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장. 고백과 되돌림
“미안하다.”
“아니요.”
미선의 사과에 아정은 고개를 저었다. 이런 걸 가지고 굳이 미선이 사과까지 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이미 다 지난 일이었고. 이런 것에 하나하나 다 불만을 가질 나이는 이미 지난 후였다.
“엄마가 이제 와서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아무 일도 아닌 건데 도대체 왜 그러시는 건데요?”
“미안해.”
“아니요.”
아정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미선의 사과를 듣고 싶지도 않았다. 사과를 듣는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었다.
“엄마가 지금 사과를 한다고 해서 그 동안 있었던 일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잖아요. 왜 이래요?”
“미안하니까.”
“아니.”
아정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숙였다. 이건 미선이 진심으로 하는 말이 아니었다. 아마 자신도 놀라서 하는 말이었다.
“엄마가 나에게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어.”
“네 오빠가 연기 했으면 좋겠어.”
“뭐?”
아정은 머리를 뒤로 넘겼다. 도대체 지금 미선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바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이걸 이해하는 순간 아정은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아정은 미선을 노려봤다.
“엄마 왜 그래?”
“뭐가?”
“나는 딸도 아니니?”
“그게 아니라.”
“정말 너무하다.”
미선은 아차 싶었다. 미선도 고민이 많았을 텐데. 미선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에게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나도 몰랐던 거야. 네 아버지가 그걸 믿지 않았던 거고. 그래서 이렇게 오랜 시간 돌았던 건데. 도대체 왜 너는 내 탓을 하는 거니? 도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거.”
“뭐?”
“더 싸워야지.”
아정의 말에 미선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래서 너에게 자유를 줬잖아.”
“자유?”
아정은 머리를 넘기고 한숨을 토해냈다. 미선은 자신에게 자유를 준 것이 아니었다. 그냥 자신을 버린 거였다.
“엄마는 엄마가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 귀찮아서 달아난 거야. 거기에 내 자리 같은 것은 없었어.”
“아니야.”
미선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니라고요?”
“그래.”
아정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단 한 순간도 자신은 미선에게 사랑을 느낀 적이 없었다.
“엄마는 늘 나를 죽였어.”
“무슨.”
“가요.”
“아정아.”
“가라고.”
미선은 테이블에 올린 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였다. 그리고 아정을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네가 지금 나를 이기적이라고 말을 할 수도 있지만. 나에게 서정이는 너무나도 아픈 손가락이야. 그 아이를 내가 지켜주지 못한 거. 그 아이가 너를 챙기느라 자신의 삶을 버린 거 알잖아.”
“그게 내 탓이야?”
“그럼.”
“아니.”
무슨 말을 더 할 수가 있을까? 어떻게 이런 것까지 자신의 탓을 할 수 있는 걸까? 결국 지금 자신의 문제는 자신도 아니었고 ,태훈도 아니었다. 모든 것은 다 그걸 외면했던 미선의 잘못이었다.
“엄마네.”
“뭐가?”
“지금.”
“어?”
“이 모든 것.”
“무슨.”
아정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이상 미선과 다른 이야기를 더 할 것도 없었다. 그와 있으면 자신은 죽었다.
“엄마 아들은 엄마가 알아서 해.”
“아니. 네가 있어야 할 거 아니야? 그 아이가 너로 인해서 이렇게 망설이는 건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로 인해서 그렇다고 하면서 도대체 내가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내가 거기에서 무슨 말을 더 해주기를 바라는 건데? 그건 말도 안 되는 거잖아. 그거 정말 아니잖아.”
미선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어서 아정을 보며 한숨을 토해냈다.
“너는 애를 안 낳아서 몰라.”
“뭐?”
“너도 나중에 되면.”
“그러게.”
아정은 주먹을 쥐었다가 풀었다.
“나는 어른이 아직 되어본 적이 없지만, 엄마는 내 나이였던 적이 있잖아요.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지금 내 편을 들어주지 않아? 지금 이 상황에서 무조건 내 편을 들어줘야지. 엄마는 이미 해봤잖아.”
아정의 말에 미선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했지만 아정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안해.”
“아니야.”
아정의 사과에 원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너에게 무슨 일이 있으니까 여기에 온 거잖아. 그리고 나 지금 네 얼굴을 볼 수 있는 거 좋아.”
“뭐래.”
아정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으로 인해서 원희가 지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갈 곳이 없었어.”
“그래.”
“미안.”
“아니.”
원희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 자체가 다행이었다. 아정이 지금 이런 순간에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자신에게 와줬다는 것. 이것 자체가 고마웠다.
“기쁘네.”
“어?”
“지수가 아니라서.”
“당연하지.”
아정은 입술을 내밀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네가 우선이지.”
“노래방 갈래?”
“어?”
“가자.”
원희의 말에 아정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희와 함께라면 뭐든 좋았다.
“그게 아정이의 잘못이라고요?”
“당연하지.”
미선의 말에 서정은 침을 꿀꺽 삼켰다. 도대체 미선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엄마도 아정이 엄마잖아요.”
“그런데?”
“아니.”
“나는 네가 우선이야.”
미선은 주먹을 세게 쥐고 고개를 저었다.
“아정이만 아니었더라면. 아정이만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너는 지금보다 더 많은 것들을 누릴 수 있을 거야. 서정이 네가 그 아이를 신경을 쓴다고 너를 망치고 있는 거. 나는 보기 편할 거 같니.”
“안 망쳤어요.”
서정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미선을 보며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푹 숙였다.
“도대체 왜 그러세요?”
“뭐가?”
“그게 저를 위한 거예요?”
“당연하지.”
“아니요.”
서정은 고개를 저었다.
“그거 아니에요.”
“아들.”
“그만.”
서정은 주먹을 쥐었다가 풀었다.
“정말.”
“왜?”
“너무하세요.”
“아니.”
미선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신은 이제 서정이 스스로를 조금 더 보기 바라는 거였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를 생각을 하라는 것. 더 이상 아정에 목숨을 걸지 말라는 거였다.
“아들이 더 나은 무언가를 선택을 하기 바라. 그건 부정할 수 없는 거잖아. 네가 아정이로 인해서 너를 다 망치고 있잖아.”
“아니요.”
서정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자신은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모든 건 다 미선의 상상이었다.
“도대체 왜.”
서정은 고개를 숙였다. 그 모든 시간에 아정이 없었다면 자신도 견딜 수 없을 거였다. 모두 다 아정이 있어서 견딘 거였다.
“저랑 아정이에게 다시 나타나지 마세요. 어머니. 아버지. 두 분 다 더 이상 필요 없으니까요.”
서정의 말에 미선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신난다.”
“그래?”
“응.”
아정의 밝은 미소에 원희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다.”
“왜?”
“많이 힘들어 보여서.”
“그래?”
아정은 얼굴을 만지고 혀를 내밀었다. 아니라고 하고 싶지만. 부정하고 싶었지만 부정할 수 없었다.
“정말 싫다.”
“무슨 일이야?”
“그냥.”
아정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자 원희도 다른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고 엷은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미안해.”
“아니야.”
아정의 사과에 원희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너에게 모든 것을 다 말을 해달라고 해서 오히려 잘못이야. 그럴 이유 없는데. 정말 미안해.”
“아니야. 나도 너에게 모든 것을 다 말을 해야 하는 건데. 그러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 나 왜 이러는 걸까?”
“나도 그런데?”
“그래?”
아정이 묻자 원희는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저었다.
“왜?”
“아니. 뭐. 그냥 너는 나에게 제대로 말을 해주지 않는 거 같아서. 음. 너는 나에게 뭘 숨기는 건데?”
“그러게.”
원희의 장난스러운 대답에 아정은 입을 쭉 내밀었다. 원희는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아정에게 팔짱을 꼈다.
“이제 조금 풀렸어?”
“응.”
아정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그래도 이건 비밀.”
“그래.”
아정과 원희는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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