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인랑, 과대 포장이기는 하지만
Good – 볼거리가 중요한 사람
Bad – 이야기가 중요한 사람
평점 - 6점
전혀 볼 생각이 없었던 인랑인데, 실수로 예매를 해버린 후 봤습니다만 정말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서 놀랐습니다. 최근 [물괴]를 [인랑]과 비교를 하는 일부 사람들이 나오는데, [인랑]은 [물괴]에 비해서는 명작이라는 평을 들을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적어도 [인랑]은 자신이 해야 하는 이야기를 앞으로 쭉 밀고 나가면서 하나의 이야기를 오롯이 만들어내기 때문이죠. [인랑]의 원작은 보지 않았지만, 영화를 보면 어떤 세계관을 구축하려고 한 것은 분명하게 보입니다. 영화 [인랑]이 실패한 이유는 이 세계관을 관객들에게 제대로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랑]은 그저 겉멋만 잔뜩 들어서 자신의 이야기만 하려고 하는 영화였기 때문이죠. 모든 영화는 자연스럽게 관객과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이야기를 진행을 해야만 합니다. 관객들이 지금 영화를 보면서 어떤 것을 느끼고 있는지, 이 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건지를 확인을 해야 하죠. 하지만 [인랑]은 그런 것 없이 그냥 달리기만 합니다. 그리고 있는 힘을 다 해서 그저 폼만 낸 채로, 나 지금 멋있지 않아? 라는 질문만을 쉴 새 없이 하는 영화인 거죠. [인랑]은 힘만 준 채로 관객과 어울리고자 하는 생각은 없는 영화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랑]은 생각보다 비쥬얼 자체로 만족을 주는 영화입니다. 물론 영화는 너무나도 에피소드 위주로 나열이 되어서 정확히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인지 느끼기 어렵습니다. 만화책을 원작으로 삼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다시 영화로 만들 노력을 해야 하는데, ‘김지운’ 감독은 그저 자신이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 모든 것에 공을 들이는 기분입니다. 물론 이런 것에 집중을 하고 있는 만큼 비쥬얼은 그 어떤 영화보다도 훌륭하게 다가옵니다. 다만 ‘강동원’이 어떤 감정선을 갖고 있는지 이것을 파악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가 어떤 부채를 느끼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이런 행동을 하는 모든 것이 다 납득이 가는 것은 아니니 말이죠. 차라리 그렇다면 조금 더 몽환적으로, 그리고 오롯이 ‘강동원’만 중심에 두는 편이 나았을 텐데 영화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습니다. 더 큰 세상을 보여주면서도 그것에 대해서 세밀한 묘사를 하지 않으니 주인공의 감정도 공감이 가지 않고 감독이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조금만 더 집중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볼거리 하나는 충실하지만 이것을 제외하고는 다소 아쉽게 다가오니까요. 미래의 어떤 세상을 제대로 그린 것 같기는 하지만 지금 우리와 다른 상황이라는 것 역시 [인랑]의 약점입니다.
‘강동원’은 비밀이 가득한 사내 ‘임중경’ 역을 연기합니다. 연기를 잘 하는 배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지만, 요즘 들어서 조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고르는 느낌입니다. 그러다 보니 조금 더 붕 뜬 느낌이 들고 그가 할 수 있는 것 이상이 오히려 그의 발전을 저해하는 느낌입니다. 조금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충분한 전사를 쌓아올리지 않은 채, 그저 멋있는 역할만 보여주려고 노력을 하는데. 이것은 완벽하게 연기하기는 합니다. 다만 이것은 여기에서 끝일 날 뿐.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는 못합니다. 그렇기에 여성 캐릭터와의 연애 역시 조금 더 붕 뜨는 느낌을 주면서 공감을 얻지 못할 수밖에 없습니다. 배우의 매력도 크게 도드라지지 않는데 캐릭터의 매력까지 죽으니 역할 자체가 죽을 수밖에 없는 거 같습니다.
‘정우성’은 의심스러운 리더 ‘장진태’를 연기하는데요. ‘정우성’이 이토록 연기를 못 하는 배우였나요? 여전히 멋있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아무런 발성도 들리지 않고,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도 모르는 것은 배우로의 노력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나 ‘정우성’의 정치적 행보나 그가 배우 자체로 보이는 모습이 나쁘지 않기에 더욱 아쉽습니다. 영화에서 그는 뭔가 비밀이 많은 역할이고, 부하를 지키기 위해서 부딪치려고 하는 인물인 것 같기는 한데 정작 영화가 진행이 되면서는 이 캐릭터가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뭘 어떻게 하려고?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고 할까요? 조금 더 그가 맡은 캐릭터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면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저 볼거리에만 충실한 영화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인랑]은 여기에 충실한 영화입니다. 그저 시간을 보내기에 괜찮은 영화를 구하신다면 그다지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저 역시 관에서 계속 시간이 가는 것을 느끼면서 본 영화이기는 하지만 말이죠. 아마 넷플릭스로 개봉을 한다고 해서 조금 안일하게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조금 더 기대가 되었던 ‘민호’의 부분이라거나 ‘한예리’의 부분이 무난하게 진행이 되었기 때문이죠. 각자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려주면서 관객들에게 자신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은 배역들인데도 불구하고 영화 안에서 이 캐릭터들은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더욱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개인적으로 ‘한예리’가 맡았던 캐릭터 안에 더 많은 비밀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기에 이 캐릭터가 허무하게 빠지는 것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다만 서울을 배경으로 꽤나 괜찮은 액션 영화를 선보이는 것 자체가 좋습니다. 롯데월드 타워를 통해서 실망스럽지 않은 액션을 선보이거든요.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상상력을 쌓는 것은 부족하지만 적어도 장소로 이런 상상력을 도와주는 점에서는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그나마 다행입니다. 생각을 했던 것처럼 최악은 아니지만 만족도도 높지 않은 영화 [인랑]입니다.
로맨스 소설 쓰는 남자 권정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 ‘강동원’의 등장
둘 – 만화적 상상력이 한 가득
'☆ 문화 > 맛있는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맛있는 영화] 협상, 왜 야구하다가 9회에서 축구해요? (0) | 2018.09.25 |
---|---|
[맛있는 영화] 너의 결혼식, 한계는 뚜렷하지만 (0) | 2018.09.15 |
[맛있는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베니스, 소스만 잔뜩 (0) | 2018.09.14 |
[맛있는 영화] 물괴, 포장지에 낚였어 (0) | 2018.09.13 |
[맛있는 영화] 어드리프트- 우리가 함께한 바다, 퐁듀 (0) | 2018.08.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