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협상, 왜 야구하다가 9회에서 축구해요?
Good – 잘 맞춰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Bad – 마지막까지 완성도가 높길 바라는 사람
평점 - 7점
올 추석 주로 사극 영화가 걸려 있는 극장가에 [협상]은 독특한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기본적으로 가족 단위 가족이라면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장르인데요. 아무래도 이번 추석 연휴가 길다 보니 영화를 한 편 이상 보는 사람들을 타겟으로 삼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정도로 이 영화는 대중적인 느낌의 영화는 아닙니다. 다소 불편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고 조금 더 생각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아쉽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데요. 영화가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이 새로운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두 배우의 연기를 통해서 이것을 이끌어나가는 것이 크게 아쉽지는 않습니다. 영화의 부족한 부분이 크게 많이 보이지도 않는 편이고요. 그리 잘난 부분이 없지만, 그런 만큼 치명적인 단점 역시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게 [협상]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후반으로 가게 되면 다소 무너지는 것 같은 부분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런 부분은 한국 영화의 고질적인 특징이니 비단 [협상]만 가지고 있는 단점이라고 할 수는 없을 거고요. [협상]은 꽤나 긴장이 넘치는 이야기를 통해서 관객이 쉽게 스크린에서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듭니다.
[협상]은 특히나 그 어떤 영화보다도 배우들이 가진 힘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게 그리 아쉽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특히나 느물거리는 느낌의 ‘현빈’이라는 배우와 단단한 것 같지만 속은 여린 ‘손예진’ 배우의 느낌이 영화와 잘 어울립니다. 특히나 ‘손예진’ 배우 같은 경우에는 다작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는데, 이 영화들이 모두 다 다른 느낌을 선사하는 것이 그에게는 그다지 나쁜 선택이 아닌 것 같습니다. [협상]은 다른 영화와 다르게 ‘손예진’이 중심으로 극을 이끌어가며 여성의 시선으로 영화를 풀어내고자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단단히 뭉쳐진 남성의 카르텔 안에서 숨겨진 문제들을 모두 다 다루려고 하는 거죠. 그러기 위해서는 오직 여성만이 가진 능력이 필요한데 ‘손예진’이 맡은 배역을 통해서 감독은 영리하게 이 부분을 해결해 갑니다. 물론 그 와중에서도 다소 걸리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최대한 이런 부분을 제거하기 위해서 노력한 것 같습니다. 배우들의 합도 좋을뿐더러 이야기 역시 주변을 건드리지 않고 앞으로 쭉 달려가면서 조연들을 제대로 배치한 것이 [협상]의 강점 같습니다. ‘현빈’과 ‘손예진’ 두 배우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제외한 모든 이야기는 가볍게 곁다리로 넘어가면서 그다지 진지하지 않고 가벼운 소품들처럼 활용합니다.
‘손예진’ 배우는 모두가 인정할 협상 능력을 가진 ‘하채윤’을 연기합니다. ‘손예진’ 배우의 장점은 그의 색이 크게 도드라지지 않는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만큼 배우 스스로 캐릭터를 압도하면서 새로운 무언가를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이 편이 영화에는 더 긍정적인 어떤 작용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오히려 밋밋할 수도 있는 연기를 선보이는데, 오히려 배역이 먼저 보이고 배우가 그 뒤에 보이는 느낌입니다. 아무래도 다작을 선택하는 배우들 같은 경우에는 배우가 자꾸만 선이 굵게 앞으로 드러나서 역을 망치게 마련인데, ‘손예진’ 배우는 이런 점이 없어서 좋습니다. 그는 때로는 여유로움을 가진, 때로는 긴장이 넘치고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하채윤’이라는 인물을 사실적으로 불러옵니다.
‘현빈’은 ‘민태구’라는 꽤나 느물거리면서도 장난스러운 인물을 연기합니다. ‘민태구’라는 인물이 전면에 드러나는 순간이 아무래도 뒤에 있기에 배우로 연기가 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현빈’은 이 역할을 꽤나 여유롭게 선보입니다. 그 동안 연기를 잘 하는 배우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기에, 이번에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이는 것이 오히려 더욱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실망스러운 연기를 선보인 적은 없는 배우이기는 하지만 압도적인 무언가를 선보이는 기회도 그리 많지 않았다고 생각을 하는데, [협상] 속 ‘민태구’는 ‘현빈’이라는 배우가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역할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특히나 초반에 한정된 공간 안에서만 연기를 하는 것이 거꾸로 ‘민태구’라는 캐릭터를 더 선명하게 그리는 기분입니다.
다만 [협상]의 아쉬움은 제목처럼 갑자기 후반에 이야기가 무너진다는 점에 있습니다. 이게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감독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하는 순간에 무너진다는 겁니다. 감독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게 협상이라는 키워드와 붙게 되는 순간 자연스럽게 무너지는 어느 지점이 존재하게 됩니다. 물론 제작사를 살피게 된다면 오히려 이 지점을 노렸다는 말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진지한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다소 가벼운 이야기를 하면서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게 되니까요. 다만 사회적 정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다가 이 부분을 대충 넘기면서 허무한 무언가로 넘기는, 그러니까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기지 않는 결말에 대해서는 다소 아쉽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더. 라는 말이 자꾸만 나오게 된다는 것은 영화에 대한 애정이 남아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올 한가위 영화 중에서 사극이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너무나도 고맙게 느껴지기에 이 부분만 조금 더 만져서 더 완성도가 높은 영화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 그 자체는 크게 떨어지는 영화는 아니지만 말이죠. 새로운 도전과 안전한 조합이 그다지 나쁜 맛은 아닌 [협상]입니다.
로맨스 소설 쓰는 남자 권정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 손예진의 멋진 협상
둘 - 현빈과 마주하는 손예진의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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