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장. 좋은 선생님이란
“공부를 열심히 하는 모양이야.”
“아.”
은선의 말에 원희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좀 많죠?”
“뭐라고 하는 게 아니야.”
은선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네가 잘 하고 있어서 그래.”
“아. 뭐. 더 노력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제가 다른 애들보다 확실히 뒤처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
“아니.”
은선은 머리를 뒤로 넘기고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원희의 눈을 응시하고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이원희. 너 지금 정말로 잘 하고 있어. 네가 지금 왜 그렇게 불안을 느끼고 있는 건지 모르겠는데. 그럴 이유 없어.”
“모르겠어요.”
원희는 고개를 푹 숙였다.
“워낙 제가 늦게 시작을 한 거니까. 다른 애들을 쫓아가기 위해서는 더욱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너 그렇게 하다가 끝까지 못 가.”
“네?”
은선의 차분한 목소리에 원희는 고개를 들었다.
“그게 무슨?”
“이제 봄이야.”
“그러니까요.”
“쉬어야지.”
은선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뒤로 넘기고 씩 웃었다.
“너 그거 끝까지 못갈 수도 있어. 지난해 한 해를 하고 나서 너 바로 시작한 거잖아. 그 겨울에도.”
“아. 네.”
“그냥 하는 말이 아니야.”
은선의 차분한 목소리에 원희는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다들 그 말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기다리기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제 자신이 가야 하는 것을 향해서 가야 하는 거였다.
“제가 그 동안 하던 거. 그 동안 너무 놀았으니까. 그 모든 시간에 다 충실하게 해야 하는 거죠.”
“너 운동했잖아.”
“그건 다르죠.”
“안 달라.”
은선은 힘을 주어 말했다.
“하나도 안 달라.”
“아니.”
“안 다르다고.”
은선은 다시 한 번 단호히 말하며 원희의 눈을 응시했다. 원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푹 숙였다.
“모르겠어요. 정말.”
“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으니까.”
원희는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면서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어린 시절 누군가가 하라는 대로 다 하는 것. 그건 오히려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운동은 힘들었지만 그건 답이 보이는 일이었다.
“축구를 잘 하는 것은 하나도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요. 그렇게 해서 학교 대표에 가고 국가대표 상비군이 되면 되는 거였으니까. 프로 선수가 되거나 코치가 되기도 하고. 그런데 이건 다르죠.”
“그렇지.”
은선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거짓말.”
“왜?”
“어른이잖아요.”
“아니.”
은선은 입술을 쭉 내밀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고개를 흔들고 한숨을 토해내고 원희의 눈을 응시했다.
“나이만 더 들었지, 나도 아는 것도 하나 없어. 그러니까 너에게 그런 학원을 소개를 한 거지.”
“에이.”
“마찬가지라고.”
원희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잘 될까요?”
“모르지.”
“네?”
“내가 어떻게 알아?”
은선의 간단한 말에 원희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자신도 모른다는 거. 그게 맞을 거였다.
“그렇구나.”
“왜?”
“아니요.”
은선의 물음에 원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다행이라서요.”
“뭐가?”
“선생님도 모르신다는 거.”
“그게 뭐야.”
은선은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면서도 원희의 눈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잘 하고 있어.”
“고맙습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네.”
원희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늘 감사히 생각해요.”
“그럼 너부터 생각을 좀 해.”
“네?”
“다른 사람만 우선으로 하지 말고.”
“아. 뭐.”
원희는 침을 꿀꺽 삼키고 머리를 긁적였다. 자신만 생각을 한다는 것. 어렵지만 해야 하는 일이었다.
“노력할게요.”
“노력만 하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원희의 대답에 은선은 그제야 더 밝은 미소를 지었다.
“왜 교사랑 술을 마시면 안 될 거 같니?”
“아. 뭐.”
아정이 어색한 미소를 짓자 은선은 어깨를 으쓱했다.
“너무 그러지 마.”
“고맙습니다.”
아정은 혀를 내밀고 씩 웃었다.
“원희랑 싸웠니?”
“네?”
수저를 놓던 아정이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그러니까.”
“너는 아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원희 문제를 아직도 봐주고 있거든. 걔 지금 학원을 그만 뒀으니까.”
“아. 네.”
아정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은선이 자신을 보는 것이 싫었지만 어쩔 수 없어야 했다. 어떤 의미인지 아니까.
“그러니까.”
“둘이 어떤 관계인지 묻는 거 아니야.”
은선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두 사람의 관계가 다른 거랑 다르다고 생각을 하는 거야. 원희가 아정이 네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거 되게 오랜만에 본 거 같아서. 뭔가 되게 신기하다고 생각을 했다고 말을 하면 되려나?”
“신기요?”
“응.”
아정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은선은 더 이상 다른 말을 하지 않고 술을 마셨다. 아정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알고 있어요.”
“그래?”
서정의 말에 은선은 입에 담배를 물었다.
“잘해줘.”
“다시 피세요?”
“늘 폈어.”
“아. 그러구나.”
은선은 씩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왜 그러니?”
“아니요.”
“나를 몰라서?”
“뭐.”
서정은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은선에 대해서 모르는 것도 있었다.
“너를 보면 되게 자신이 넘치는 거 같아. 어떻게 너는 나에 대해서 모두 다 안다고 생각을 할 수가 있어?”
“사실이니까요.”
“아니야.”
은선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자신도 자신에 대해서 모르는데 어떻게 서정이 그럴 수가 있을까.
“그거 말도 안 되는 거야.”
“왜요?”
“네가 어떻게?”
“네?”
“이상해.”
“그래요?”
“그럼.”
서정은 입술을 쭉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은선에게 손을 내밀었다. 은선은 미간을 모았다.
“배우가 무슨.”
“관뒀어요.”
“어?”
“배우.”
“아.”
대충 그런 이야기를 들은 것 같기는 했다. 은선은 잠시 망설이며 담배를 건네려다가 다시 손을 거뒀다.
“그래도.”
“왜요?”
“안 좋아.”
“선생님은 피면서.”
“나는 교사잖아.”
은선은 멀리 연기를 뿜으며 씩 웃었다.
“교사가 좋은 점이 바로 이거야. 담배를 마음대로 피워도 된다는 거. 여자라서 뭐라는 사람도 없고.”
“아직도 그런 사람이 있어요?”
“그럼.”
은선은 가볍게 몸을 떨면서 인상을 구겼다.
“이상하지.”
“그러게요.”
“이상해.”
은선은 입을 내밀고 서정을 응시했다. 그리고 팔짱을 끼고서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다행이다.”
“네?”
“나에 대한 감정을 많이 접었네.”
“아니.”
서정이 당황하자 은선은 씩 웃었다.
“마음이 놓여.”
“선생님.”
“나 좋은 선생이고 싶어.”
“아니.”
서정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은선은 단 한 순간도 자신에게 나빴던 적이 없었다. 늘 좋은 사람이었다.
“제가 지금 선생님에게 좋은 사람이 아니니까. 저로 인해서 선생님이 너무 흔들렸으니까. 그래서.”
“아니. 내가 교사라서 그런 거야. 내가 만일 교사가 아니었더라면 너에게 그런 걸 주지 않았을 거야.”
“그렇지 않아요.”
서정이 항변했지만 은선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이리저리 목을 풀고 한숨을 토해내고 주머니에서 휴대용 재떨이를 꺼내서 담배를 버린 후, 다시 물끄러미 서정을 응시했다.
“미남이야.”
“그러지 마요.”
“다시는 너를 보러 오지 않을 거야.”
“네?”
“그게 내가 마지막으로 너에게 좋은 선생일 수 있는 기회 같아.”
은선의 대답에 서정의 얼굴이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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