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장. 마음도 가난한 소년
“형님은 너를 아끼시니까.”
“아무리 그래도.”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푹 숙였다.
“말도 안 되는 거잖아. 도대체 내가 뭐라고? 도대체 내가 뭐라서. 오빠가 자신의 꿈을 버려야 하는 건데?”
“버리는 게 아니라 너를 위해서 새로운 일을 하시는 거잖아. 그게 어떻게 자기 꿈을 버리는 거야?”
“왜 몰라?”
아정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원희를 응시했다. 원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왜 그래?”
“오빠는 자신을 망치는 거야.”
“동생을 지키는 거야.”
“아니.”
원희의 대답에 아정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게 아니야.”
“윤아정.”
“도대체 무슨?”
아정은 자신의 머리를 헝클고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물끄러미 원희의 눈을 보면서 엷은 미소를 지었다.
“너는 지금 나를 이해를 못 하는 거지? 지금 내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가지고 투정을 부린다고 생각을 하는 거지?”
“그렇게 말한 적 없어.”
“네 눈이 말해.”
“뭐?”
아정의 억지에 서정은 미간을 구겼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야?”
“아니야.”
서정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단 한 번도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그런 적이 없었다.
“나는 너를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다 할 거야. 그리고 그건 서정 형님이라도 마찬가지일 거고.”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가슴이 콱 막히는 기분이었다. 누구라도 자신을 위해서 이러면 안 되는 거였다. 자신을 위해서 이렇게 망친다거나 인생을 흔들어서는 안 되는 거였다.
“너는 그러지 마.”
“왜?”
“너까지 그러면 나는 슬퍼.”
“할 거야.”
“이원희.”
“당연한 거잖아.”
원희는 어깨를 으쓱하고 씩 웃었다.
“내가 너를 좋아하니까.”
“아니.”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신이 도대체 뭐라고 다들 이런 말을 하는 건지.
“내가 뭐니?”
“어?”
“내가 뭐라서?”
“윤아정이지.”
“아니.”
아정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무 것도 아니야.”
“무슨 말이야.”
원희는 인상을 구겼다. 그게 아무 것도 아니라는 말. 그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아정이 네가 지금 많이 힘든 모양이야. 학교에서 그런 문제도 있고. 그래서 지금 네가 그러는 거니까.”
“그럼 안 힘들겠어?”
“어?”
아정이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자 원희가 미간을 모았다.
“너 왜 그래?”
“뭐가?”
“아니.”
“정말 싫다.”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미안.”
“미안이 아니라.”
원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너랑 나랑 상황이 다르다는 거. 그걸 잊었어.”
“내가 가난하다는 거야?”
“어?”
아정은 순간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원희가 자신을 보면서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정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아니야.”
“그럼?”
“그럼이라니?”
“그럼 도대체 뭔데?”
“아니.”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원희와 이런 대화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였다.
“갑자기 왜 이래?”
“뭐가?”
“이원희.”
“정말 모르겠다.”
원희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가난?”
“아니야.”
아정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절대로 그런 것에 대해서 말을 한 게 아니었다. 그저 상황에 대한 거였다.
“네가. 지금 원희 네가 내 상황에 대해서 이해를 못 해주고 있으니까. 내가 무슨 생각인 건지. 내가 어떤 마음인 건지. 이런 걸 지금 네가 몰라주니까. 지금 나는 이것에 대해서 말하는 거야.”
“거짓말.”
“뭐?”
“거짓말이라고.”
아정은 침을 꿀꺽 삼컸다. 거짓말이라니. 원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윤아정. 너를 보면 늘 부러워.”
“왜 이래?”
“정말 부러워.”
원희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너는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주저 앉은 적이 없잖아. 나는 아직도 축구를 하고 싶어.”
“뭐?”
“나는 내가 아직도 축구로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해. 내가 왜 그만 둔 건지 알아? 나는 집아닝 도와주지 않아서 그만 둔 거야. 내 아버지가 그 모든 것을 다 해줄 수가 없으니까.”
“그거야.”
아정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원희를 더욱 아프게 할 수 있었다.
“이건 너랑 나랑 사이에 있는 벽이야. 나는 철저하게 실패를 한 거고. 결국 엄마의 선택을 따른 거야.”
“미안해.”
아정은 사과의 말을 건네며 원희의 손을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원희는 손을 뒤로 거두면서 고개를 저었다.
“하지 마.”
“뭘?”
“너 그냥 하는 말이잖아.”
“뭐?”
원희의 대답에 아정은 얼굴을 구겼다.
“그게 무슨 말이야?”
“정말로 나에게 사과를 하는 게 아니잖아.”
“맞아.”
“아니야.”
“맞다고.”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원희가 왜 이러는 건지 알고는 있었지만 이걸 가지고 다투고 싶지 않았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지만. 내 말로 인해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 자체가 너무 싫어.”
“알아.”
원희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물끄러미 아정의 눈을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우리 둘 너무 다르다.”
“뭐?”
“너무 달라.”
“갑자기 왜 이래?”
원희는 고개를 푹 숙였다.
“미안.”
“뭐가 미안해?”
“그냥 미안해.”
“그러지 마.”
원희의 말에 아정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원희가 왜 자신에게 사과를 하는 것인지. 이상한 기분이었다.
“이원희. 나는 지금 너에게 그냥 투정을 부리는 거야. 이런 일이 있었다고. 그냥 힘들었다고 말하는 거야.”
“알아.”
원희는 입술을 꾹 다물고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다고.”
“그런데 왜 이래?”
“아니니까.”
“어?”
“그런 게 아니니까.”
“뭐가?”
“그냥 나를 덜 사랑하는 거지.”
“아니야.”
아정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게 아니었다. 그저 지금 이 상황. 이 모든 것들이 힘들어서 그런 거였다.
“우리 두 사람 사귀는 사이잖아. 그러면 이 정도 투정. 이거 정도는 해도 되는 거잖아 .할 수 있는 거잖아.”
“아니.”
원희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원희의 대답에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할 수 없다고?”
“응.”
“왜?”
“아정이 너는 내가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상태에서 네 말을 듣는 것의 기분에 대해서 모르지?”
“어?”
아정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단 한 번도 원희의 기분이 어떨지에 대해서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나는 너를 위해서 뭔가를 하고 싶은데. 아무 것도 해줄 수가 없어. 그래서 자존심이 상하고 견딜 수가 없어.”
“그럴 이유 없어. 그냥 나는 너에게 이런 것들을 말해주면서 되는 거야. 그냥 이게 편한 거라고.”
“그러니까.”
원희는 침을 삼키고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혀로 이를 훑었다. 원희는 미간을 모은 채 고개를 저었다.
“너에게 있어서 내가 무슨 의미인 건지 모르겠지만. 왜 너는 내가 해줄 수도 없는 일에 대해서 뭔가를 바라는 건지 모르겠어.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나는 너에게 아무런 힘이 되어줄 수도 없어.”
“그저 네가 내 옆에 있어서 힘이 되어줄 수 있다는 거. 그냥 네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걸 몰라?”
“응.”
원희가 곧바로 대답하자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머리를 뒤로 넘겼다. 그리고 미간을 모은 채 원희를 응시했다.
“왜 이러는 건데?”
“다시 시작한 거 실수 같아.”
“어?”
“우리 두 사람 달라.”
“아니야.”
아정은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러지 마.”
“정말 달라.”
“아니.”
아정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자신과 원희. 더 이상 멀어지면 안 되는 거였다. 원희마저도 사라지면 안 되는 거였다.
“네가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왜?”
원희의 간단한 물음에 아정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원희는 잠시 더 아정을 보다가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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