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장. 불편함
“죄송합니다.”
“네. 괜찮아요.”
서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미안해요.”
“아닙니다.”
오디션장을 나오면서 서정은 한숨을 토해냈다. 실수로 목록에서 그의 이름이 지워졌다고 하는데, 이 말을 어떻게 생각을 해야 하는 건지.
“새로 찍기로 했다고요?”
“응.”
서정이 몇 장면을 하지 않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미 나온 분량이 있는데 그걸 새로 찍는다는 거였다.
“왜?”
“자기 앞으로 더 할 수 없다고 한 거잖아. 그런 거라면 우리도 자기를 완전히 들어내야 할 거 같아요.”
“할 수 있어요.”
“어?”
서정의 말에 PD는 난처한 표정으로 감독을 쳐다봤다. 감독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윤서정 씨. 그렇다고 해서 새로 캐스팅을 한 사람을 밀어낼 수도 없는 거 아닙니까? 그건 아니죠.”
“그래도 감독님이 생각을 하실 때. 그냥 제가 나오는 거. 이게 더 낫다고 생각을 하지 않으세요? 이거 비용도 있고.”
“미안합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이야기. 서정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싫다.”
그 어디에도 자신이 있을 수 있는 장소가 없었다. 뭐라도 하고 싶었지만 자신이 따질 사람은 없었다.
“아버지.”
그 사람은 생각보다 강한 사람이었다. 여기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정말 싫다.”
서정은 고개를 푹 숙이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언니는 그럼 세 과목만 들어요?”
“어.”
은수의 말에 아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왜?”
“부러워서요.”
“부럽긴.”
은수는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래도 아정은 지금 그의 말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내가 지금 하는 말. 이거 간단한 것이 아니거든. 이거 취업이 안 되어서 나 지금 여기에 있는 거야.”
“언니 취업에 관심이 없다면서요?”
“농담이지.”
은수가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는 모습을 보며 아정은 고개를 흔들었다. 은수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왜?”
“그냥 아쉬워서요.”
“어?”
“저 언니 글이 좋거든요.”
“아. 뭐.”
은수는 혀를 내밀고 고개를 숙였다.
“그래?”
“네.”
은수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누군가 그의 글이 좋다고 하는 건 신기한 일이었다.
“고맙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알아.”
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정도 누군가에게 그냥 듣기 좋은 말을 해줄 수 없는 사람이었다. 아정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을 거였다.
“네 오빠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데 내가 너에게 다른 것을 기대할 리도 없고. 너에 대해서 잘 알아.”
“오빠랑 친했어요?”
“음.”
은수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왜요?”
“네 오빠 이상해.”
“네?”
아정이 놀란 표정을 짓자 은수는 웃음을 터뜨리며 어깨를 으쓱했다. 아정은 고개를 갸웃하고 그를 응시했다.
“왜요?”
“뭐라고 해야 하지? 조금 자신의 세상에 조금 많이 갇혀 있는 거 같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이었어.”
“자기 세상.”
아정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지금 은수의 말은 사실일 거였다. 그리고 결국 이 모든 일이 일어난 것. 그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 문제였다. 자기 탓이었다.
“나 때문이네.”
“어?”
“나 때문이에요.”
아정의 말에 은수는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오빠가 나를 너무 사랑해서. 그래서 자신의 모든 것을 다 걸고. 그래서 지금 언니가 그렇게 느낀 거야.”
“그거 네 탓 아니야.”
“네?”
“네 탓 아니라고.”
은수는 아정의 손목을 잡고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아.”
“하지만.”
“윤아정.”
은수의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너 지금 이상한 생각 하지 마.”
“네?”
“네가 그 녀석에게 부탁을 한 거 아니잖아. 그 녀석이 알아서 너에게 그런 거 한 거 아니야? 안 그래?”
“그렇죠.”
아정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감히 서정에게 그런 부탁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하지만 제가 있어서. 저라는 존재로 인해서 오빠가 그런 일을 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도 그걸 네가 시킨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네가 그렇게 부담을 느끼고 아파하는 거야? 그거 윤서정이 혼자서 오버를 한 거야. 이상한 짓을 한 거라고. 내가 괜한 말을 한 모양이다.”
은수는 소주를 한 모금 마시며 캬아아 하는 소리를 냈다. 아정은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그거 괜찮은 거예요?”
“어?”
“술.”
“아.”
은수는 어깨를 으쓱하고 씩 웃었다.
“안 되지.”
“네?”
아정이 놀란 표정을 짓자 은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아정에게도 건넸다.
“너도 마셔.”
“됐어요.”
“왜?”
“안 되는 거라면서요?”
“그렇지.”
은수는 자신이 마시고 씩 웃었다.
“좋다.”
“언니.”
“네 오빠가 윤서정이잖아.”
“네?”
아정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게 뭐야?”
“왜?”
“그거 가지고 이게 수습이 될 거 같아요?”
“안 돼?”
“네.”
“헐. 큰일이네.”
아정의 말에 은수는 미간을 모으더니 그대로 소주를 모두 들이켰다. 아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언니.”
“이거 참기름이야.”
은수는 입가를 닦으며 씩 웃었다. 아정은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로 고마운 사람이었다. 은수는 그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윤아정 씨. 너무 힘들어 하지 마. 너로 인해서 그 모든 문제들이 다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건 알아야지.”
“네. 알겠습니다.”
은수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여간 너희 남매는 걱정이다.”
은수의 말에 아정은 미소를 지었다.
“언니 좋은 사람 같아요.”
“당연하지.”
은수는 턱에 브이를 그리며 씩 웃었다.
“그러니 여전히 네 오빠랑 친구지.”
“그러게요.”
아정의 대답에 은수도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도 다행이네.”
“안 괜찮을 줄 알았어요?”
“응.”
희건의 간단한 대답에 아정은 미간을 모았다.
“무슨?”
“윤서정이 별 말 안 하더라.”
“오빠가 정할 것은 아니니까요.”
“어디에 있어?”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고 물끄러미 희건을 응시했다. 그에게 모든 것을 다 말을 해야 하는 걸까? 그래도 자신에게 어떤 도움을 준 사람인 것은 분명한 것이니 이 정도 말은 해줘도 될 거 같았다.
“기숙사에 있어요.”
“기숙사?”
희건은 미간을 모았다.
“그래도 괜찮아?”
“왜요?”
“아니.”
“괜찮아요.”
아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건 자신이 관심을 가질 것도 아니고 아무 문제도 없을 거였다.
“아무리 그래도 저에게 아무 짓도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으니까. 고맙습니다. 정말.”
“그래?”
“네.”
“그럼 다행이고.”
희건이 옆에 앉는 것을 보며 아정은 미간을 모았다.
“저 애인 있어요.”
“뭐래?”
희건은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공부나 합시다.”
“알았어요.”
아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희건도 그런 그를 보며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막히기는 하네.”
원희는 한숨을 토해냈다.
“어렵다.”
혼자서 할 수 있다고 하기는 했지만 혼자서 하는 것은 막막했다. 누구에게 물어보려다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싫다.”
원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답답해.”
누군가에게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은데 지금 그의 말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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