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장. 화요일
“커피 마실래?”
“아니요.”
“마셔.”
희건의 말에 아정은 미간을 모았다.
“무슨?”
“너 지쳐 보여.”
“아.”
아정은 작게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선재가 괜찮다고 하는데 처음부터 일을 한 게 문제였다.
“그냥 요즘 힘든 일이 많아서 그래요.”
“도대체 너는 왜 그 모든 것들을 혼자서 다 하려고 하는 거야? 그럴 이유 하나도 없는데. 왜 그래?”
“제가 할 수 있는 거니까요.”
“아니.”
아저의 말에 희건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아정을 보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엇다.
“도대체 너는 왜 그렇게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하는 거야? 윤서정이 그런 걸 바라지도 않을 텐데.”
“오빠가 원하지 않으니까요.”
“어?”
“이상하잖아요.”
아정의 말에 희건은 미간을 모았다. 오히려 서정을 밀어내기만 하려고 하는 아정이 오히려 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나라면 나를 도와주겠다고 하는 사람을 그렇게 싫다고 행동을 하지 않을 거 같은데? 그거 이상하지 않아. 서정이 녀석이 나쁜 녀석이기는 하지만. 너에게는 좋은 사람일 거 같은데.”
“우리 오빠가 나빠요?”
“응.”
“왜요?”
“그러게.”
희건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아정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도대체 희건이 왜 이러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는 선배가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어. 우리 오빠가 무슨 실수를 한 거라면 그거 나에게 말해요.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내가 해결을 할 수 있는 거라면 내가 대신 사과라도 할 테니까요.”
“아니.”
희건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너는 못 해.”
“왜요?”
“네 일이 아니니까.”
아정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이 말이 옳기는 하지만 그래도 지금 이건 아니었다. 지금 희건은 너무 이상했다.
“선배를 보면 오빠를 좋아하는 거 같으면서도 미워해요. 도대체 왜 그렇게 행동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너 똑똑하네.”
“네?”
“정말.”
“아니.”
희건은 그리고 이어폰을 꽂았다. 아정은 한숨을 토해냈다.
“형님에게 묻지.”
“아니.”
아정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됐어.”
“왜?”
“싫다고 하니까.”
“아.”
원희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원희가 말을 할 수 있는 거였다면, 아정이 미리 묻기도 전에 모두 다 말을 할 거였다. 적어도 자신이 알고 있는 서정은 그런 사람이었고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러네.”
“오빠가 나에게 말을 해주지 않는 거. 이건 뭔가 이유가 있는 거야.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일 나는 듣고 싶지 않아. 그거 말도 안 되는 거니까. 그거 내가 원하는 것도 아니고 바라는 것도 아니야.”
“그렇겠네.”
원희의 대답에 아정은 웃음을 터뜨렸다.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할 수가 있는 건지.
“너 지금 이상한 거 알지?”
“그래?”
“그래.”
“그렇구나.”
아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는 오빠를 좋아하는구나?”
“응.”
원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에게 어떤 롤모델 같은 것이 되어주는 사람이 바로 서정이었다.
“형님이 아니었더라면 지금 내가 없을 수도 있으니까. 지금 내가 흔들리는 순간들. 형님이 잡아주니까.”
“그래?”
그런 생각을 크게 한 적이 없기에 아정은 입술을 내밀고 고개를 흔들었다. 여전히 자신이 보기에 그는 이상한 구석이 많은 사람이었다. 가끔 실수도 많이 하고 여전히 멍청한 사람이기도 했다.
“깔끔하게 나를 포기하면 되는 건데. 도대체 왜 그러지 못하는 건지. 나는 그게 이해가 가지 않아.”
“왜?”
“그게 쉽잖아.”
“안 쉬울 거야.”
“왜?”
“동생이니까.”
간단한 말. 그게 싫었다. 자신이 그저 동생이라서 이러는 거라면. 앞으로도 서정은 자신을 포기하지 못할 거였다. 자신은 그에게 너무나도 큰 짐이었고 자신은 그를 망치는 사람이 될 거였다.
“나는 오빠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그런데 지금 내가 하는 거. 지금 이걸 보면 그게 아니야.”
“그렇지 않아.”
원희의 말에도 아정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 나 아르바이트 해.”
“아르바이트?”
원희는 고개를 갸웃했다.
“어디에서?”
“선재 사장님.”
“어?”
원희의 얼굴이 굳었다.
“내가 너에게 말을 해야 해?”
“아니.”
선재의 말에 원희는 고개를 숙였다. 자신에게 모두 다 말을 할 것은 없었다. 그래도 서운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도 제가 사장님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아주 조금이라도 말씀을 해주실 수 있는 거 아니었어요?”
“아니야.”
선재의 말에 원희는 한숨을 토해냈다.
“아니.”
“왜 그래?”
아정은 원희의 어깨를 두드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지 마.”
“아니.”
“이원희.”
아정의 말에 원희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게 무슨 말인 건지는 알았지만 그래도 서운한 것은 사실이었다.
“원희 네가 아정이와 연애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가 아정이의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하는 거 아니야. 그리고 지금도 아정이가 바로 너에게 말을 해준 거잖아. 안 그래?”
“그렇죠.”
원희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선재는 그런 그를 보며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미안해.”
“아니요.”
선재의 사과에 아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삼촌이 왜요?”
“그래도 조금은 더 원희의 기분을 덜 망칠 수 있을 거 같은데. 내가 너무 무리하게 한 거 같아.”
“아니요.”
아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건 선재가 자신에게 사과를 해야 하는 종류의 문제가 아니었다. 자신이 조금 더 제대로 해결을 했어야 하는 문제였는데. 자신이 그런 것을 하지 못한 거였다.
“한심해.”
“왜?”
“원희의 기분을 망치고.”
“윤아정 씨. 그렇게 모두 다 누군가의 감정을 맞추면서 살 수 없어. 그건 너의 잘못도 아니고. 네가 뭘 하려고 해서 되는 거 아니야. 그건 말도 안 되는 거야. 그런 거 아무 것도 아니라고.”
“그렇죠. 그건.”
아정의 미소에 원희는 가볍게 어깨를 두드렸다. 아정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답답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바보.”
원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푹 숙였다.
“싫다.”
도대체 왜 아정에게 이렇게 짜증을 내기만 한 것인지.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건 싫었다.
“정말 싫다.”
“미안해.”
“아니야.”
아정의 사과에 원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왜 네가 그래?”
“그래도.”
아정은 손을 만지작거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이건 무조건 자신이 잘못한 거였다. 자신은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자신의 실수로 이 모든 일이 일어난 거였다. 이건 모두 다 자신의 문제였다.
“너에게 미리 이걸 말을 하는 거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었는데. 도대체 왜나는 이걸 말을 하지 않은 건지 모르겠어.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닌데.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거. 이걸 스스로 하고 싶었어.”
“스스로.”
“응.”
아정의 말에 원희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아정이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것을 자신이 막은 거였다.
“미안해.”
“에이.”
아정은 양손으로 원희의 얼굴을 잡았다.
“왜 그래?”
“내가 미련하니까.”
“아니.”
아정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원희의 행동은 옳은 일이었다. 자신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선택을 했을 거였다. 이렇게 바보처럼 말을 하고 화를 냈을 거였다. 만일 자신이었다면 지금 원희처럼 모든 것을 다 그대로 받아주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이건 누가 뭐라고 해도 자신과 원희의 차이였다.
“고마워.”
“뭐가?”
“사과를 해줘서.”
“에이.”
아정의 말에 원희는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숙였다.
“당연하지.”
“뭐가?”
“내가 실수를 한 거니까.”
“아니래도.”
아정의 대답에 원희는 씩 웃더니 아정을 안았다.
“안 그래.”
“미안해.”
“나도 미안해.”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보고 씩 웃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 부드러운 입맞춤. 아정의 눈이 커다래졌다.
“미안해.”
“아. 아니.”
원희가 사과를 하자 아정은 고개를 저었다.
“왜 사과를 해?”
“아니 그래도.”
“바보.”
아정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더니 그대로 다시 원희의 목을 안았다. 그리고 꼭 안고 다시 입을 맞췄다. 부드러운 입맞춤. 두 사람 사이에 이게 가장 필요한 거였다. 서로에게 온기를 주는 게 당연한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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