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너는 없었다 [완]

[퀴어 로맨스] 너는 없었다. [1장]

권정선재 2018. 10. 1. 10:51

1

잘 됐네.”

?”

은수는 영준을 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 서늘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혀로 입술을 축이다가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너 이제 죽어.”

알아.”

영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차라리 죽는 일이 더 즐거운 일일 수도 있었다. 자신은 모든 것을 다 원래대로 돌릴 기회를 얻었으니까.

김영준.”

서은수.”

영준은 은수의 눈을 가만히 응시했다. 은수는 어이가 없다는 듯 그런 영준을 보며 고개를 푹 숙였다.

아무렇지도 않니?”

.”

어떻게 그래?”

그러게.”

영준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은수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따. 지금 영준의 태도는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 지금 죽는다고 하는 거야. 지금 네가 증상이 하나도 없어서 그런가 본데. 너 정말 특이한 케이스야.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게 이상한 거라고. 네 온 몸에 다 암이 지금 퍼졌다고 했어.”

그래.”

영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지었다. 은수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머리를 뒤로 넘기고 한숨을 토해냈다.

미쳤어.”

.”

어떻게 할 건데?”

치료를 받지 않아.”

?”

은수는 미간을 모았다.

무슨?”

어차피 내가 치료를 받는다고 해서 살 수 있는 거 아니니까. 그래서 치료를 받지 않으려고. 나는 그런 거 원하지 않아.”

아니.”

은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아무리 가능성이 없다고 해도 뭐라도 해야 하는 거였다.

너를 위해서 뭐라도 하라는 거야. 지금 이대로 포기하는 거. 결국 다른 사람들을 위한 거라고.”

너나 학교에 가.”

아니.”

은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픈 친구를 두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것. 그건 자신이 바라는 게 아니었다.

정말 도대체 내 생활은 왜 이러는 거니? 방순이는 가정사가 너무나도 복잡하고. 너는 가정사가 복잡한데 암까지 있어. 게다가 도대체. 너 이제 어떻게 하려고 그래? 그럼 가족에게 돌아갈 거야?”

아니.”

?”

‘’더 방탕하게 살려고.“

?”

은수는 한숨을 토해냈다. 영준은 미소를 지으며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그리고 거울을 보며 씩 웃었다.

나 더 잘 생겨진 거 같지 않아?”

미쳤어.”

살이 좀 빠져서.”

아니. 무슨.”

은수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지금 영준이 하는 말에 대해서 그 무엇도 동의할 수 없었다. 영준은 지금 죽으려고 하는 사람이었다. 지금 죽으려고 하는 것.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너 집에 돈도 많잖아. 그 많은 돈은 다 어떻게 하고. 그 돈은 뭘 하고 지금 치료도 안 받으려는 건데?”

그러게.”

은수의 물음에 영준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집에서 버려졌다고 하더라도 이런 일을 겪고 있다고 하면 도울 거였다. 이건 단단한 거였다. 하지만 이건 자신이 바라는 일은 아니었다.

이제 내가 원하는 대로 살 거야.”

아니. 너 도대체.”

은수야 그 동안 고마웠어.”

영준의 말에 은수는 침을 삼켰다.

무슨?”

나 숨겨줘서.”

아니.”

은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녀석이었다. 왜 이렇게 자신을 괴롭히려고 하는 건지.

너 정말로 미워.”

알아.”

평생 네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거 숨겨주고 있었어.”

.”

영준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은수는 다른 말을 더 하지 않았다. 대신 영준의 얼굴을 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게 전부였다. 영준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미친 놈.”

동선은 영준을 보기가 무섭게 욕설을 내뱉었다.

여기에 왜 온 거야?”

기회를 줘.”

?”

동선은 코웃음을 치면서 고개를 저었다. 결국 이 모든 것을 망친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영준이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 거야? 나는 더 이상 그쪽이랑 엮이고 싶지 않아. 바라지 않아.”

거짓말.”

뭐가 거짓말이야?”

나를 좋아하잖아.”

아니.”

동선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영준과 엮인 것만으로 인해서 자신은 너무나도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더 이상 그런 삶을 살지 않아. 내가 너를 다시 만나면 네 집에서 또 와서 나를 괴롭히는 거 아니야?”

아니.”

영준은 고개를 흔들고 씩 웃었다.

영감 죽었어.”

?”

얼마 전에.”

.”

동선은 머리를 긁적였다.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동선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

그리고 집에서 뭘 하려고 했으면 했을 거야. 지금처럼 너 공항 철도에 그냥 다니지 못했을 거야.”

동선은 어이가 없다는 듯 영준을 응시했다. 스스로의 힘으로 모든 것을 다 망칠 수 있다는 것 우스운 일이었다.

그래서 뭐 하자고?”

연애.”

연애?”

동선의 목소리가 웃기게 갈라졌다.

미친.”

기회를 줘.”

됐어.”

동선은 영준을 두고 그대로 돌아섰다. 그리고 계단을 올라갔다. 영준은 그런 그를 쫓아가려고 하다가 멈칫했다. 지금 이렇게 빠르게 동선을 쫓아갈 것은 아니었다. 조금 더 시간을 가져야만 하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