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현재진행형[완]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2018 [57장. 목요일]

권정선재 2018. 9. 17. 11:41

57. 목요일

이걸 왜 저에게 주세요?”

?”

아니.”

희건이 족보를 내밀자 아정은 미간을 모았다. 자신은 이런 것에 기대서 공부를 하는 것이 싫었다.

저 이런 거 필요하지 않아요.”

너 빼고 다 있어.”

?”

다 있다고.”

희건의 간단한 대답에 아정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자신만 없다는 것? 아정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아직도 이 강의실 안에서 자신의 자리는 제대로 없었고, 자신은 겉에 있는 사람이었다.

어떻게 그래요?”

뭐가?”

그거 부정이잖아.”

아니야.”

아니라고요?”

아정은 한숨을 토해냈다. 도대체 어떻게 이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수가 있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 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을 따돌리는 일이었다.

자기들끼리 모든 것을 다 알고. 이건 이상한 거잖아요. 이거. 정말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뭐가?”

아니.”

아정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다. 무슨 말을 해도 이건 이상한 일이었다.

스스로 공부를 해야 하는 거죠. 그리고 교수님을 믿고. 이건 어떤 해답. 그러니까 해설지 같은 거잖아요.”

후배님 그만.”

?”

너 더 하면 나도 못 도와.”

? 무슨?”

그제야 아정은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응시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희건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니까 알았지?”

일단 감사해요.”

그래.”

뭐가 되었건 희건이 자신을 도와주려는 것 자체는 부정할 수 없었으니까. 이게 뭐가 되었건 고마운 일은 사실이었다.

 

그냥 두면 되는 거야.”

뭐라고?”

지수의 말에 아정은 미간을 모았다.

무슨 말이야?”

뭐가?”

그냥 두라니?”

다 그래.”

아니.”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머리를 뒤로 넘겼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자신들 안에서 이런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 자신 역시 이런 것 없이. 결국 외톨이. 이런 건 너무나도 우스운 일이었다.

그래도 이건 아니지.”

너 그러다가 돌 맞는다.”

그래도 이건 아니지. 그리고 이미 그래.”

그건 다른 거고.”

아무리 그래도.”

아정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그 동안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이 무너지는 거였다.

지금보다 더 문제일 수가 있다고?”

당연한 거지.”

설마.”

교수들도 이미 다 알고 있잖아.”

지수의 말에 아정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지수의 말이 옳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아무리 괜찮을 거라고 생각을 해도. 아무리 아무 것도 아닐 거라고 생각을 해도. 그거래도 이건 넘어가면 안 되는 거였다.

무슨.”

?”

설마 그럴 리가?”

설마 그럴 거야.”

지수는 가볍게 대답했다.

그래도.”

그만.”

지수는 아정의 말을 막고 단호히 고개를 흔들었다. 아정이 왜 자꾸 이런 일에 집중을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지금 너보고 뭐라고 말은 안 할 거야. 그렇다고 해서 네가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말라고 말을 하기는 할 거야. 아무리 너라고 해도 너 뭐든 다 하지 못해. 그거 너 아니야.”

할 수 있어.”

아니 못 해.”

지수의 대답에 아정은 한숨을 토해냈다. 뭐라도 더 하려고 하지만 지수는 너무나도 단호했다. 자신이 하려는 것. 이게 아무리 옳은 일이라고 하더라도 지수는 자신의 편이 되어주지 못할 거였다.

됐어.”

왜 그래?”

아정의 반응에 지수는 한숨을 토해냈다.

내가 지금 너에게 뭐라고 하는 거 아니잖아. 너를 도울 수 있는 거.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려는 거잖아.”

그러니까 너는 그냥 내가 이런 걸 다 넘어가야 한다는 거잖아. 내가 믿기에 아니라고 해도 말이야.”

당연하지.”

아정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지수의 말이 옳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건 아니야.”

윤아정.”

됐어.”

지수는 무슨 말을 더 하려다가 고개를 저었다.

정말.”

미안해.”

뭐가?”

이런 친구라서.”

됐어.”

지수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더 할 수는 없어도 어쩔 수 없었다. 아정은 그저 그의 뜻대로 할 거였다.

 

그래서 화가 난 거야?”

화는 아니고. 그냥 그래.”

원희는 그런 아정의 말을 들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정은 그런 원희를 보고 입술을 쭉 내밀었다.

어떻게 할까?”

네가 하는 거지.”

그래도.”

가만히 있는 건?”

싫어.”

더 이상 그냥 입을 다물고 있고 싶지 않았다. 그런 건 너무나도 우스운 일이니까. 원희는 미간을 모았다.

형님은?”

안 돼.”

더 이상 서정에게 이건 아니었다.

그리고 요즘 오빠 바빠.”

그래?”

. 이번에 상영회도 한다고 하더라고. 오빠 영화들을 가지고.”

역시 형님도 다시 잘 되시기는 하구나.”

당연하지.”

아정의 얼굴이 반짝이자 원희는 미소를 지었다. 아정이 서정에 대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신기한 일이었다.

그래서 더 미안해.”

?”

내가 아니었더라면 오빠는 이렇게 돌아가지 않아도 되었을 거야. 나 때문에 지금 잠시 멈춘 거잖아.”

아무도 모르는 일이야.”

원희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가지고 아정이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은 싫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는 하지 마. 나중에 너 더 잘 될 수도 있어. 그런 건 아무도 미리 정할 수 없는 거야. 그리고 네가 있기에 지금 형님이 더 잘 될 수도 있는 거고. 이런 건 아무 것도 몰라.”

그래도.”

잘 하는 거야.”

원희는 입을 내밀고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정이 너는 좀 넘어가도 돼.”

어려워.”

?”

아정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자신이 뭔가 더 하는 거. 그런 건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거고. 자신이 해야 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거였다.

오빠에게 미안해.”

하여간 착해.”

아정은 웃음을 터뜨렸다.

너 뭐야?”

뭐가?”

늘 나를 우쭈쭈.”

당연한 거지.”

아정은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자신이 도대체 뭘 더 할 수가 있는 건지. 뭘 해야 하는 건지 너무나도 어려웠다. 자신이 믿는 것. 자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 것. 이것은 자신의 일이 아니었다.

오빠가 나로 인해서 너무나도 아프다는 것을 아니까. 나로 인해서 지쳤다는 것을 아니까 너무 미안해.”

그게 뭐야?”

그냥.”

윤아정.”

원희는 꽤나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네가 그게 문제야.”

?”

원희의 입에서 나온 말에 아정은 미간을 모았다.

무슨 말이야?”

너를 보면 뭐든 너무 혼자서 많은 생각을 해. 그게 다른 사람에게 어떤 의미일지 모르는 거고.”

그게 아니라.”

아정은 침을 삼켰다. 자신은 그저 잘 하려고 하는 건데. 지금 원희에게 이런 말을 들으니 답답한 기분이었다.

어떻게 그런 식으로 말을 해?”

?”

아니.”

아정은 머리를 뒤로 넘기고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건 아니지.”

뭐가 아닌 건데?”

이원희.”

너 이상해.”

원희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아정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무슨 말을 더 하려다가 고개를 숙였다.

너는 내가 아니라서 몰라.”

당연하지.”

그게 그렇게 당연한데 어떻게 그렇게 말을 해?”

너를 좋아하니까.”

?”

너를 사랑하니까.”

아정은 고개를 들었다.

이원희.”

알아.”

원희는 한숨을 토해내며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거였다.

그래도 내가 너를 좋아하니까. 그러니까 지금 너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것. 뭐라도 말을 하려는 거야.”

그게 뭔데?”

모르지.”

원희의 간단한 대답에 아정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하여간 신기한 사람이었다.

나 너를 좋아하기는 하는 모양이다.”

무슨 말이야?”

이원희. 너로 인해서 내 감정이 정말 자유자재로 요동을 치는 거 같거든. 이거 정말로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 의미거든.”

아정의 말에 원희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저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