을 두는 거야. 그리고 제대로 된 교수를 두는 것이 쉬울 거라고 생각을 하니?”
“이해가 가지 않아요.”
서정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들 이걸 알고 있으면서도 대충 넘어간다는 게 이상했다.
“그럼 그냥 지켜보실 건가요?”
“그래.”
“저는 싫어요.”
“싫어?”
“아버지께서 도와주시지 않으면 학생들에게 줄 겁니다. 그러면 학생들이 알아서 처리를 할 거예요.”
“아닐 거다.”
태훈은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얼굴에서 모든 미소를 지운 채로 물끄러미 서정을 응시했다.
“네가 알고 있는 세상. 그곳이 얼마나 틀린 곳인지 알게 될 거야. 학생들은 우리 학교의 간판 같은 것을 원하고 있어. 그런데 네가 그것을 터뜨리게 된다면 그 간판이 어떻게 될 거 같으냐?”
“하지만.”
“망가질 거야.”
서정은 혀로 이를 훑었다.
“학생들이 제 편이 아닐 거라고요?”
“그래.”
서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제 편이면요?”
“응?”
“그럼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되는 건가요?”
“뭐.”
태훈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에 담겨 있는 비열함 같은 것에 서정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지금 동의하신 거죠?”
“그래.”
태훈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또?”
“부탁이야.”
희건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물끄러미 서정을 보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나에게 뭘 해줄 거야?”
“뭐?”
“내가 받을 게 있어야지.”
서정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내가 뭘 해야 할까?”
“뭘 해줄 수 있어?”
“네가 먼저 제안을 해봐.”
“음.”
서정의 말에 희건은 어꺠를 으쓱하고 씩 웃었다.
“나중에 말할게.”
“누군가에게 해가 가는 건 안 돼.”
“좋아.”
희건은 손가락을 튕기며 씩 웃었다. 서정은 한숨을 토해내면서 물끄러미 그런 희건을 쳐다봤다.
“요즘 피곤해 보여.”
“그래?”
원희는 얼굴을 만지며 어색하게 웃었다.
“아무래도 공부가 어려워서 그런 모양이다.”
“내가 도와줄까?”
“어?”
아정의 말에 원희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아정의 눈을 보고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내가 해줘야 하는 거 있으면 말해줘.”
“응. 알았어.”
아정은 여전히 걱정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너무 나대는 건가?”
“뭐래?”
원희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아정은 그런 원희의 눈을 보면서 밝은 미소를 지었다. 원희는 그대로 테이블에 엎드렸다.
“힘들다.”
“공부가 힘들지.”
“그냥 대학을 갈 걸 그랬나?”
“음. 이미 지나간 거 아니야?”
“그렇지.”
아정의 덤덤한 대답에 원희는 웃음을 터뜨리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기분 좋다.”
“정말?”
“응.”
“그럼 다행이고.”
아정도 엎드려서 원희의 눈을 마주했다.
“좋다.”
“너도?”
“응.”
아정은 손을 내밀어서 원희의 앞머리를 만졌다.
“편해.”
“응.”
“이제 여름이 되는 거 같아.”
“그러게.”
올 여름은 유난히 덥다고 하는데. 아정의 눈에서 안쓰러움 같은 것이 묻어나서 원희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지 마.”
“나도 공부를 해봐서 아니까. 그런데 그 힘든 것을 네가 1년을 다 한다고 하니까. 그게 걱정이 되는 거지.”
“걱정이라.”
원희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손을 내밀어서 아정의 손을 밀어내고 그 손을 잡았다.
“좋다.”
“응. 좋아.”
가만히 이 시간을 느끼는 것.
“미안해.”
“응?”
“나 힘든 것만 이야기를 하고. 원희 네가 무슨 고민을 하는 건지. 그리고 네가 어떤 것을 말을 하는 건지. 그런 것을 모르는 거 같아. 나만 힘든 것을 생각을 하고. 나만 힘들다고 느낀 거 같아.”
“아니.”
원희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아정은 자신에게 해줄 수 있는 것 이상을 해주면서 위로를 하는 중이었다.
“아정이 네가 있어서 지금 나는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어. 너는 아니라고 하지만 나는 정말 그렇게 느껴.”
“그래?”
“응.”
아정은 혀를 내밀고 어색하게 웃었다.
“사랑해.”
원희도 밝은 미소를 지으며 아정에게 허리를 숙였다. 둘의 입술이 부드럽게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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