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장. 토요일
“오늘도 온 거야?”
“당연하죠.”
“하여간.”
선재는 입을 내밀었다. 아정과 나란히. 아정에게 오전만 도와달라고 했더니 오전까지 와버린 거였다.
“밥은?”
“안 먹었죠.”
“하여간.”
선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거라도 먹어.”
“뭔데요? 괜찮아요.”
“신제품이야. 먹어봐.”
원희는 입을 내밀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툴툴거리면서도 선재가 자신을 신경을 써주고 있다는 게 고마웠다.
“잘 먹겠습니다. 맛있겠어요.”
“그래야지. 당연히.”
선재의 장난스러운 대답에 원희는 씩 웃었다. 그리고 한 입 가득 먹고 놀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맛있다.”
“그래?”
“응. 정말 맛있어요.”
원희는 놀란 표정을 들면서 엄지를 들었다.
“다행이다. 새우가 살짝 비리지나 않을까 생각을 했는데. 너 비린 거 못 먹는데 그러면 다행이다.”
“안 비려요.”
간장 새우가 갖고 있는 달큰한 맛이 장조림과 어울렸다. 같이 덮밥으로 먹으니 확실히 맛이 좋았다.
“그리 튀지 않고 잘 어울려요.”
“그럼 조금 더 준비를 해야겠다.”
“새우가 먹을 때 좋아요.”
“제일 안 나가는 차슈를 빼야지.”
“네?”
원희는 울상을 지었다. 자신이 선재의 식당에서 가장 좋아하는 메뉴가 차슈였는데 그게 빠지다니.
“왜요?”
“왜라니?
“아니.”
“힘들어.”
선재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제가 도울게요.”
“뭐래.”
“아침부터.”
“됐습니다.”
원희의 제안에 선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원희가 더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거 새벽부터 해야 해.”
“그래도.”
원희는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선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게 그렇게 힘들어요?”
“당연하지. 게다가 지금 나 매장도 세 곳이나 하고 있어. 이거 간단한 일이 아니라고. 이거 꽤나 힘들어.”
“아.”
그랬다. 선재가 혼자서 다 하고 있는 거였다. 요즘 일이 늘어난 것을 알고 있었는데 자신은 이정ㅆ다.
“그러네요.”
아정의 도움이 정말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면 애초에 선재가 저런 말을 하지 않았을 거였다. 원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선재는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재는 저 앞에 가는 기분이었다.
“그런가?”
“넌 모르겠어?”
“응.”
원희의 대답에 아정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늘 맞아서.”
“뭐래.”
손님이 많은 점은 좋은 거였지만 그게 거꾸로 문제가 되는 거였다.
“사장님 혼자서 너무 힘든 거니까.”
“알바 있잖아.”
“그래도 그건 다르지.”
성이 오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건 전혀 다른 종류의 문제였다. 아정은 입술을 쭉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너무 잘 되도 걱정이야.”
“그러니까. 그런데 너 오지랖이야.”
“어?”
“이언희 씨. 그거 내가 생각을 했을 때 안 해도 되는 생각이야.”
“그런가.”
원희는 이렇게 말을 하며 싱긋 웃었다. 하지만 오지랖이라고 해도 자신이 그냥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싿.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거긴 하지.”
“그래?”
“응.”
원희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정과 이렇게 별 것 아닌 소리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고맙습니다.”
“아니야.”
원희의 인사에 은선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한 건 그냥 복사를 해준 게 전부인데. 뭘 이런 걸 고맙다고 해? 이거 아무 것도 아닌 걸.”
“그래도요.”
은선은 커피를 마시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어.”
“큰일이에요.”
“오히려 고마워. 그리고 미안하고.”
은선은 머리를 뒤로 넘기며 싱긋 웃었다.
“네?”
“요즘 너희처럼 그렇게 다 말해주는 애들이 어디에 있어? 원희 너는 진짜 나를 선생으로 보는 거 같아.”
“아.”
“그리고 너랑 아정이도 예쁘고.”
은선의 말에 원희는 씩 웃었다. 은선은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다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하여간.”
“왜요?”
“내가 너에게 큰 도움이 못 되는 거 같아서.”
“아니에요.”
원희의 대답에도 은선은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자신이 도와주려고 한 게 오히려 웒희에게 상처가 되는 거였다.
“그래서 아정이는 괜찮은 거지?”
“네. 서정 형님도 잘 되고.”
“어?”
갑작스러운 원희의 말에 은선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고개를 흔들고 엷은 미소를 지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그냥 잘 지낸다고요.”
“그렇겠지.”
은선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영화 일도 한다고.”
“아.”
결국 돌아간 거였다.
“다행이다.”
“그렇죠?”
은선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제자였다. 무슨 말을 더 하려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잘 된 거야.”
“샹영회도 곧 한 대요.”
“상영회?”
“네. 그 동안 모았던 영화.”
“아. 그런 거.”
은선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정말로 다행이었다. 서정이 조금씩 나아지는 거 같았다.
“가실 거죠?”
“어디를?”
“상영회요.”
“아니.”
은선은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안 가.”
“왜요?”
“내가 가면 안 돼.”
“네?”
“기사.”
은선의 말에 원희는 미간을 모았다. 별 것 아니었다. 이미 다 사라진 거였고 모두 잊은 거였다.
“선생님 그런 것들 아무 것도 아니에요. 그 사람들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하는 말인 거잖아요.”
“그래도 달라.”
은선은 가만히 컵을 응시했다.
“가면 안 돼.”
“아니.”
은선은 싱긋 웃었다. 결국 이 모든 것이 다 자신의 문제였다. 자신이 선을 그었어야 하는 거였다.
“내가 애초에 그 아이를 흔들면 안 되었던 건데. 어른이 되어서 나 너무 유치하게 행동을 했던 거야.”
“무슨.”
원희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저랑 같이 가시면 되잖아요.”
원희의 말에 은선은 고개를 저었다.
“안 돼.”
“하지만.”
“아니야.”
“응?”
은선이 다시 채근하자 원희는 무슨 말을 더 하려다가 고개를 숙였다. 자신이 너무 나선 거였다.
“죄송해요.”
“아니야. 네 사과를 원한 거.”
원희의 사과에 은선은 고개를 저었다. 착한 아이였다. 자신의 머리에서 가장 나은 선택을 한 거였다.
“아니야. 그럴 이유.”
“그래도요.”
“네가 나를 생각해서 한 거라는 거 알고 있으니까. 그게 나에게 지금 안 맞는 거였을 뿐이고.”
은선은 테이블을 두드렸다.
“그래도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거니가.”
“됐어.”
원희의 말에 은선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냥 고마웠다. 이런 별 것 아닌 소식을 듣는 것도 다행이었다.
“요즘엔 그냥 이런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 그리고 그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고.”
“그러세요?”
“응.”
은선은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괜찮지?”
“네. 괜찮아요.”
“다행이다.”
아정의 말에 원희는 미소를 지었다. 원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자신이 끼어들 것이 아니라 아정이 알아서 해야 하는 거였다. 그리고 그 편이 오히려 서정을 돕는 것일 수도 있었다.
“제가 지금 괜한 말을 해서 선생님에게 폐를 끼치는 거 같아요. 이런 말을 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요.”
“그렇지 않아.”
은선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네.”
“괜히 서운하게 생각은 말고.”
“안 그래요.”
원희의 대답에 은선도 싱긋 웃었다. 선한 사람. 자신이 이런 아이를 그래도 제자로 만날 수 있다는 거 자체가 다행이었다.
“다른 건 더 힘든 거 없지?”
“없어요.”
“다행이다.”
“그러게요.”
은선은 가만히 원희를 응시했다. 원희도 그런 그를 보며 싱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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