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너의 결혼식, 한계는 뚜렷하지만
Good – 가을에 어울리는 로맨스 영화를 찾는 사람
Bad – 남자의 추억에 미화되는 첫사랑은 싫어
평점 - 8점
[너의 결혼식]은 정말 재미있었지만 그런 만큼 살짝 불편하기도 했는데, 지나칠 정도로 남성의 시선으로 쓰인 영화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의 결혼식]은 영화 자체로 보면 꽤나 흥미로운 영화이기는 합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보이지 않는 로맨스 영화의 계보를 제대로 잇는다고 생각하거든요. 특히나 최근에 한국에서 이런 장르의 영화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주로 대만이나 일본에서 그 아쉬움을 달랬던 사람들이라면 분명히 사랑할 수 있는 영화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건축학개론]보다도 조금 더 솔직하게 남성의 시선으로 쓰여진, 그러면서도 최대한 그 아슬아슬한 가운데에서 이야기를 펼치려고 노력을 하기 때문이죠. 게다가 남성의 시선으로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우연’이 얼마나 멍청한 녀석인지를 그리는 것 자체가 그다지 나쁘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두 사람이 도대체 왜 만나게 되었고 멀어지게 되었고, 이런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것 역시 [너의 결혼식]의 장점입니다. 적어도 남성 주인공의 캐릭터를 섬세하게 그려내면서 완벽하게 그의 시선을 따라간다는 것은 그 어떤 영화보다도 강점입니다. 관객들이 도대체 어떤 점을 따라가야 하는 건지 헷갈리지 않게 영화는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뚜벅뚜벅 걷습니다.
[너의 결혼식]이 지루하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는 ‘김영광’이 연기한 ‘우연’에게 모든 역할을 다 주며 극을 이끌어가게 하기 때문일 겁니다. ‘박보영’이 연기하는 ‘환승희’는 그저 관찰되는 대상으로만 그려지니까요. 이것에 대해서 다소 불편하게 생각을 하시는 분도 있을 수 있을 거 같지만, [너의 결혼식]은 최대한 이 부분을 크게 건드리지 않기 위해서 노력을 한 모습이 보이기는 합니다. [건축한개론]에서 ‘한가인’과 ‘수지’에 대해서 부정적인 대사들을 하는 것과 다르게, [너의 결혼식]에서는 모두 다 ‘김영광’이 연기한 ‘우연’의 잘못으로 인해서 두 사람의 관계가 어긋나게 된 것으로 보이거든요. 그는 결정적인 순간에 나서지 않았고, 정작 ‘승희’가 도와달라고 말을 하는 순간을 모두 다 피했기 때문이죠. 너무나도 지질한 모습을 보이기에 남성들이 더욱 공감하면서 미소를 지으면서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 순간 내가 조금 더 용기를 냈더라면. 이런 생각은 웬만한 남성들이라면 다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로맨스 영화라고 하기에 다소 아쉽지만, 그래도 추억을 되살리기에 좋은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30대 정도의 연인이 본다면 가볍게 웃으면서 그 시절에 대해서 한 번 더 떠올릴 수 있는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김영광’은 자꾸만 사랑에 실수를 이어가는 ‘우연’을 연기합니다. 이토록 멋진 남자가 이렇게 지질한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는 아둔한 행동들을 해나갑니다. 그러면서도 매력이 발산되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성을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려고 노력을 하기 때문이죠. 부모도 믿지 않는 공부를 하면서, 자신이 정말로 할 수 있는 것을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누구 하나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싶습니다. 물론 ‘승희’를 좋아하는 마음에도 불구하고 아둔하게 행동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를 이어가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다른 곳을 보지 않고 오롯이 직진만 하기에 이런 부분까지도 사랑스럽게 느껴집니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 자신이 변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내는 멋진 캐릭터입니다.
‘우연’의 사랑 ‘환승희’는 ‘박보영’이 연기합니다. 그 동안도 연기를 참 잘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번에도 그는 완벽한 연기를 선보입니다. 어쩌면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요? 대한민국 배우 중에서 이렇게 고등학교 시절부터 성인 시절까지 한 번에 보일 수 있는 연기를 선보일 수 있는 배우는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박보영’은 아무래도 ‘우연’의 시선에 그려진 캐릭터이니 만큼 자신의 역할을 많이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보영’은 이 캐릭터를 최대한 매력적으로 살려내기에 충실합니다. 그 순간에 모든 감정을 터뜨리면서,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우연’에게 감정이 이입이 되어서 그와 맞추게 만듭니다. 관찰자로의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박보영’은 ‘환승희’를 그 어떤 캐릭터보다도 설득력 있게 만들어냅니다.
[너의 결혼식]은 여러 한계가 뚜렷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벗어나고자 노력한 작품이라서 사랑스럽게 느껴집니다. 특히나 제가 생각하던 과거의 모습이 잘 그려지기도 하고요. 그리고 다른 영화에 비해서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여주인공을 괴롭히는 멍청한 서브 여주인공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굉장히 불필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그 동안 로맨스에서 당연히 나와야 하는 캐릭터가 나오지 않거든요. [너의 결혼식]은 오롯이 두 주인공의 시선에 모든 것을 다 이어갑니다. 그리고 모든 문제는 두 사람 안에서 벌어지는 것이고, 왜 두 사람이 만나게 되었고 헤어지게 되었고 지금의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는지. 그 모든 것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어떤 부분을 자극합니다. 결혼이라는 것은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랑 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을 결심한 순간에 곁에 있는 사람이랑 하게 되는. 그 순간을 위해서 두 사람이 어떤 것을 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이 흔들리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사실적으로 그립니다. 물론 여기에 남성적 유머가 더해지는 것은 아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이 부분을 덜어내려고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가을에 가슴을 적당히 설레게 해주면서 과거를 한 번 더 떠올리게 해줄 로맨스 영화 [너의 결혼식]이었습니다.
로맨스 소설 쓰는 남자 권정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 ‘승희’와 ‘우연’의 19금 대화?
둘 - ‘승희’의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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