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장. 다시 월요일
“뭐야?”
“아침.”
“아니.”
그런 것을 묻는 게 아니었다. 희건은 식탁에 가득 채운 것을 보면서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흔들었다.
“왜 이래?”
“뭐가?”
“그러니까.”
희건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서정은 이렇게 자연스럽게 그의 공간에 들어온 거였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같이 산다는 것이 이런 것까지 모두 다 맞춰서 같이 살자는 의미는 아니었다.
“너로 인해서 내 삶이 달라지지 않기를 바라.”
“그렇게 해.”
“그래가 아니잖아.”
“어?”
“아니.”
서정의 반문에 희건은 미간을 모았다. 정말로 모르는 건지. 아니면 모르는 척을 하는 것인지.
“무슨?”
“아침 안 먹어.”
“난 먹어야 해.”
서정은 입술을 쭉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너는 먹지 마.”
“뭐라고?”
서정의 간단한 대답에 희건은 미간을 모았다. 지금 자신의 집에서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건지.
“그게 지금 무슨 말이야? 여기 내 집인데.”
“나도 돈 내잖아.”
“그런 거 말하는 게 아니잖아.”
희건은 인상을 구겼다.
“하여간.”
“뭐가?”
“이기적이야.”
“내가?”
자신이 집에 쳐들어 온 것이면서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뻔뻔하게 행동할 수 있는 건지 신기한 녀석이었다.
“그래서 안 먹어?”
“아니. 그러니까. 그래. 안 먹어.”
희건은 돌아섰다. 서정은 더 이상 그에게 묻지 않고 식사를 시작했다. 맛있는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다.
“미친 거야.”
희건은 한숨을 토해냈다.
“메뉴가 뭐야?”
“청국장 찌개.”
“정말.”
희건은 서정의 앞에 앉았다.
“마음에 안 들어.”
“맛있게 먹어.”
“먹던지.”
희건이 먹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며 서정은 싱긋 웃었다. 그래도 희건에게 조금이라도 빚을 갚는 기분이었다.
“네 오빠 뭐야?”
“네?”
아정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슨?”
“아니.”
희건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인 건지.
“요리를 하잖아.”
“아.”
안 그래도 희건이 아침을 안 먹는다고 갑자기 메시지를 보내서 뭔가 했더니 이런 말인 모양이었다.
“죄송해요.”
“왜 네가 사과를 해?”
“오빠가 오지랖이 심해서.”
“너도 마찬가지야. 지금 그거.”
“아. 그러네.”
아정의 간단한 반응에 희건은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두 사람 다 왜 이러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여간 남매가.”
“카베진이라도 드려요?”
“어?”
“양배추 소화제.”
아정은 가방에서 약병을 꺼내서 건넸다.
“그거 꽤나 소화가 잘 되더라고요. 어린 시절부터 늘 입에 갤포스를 달고 살았는데. 그거 먹고 나서 조금 나아졌어요. 오빠랑 같이 밥을 먹으니 그거 어쩔 수 없으니까 선배님도 좀 드세요.”
“그래?”
희건은 어깨를 으쓱하고 그것을 받았다.
“신기하네.”
“싫다고 해도 돼요.”
“어?”
희건은 가만히 아정을 응시했다.
“네 오빠?”
“네.”
아정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희건에게 도움을 청하는 건데 서정까지 그러면 너무 미안했다.
“못 그래.”
“미안해서요?”
“아니.”
“그럼요?”
“밥이 맛있어.”
희건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까 잠시 긴장하던 아정은 웃음을 터뜨렸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희건이 저런 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인 줄 몰랐다. 그런 그를 보며 희건도 따라 웃었다.
“그렇게도 웃네.”
“당연하죠.”
희건의 말에 아정은 살짝 눈을 흘겼다. 희건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무조건 그러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다행이다.”
“아.”
무심결에 원희에게 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해서 걱정이 되는 상황이었는데 다행히 원희가 화를 내지 않았다. 원희는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아정을 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뭐가?”
“화를 안 내서.”
아정의 말에 원희는 미간을 모았다.
“내가 그랬어?”
“아니.”
원희의 반응에 아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아니고.”
“아니야.”
아정의 사과에 원희는 웃음을 터뜨렸다. 갑자기 아정이 무슨 변명을 하려고 하는 것을 보니 신기했다.
“좋다.”
“뭐가?”
원희의 말에 아정은 머리를 뒤로 넘겼다.
“그냥 다 고마워서.”
원희는 아정에게 살짝 기댔다.
“미안. 냄새가 날 거야.”
“안 나.”
“거짓말.”
“응. 거짓말이야.”
원희가 놀라서 일어나려고 하자 아정은 그것을 막았다. 굳이 이런 시간을 끝을 낼 이유는 없었다.“
“좋아.”
“미안하게.”
“그럴 거 없어.”
아정의 단호한 말에 원희는 웃었다.
“좋다.”
“뭐가?”
“그냥.”
“그래?”
아정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좋았다. 아무 것도 아닌 이런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좋았다.
“내가 너에게 늘 기대기만 하는 거 같아.”
“당연히 그래도 되는 거야. 때로는 내가 그럴 수도 있고. 이런 상황은 자연스럽게 변하는 거야.”
“그런 거 좋다.”
원희는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을 하면 그게 너에게 어떤 특별한 의미가 되었으면. 내가 늘 그런 사람이라면 좋겠어.”
“이미 그래.”
“그래?”
“응. 네가 있어서 월요일도 안 힘들어.”
“그거 좋네.”
서로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말이 정말로 다행이었다. 이게 별 것 아닌 말일 수도 있는데 오히려 더 큰 의미가 되는 거였다.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은 없었고 두 사람은 이미 서로에게 그런 사람이었다.
“네 오빠 어디에 있냐?”
“몰라요.”
“거짓말!”
태훈이 갑자기 고함을 지르자 아정은 미간을 모았다.
“어떻게 네가 나에게 이럴 수가 있어? 아무리 그래도 내가 네 아버지인데. 이러면 안 되는 거지.”
“두 분 문제잖아요.”
“뭐?”
아정의 말에 태훈은 미간을 구겼다.
“무슨?”
“안 그래요?”
“윤아정.”
“그거 사실이잖아.”
“아니.”
아정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이런 말도 안 되는 사람에게 끌려가고만 싶지 않았다.
“저는 지금 오빠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요. 그리고 설사 안다고 해도 말씀을 드리지 않을 거에요.”
“무슨 말도 아 되는 소리.”
“그게 오빠를 위한 거니까.”
아정의 단호한 말에 태훈은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고얀 것.”
“네.”
아정은 덤덤히 대답했다.
“그렇게 생각을 하세요.”
“뭐?”
“그게 옳으면.”
아정은 고개를 숙이고 엷은 미소를 지었다.
“도대체 왜 이러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뭐라고?”
“저에게 이러신다고 해서 답이 나오는 거 아니잖아요. 안 그래요? 제가 뭘 할 수 있다는 거죠?”
“네가 서정이를 흔드니까.”
“뭐라고요?”
아정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가볍게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저는 뭐예요?”
“뭐?”
“제가 딸이기는 하나요?”
“그거야.”
“아니죠?”
아정의 물음에 태훈은 침을 꿀꺽 삼켰다.
“정말.”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말 너무하시네요.”
“그거야.”
“됐어요.”
아정은 물끄러미 태훈을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자신에게 아버지라는 존재는 필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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