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현재진행형[완]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2018 [47장. 첫 번째 데이트]

권정선재 2018. 9. 13. 22:51

47. 첫 번째 데이트

영화?”

.”

원희의 말에 아정은 미간을 모았다.

그래도.”

?”

아니.”

아정은 입술을 꼭 다물었다. 원희가 지금 최선을 다해서 공부를 해야 하는 시간에 자신으로 인해서 너무 많은 것을 희생하는 느낌이었다. 자신은 원희에게 그럴 자격이 없었고 그래서도 안 되는 거였다.

너 공부는 안 해?”

.”

원희는 가방을 두드렸다.

그러니 가자.”

?”

.”

원희의 채근에 아정은 마지 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어?”

.”

아정이 입 안 가득 음식을 우물거리는 것을 보면서 원희는 그저 흐뭇한 표정을 지을 따름이었다.

다행이다.”

뭐가?”

잘 먹어서.”

뭐래?”

아정은 입을 쭉 내밀었다. 그러면서도 숟가락을 내려놓지 않았다. 요 근래 말랐다고 생각을 했더니 제대로 먹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잘 지냈어?”

. 사장님.”

선재는 미간을 구기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 뭐라고 했어?”

?”

뭐 사장님?”

무슨?”

아정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원희를 보는데 원희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뭔데요?”

삼촌.”

.”

아정은 혀를 내밀고 싱긋 웃었다. 이제 자신을 가족처럼 생각을 한다고 삼촌이라고 했던 이야기.

그러네.”

하여간.”

삼촌 그러지 마요.”

정말 윤아정.”

아정이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자 선재는 푹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원희를 보고 한 번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섰다. 원희는 가만히 미소를 짓다가, 다시 아정을 보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괜찮은 거지?”

.”

하지만.”

진짜.”

원희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아정은 일부러 더 씩씩한 표정을 지었다. 더 이상 그를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좋다.”

뭐가?”

너랑 이렇게 시간을 보내서.”

아정의 말에 원희는 고개를 저었다.

윤아정 너는 도대체.”

그냥 좋다고.”

원희도 결국 아정을 따라 웃었다. 그러면서도 마음이 무거운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모두 자신의 탓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몰라.”

그게 다야?”

. 정말로 모르니까.”

아정의 모습을 보며 원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싿. 자신도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아정에게 그 어떤 선택도 강요해서도 안 되고, 강요할 수도 없었다.

기숙사에 들어가.”

?”

아정은 눈을 크게 떴다.

무슨 말이야?”

너를 위해서 그게 가장 좋은 일인 거 같아서 그래. 네가 거기에 있는 게 가장 안전하다는 생가이 들어서.”

아니.”

?”

원희가 다시 묻자 아정은 입을 내밀었다. 싫었다. 거기에 가면 원희와 만날 시간이 더욱 줄어들 거였다.

나랑 있기 싫어?”

아니.”

원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아무렇지도 않게 보내는 이 시간 자체가 좋았다.

그럴 리가 있어?”

그런데?”

너를 지켜야 하는 거니까.”

아니.”

?”

원희의 부드러운 채근에 아정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가만히 원희의 눈을 살피면서 고개를 저었다.

왜 그러는 거야?”

내가 마음이 안 놓여서 그래.”

하지만.”

부탁이야.”

원희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힘이 있었다. 아정은 그런 그를 물끄러미 보면서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고마워.”

원희의 말에 아정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면서도 괜히 기분이 좋았다. 미안하면서도 고마운 사람이었다.

얼른 먹자. 영화 보러 가게.”

영화는 됐어.”

?”

두 시간이야.”

아정이 검지와 중지를 펴서 보이자 원희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데?”

아니 너 돈도 없고. 나도 돈이 없어. 무조건 너에게만 돈이 없다고. 그러니까 내가 지금 하는 말은 그게 아니라.”

알아.”

아정이 순간 당황해서 변명의 말을 늘어 놓자 원희는 웃음을 터뜨렸다. 고의로 한 말은 아닐 거였다.

나 지금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어. 중간에 너랑 약간의 시간을 보낸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그리고 그 두 시간에 떨어질 사람이면 진작 떨어졌을 걸?”

원희의 대답에 아정은 한숨을 토해냈다. 안 된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막상 원희와 시간을 보내는 것은 좋았다.

알았어.”

그럼 바로 찾을게.”

아정은 원희가 휴대전화를 만지는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모두 다 자신을 배려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고마웠다.

 

왜 말을 안 한 거야?”

뭐가?”

흥분한 태훈과 다르게 미선은 덤덤했다. 미선은 물끄러미 태훈을 응시하면서도 엷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 와서 지금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내 아이였어?”

당신 아이라고 했어.”

미선의 말에 태훈은 뭔가 머리를 세게 때리고 가는 기분을 느꼈다. 미선은 처음부터 아정이 그의 아이라 했었다.

그러니까.”

미선은 늘 자신에게 아정에 대해서. 그의 딸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외면한 것은 자신이었다. 그걸 무시하고, 아니라고 하고. 그것을 피하기만 한 것. 그게 바로 자신이었다.

너무 했네.”

내가?”

미선은 자신을 가리키며 목소리를 높였다.

뭐라는 거야.”

내 딸 지킬 거야.”

그만 둬.”

미선은 이를 드러내며 앞으로 한 발 내딛었다. 평소와 다른 아내의 모습에 태훈은 살ᄍᆞᆨ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내 딸이야.”

내 딸이기도 해.”

웃기지도 않는 소리.”

미선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얼마나 화가 났는지 가방을 쥔 손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을 줬다.

당신이 그 아이를 건드리면 나는 절대로 당신을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 내가 당신을 돕지는 못해도 당신을 망칠 수 있다는 건 알 거야. 내가 정말로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는 거. 알고 있지?”

미선은 선글라스를 끼며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이제 더 이상 그에게 끌려다닐 이유는 없었다.

농담하는 거 아니야.”

돌아서서 나가는 미선을 보며 태훈은 고개를 저었다. 모든 것이 다 자신의 문제였다. 자신의 잘못이었다.

도대체 왜.”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건지.

유미선.”

그는 자신에게 어떤 믿음도 주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자신도 한심했다. 이르게 태어난 아이라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간단한 유전자 검사도 하지 않은 것. 이 모든 것은 전부 다 자신의 문제였다.

 

없네.”

그러게.”

희건은 정말로 비워준 모양이었다.

고마운 사람이네.”

?”

원희의 말에 아정은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러니까.”

아정은 원희가 난처한 표정을 짓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네가 뭐라고 하건 나는 그 사람을 좋아할 수는 없어. 하지만 그 사람이 지금 너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어. 그렇다면 나는 내가 싫더라도. 너무 미워도 그 사람을 좋아해야 하는 거야.”

그럴 이유 없어.”

아정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자신으로 인해서 원희가 다른 생각을 더 하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내 일이야.”

어떻게?”

?”

네 일이 내 일이야.”

무슨.”

아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각자의 일은 각자의 일이었게 이게 당연한 거였다.

정말 싫다.”

뭐가?”

내 일.”

아니야.”

원희는 한 발 앞으로 다가왔다.

그렇지 않아.”

하지만.”

안아도 돼?”

?”

안아도 되냐고?”

아정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원희는 한 발 더 다가와서 아정을 꼭 안았다. 그리고 머리를 안고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윤아정 씨. 당신은 충분히 잘 살고 있었어요. 그게 어떤 일이건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그리고 네가 무엇을 하건. 나는 네 편이 되어줄 거고. 너를 위해서 필요로 한 사람이라면 더 이상 미워하지 않을 거야.”

원희의 대답에 아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별 것 아닌 말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무조건 자신의 편이라는 것. 이것 자가 큰 힘이 되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