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그래도 왔네.”
“내가 온 거라고?”
영준의 말에 동선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지금 영준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냥 지나가려고 하는 사람을 붙잡은 건 바로 너야. 그래 놓고서 지금 내가 먼저 그랬다는 거야?”
“응.”
“미친.”
동선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도대체 영준이 지금 자신에게 바라는 게 무엇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이러는 거야?”
“그러게.”
살짝 붕 뜬 것 같은 영준의 대답에 동선은 고개를 숙였다. 그의 행동이 모두 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미친 새끼.”
“그렇지.”
“도대체.”
동선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동선은 묵묵히 영준을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병원으로 가.”
“왜?”
“왜라니?”
영준의 반응에 동선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도대체 나에게 왜 이러는 건데?”
“그러게.”
동선은 어이가 없어서 코웃음을 쳤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자신에게 도대체 왜 이러는 건지.
“미친 새끼.”
“미안해.”
동선은 코웃음을 치면서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도대체 이게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건지.
“그런 거라면 내 앞에 안 나타났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거잖아. 그게 맞는 거잖아. 너 지금 이상해.”
“너는 살 수 있었어?”
“뭐?”
“2년을 기다렸어.”
돗언은 가만히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만지작거렸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 오랜 시간. 이제 와서 한다는 소리가 고작 이런 말이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면서 자신을 건드리는 중이었다.
“그 동안 한 번도 안 나타나고 지금 와서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러게.”
동선의 지적에 영준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동선은 그런 그를 보며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나에게 뭘 바라는 거야?”
“아무 것도.”
“뭐?”
“아무 것도 바라지 않아.”
동선은 미간을 모으고 한숨을 토해냈다.
“정말.”
동선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미친 새끼.”
동선의 욕에 영준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는데 저렇게 웃는 영준을 보며 동선은 미간을 찌푸렸다.
“헛소리만 하고 있어.”
“그래?”
영준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도 다행 아니야?”
“뭐?”
동선은 침을 삼키며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 건지. 뭐가 다행인 건지.
“무슨 말이야?”
“어?”
“아무튼 치료나 해.”
“이미 포기했어.”
영준은 씩 웃으면서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치료 안 해.”
“왜?”
“그거. 그냥 힘들기만 해. 내가 정말로 살 거라는 보장도 없는 거고. 그거 말도 안 되는 거잖아.”
“누가 그래?”
“알아.”
영준의 대답에 동선은 눈을 감았다.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을 거였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더라도 이미 다 알고 왔다는 것. 이미 영준이 스스로 무슨 생각을 하고 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답답하다.”
“그렇지?”
“뭘 하자는 거야?”
“어?”
“정말 아무 것도 아니야?”
“응.”
영준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의 반응에 동선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나에게 바라는 게 하나도 없다면. 도대체 여기에서 뭐 하는 거야? 나보고 뭘 어떻게 하라고?‘
“사귀자.”
“뭐?”
동선은 얼굴이 굳었다.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
“미친 거 아니야?”
“미친 거야.”
영준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씩 웃었다.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봐. 이제 곧 죽을 거래. 나 이제 겨우 서른이야. 그런데 내가 뭐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내가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 너더라고. 죽을 거라고 하니까. 네가 떠올랐어.”
“아니. 그러지 마.”
영준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도대체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제 곧 죽을 거라면서 도대체 자신에게 뭘 바라는 건지 우스운 일이었다.
“내가 그걸 동의할 거라고 생각을 해?”
“아니.”
“그런데?”
“그냥.”
영준은 씩 웃으면서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그냥.”
“됐어.”
동선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떠나.”
“아니.”
“가라고.”
“싫어.”
“정말.”
동선은 무슨 말을 더 하려다가 시선을 피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더 이상 없었다. 모든 게 다 자신을 피한 거였다. 이건 말도 안 되는 거였다. 더 이상 이에 대해서 다른 말을 할 것은 없었다.
“병원 가. 치료 해.”
“그러면 사귈래?”
“그래.”
동선의 입에서 나온 말에 영준은 씩 웃었다. 동선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미친 새끼. 도대체 자신에게 뭘 바라는 건지. 그의 모든 행동이 하나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그래?”
“네?”
동료의 물음에 동선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이상해.”
“뭐.”
“점심은?”
“혼자 먹을게요.”
“그래.”
동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자신이 도대체 무슨 상황에 빠진 것인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너무나도 답답했다. 그리고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렸다.
‘당신이 매일 타는 전철을 보고 나는 웃었다. 놀이기구 같아 좋겠다는 말에 당신은 그렇지 않다며 웃었다.
그래도 좋을 텐데. 라고 하는 말에 당신은 나를 보고 더 밝게 웃었다. 그리고 담배 냄새가 남은 입술을 가볍게 마주쳤다. 주위를 보고 아무도 관심도 없다는 사실에 웃음을 터뜨렸다.
당신과 같이 있으니 자꾸만 웃음이 나오고 평소와 다르게 말이 줄어든다. 당신에게 나는 왜 이리 말이 없느냐고 물었고 당신은 내가 더 말이 없다며 웃었다.
당신과 함께 하니 괜히 간질거렸다. 당신과 내가 얼마나 더 닿을지 모르겠지만 이 순간 해복하기에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람. 당신은 그런 사람이다.
당신은 계속 말도 안 되는 유머를 구사하고 나는 재미가 없다 타박하면서도 웃음을 터뜨렸다.‘
별 것 아닌 문장이었다. 하지만 영준이 자신에게 쓴 글이니 만큼 이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할 수는 없는 말이었다.
“미치겠다.”
애초에 이런 것을 가지고 망설인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자꾸 망설이게 됐다.
“손님도 없어?”
“그렇지.”
“말도 안 돼.”
은수의 말에 영준은 어깨를 으쓱했다.
“왜?”
“아니 아무리 그래도 어느 정도 뭐가 나와야 하는 거 아니야? 너를 위해서도. 이건 정말로 아니야.”
“아니.”
영준은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이렇게 사람이 없는 것이 좋았다. 스스로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손님이 많으면 힘들어.”
“미친.”
은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메뉴판을 물끄러미 보면서 한숨을 토해내며 카드를 내밀었다.
“마끼아또 하나.”
“싫어.”
“어?”
“귀찮아. 아메리카노.”
“무슨.”
그리고 은수가 무슨 말을 더 하기도 전에 카드를 긁었다. 은수는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미친 거 알지?”
“응.”
“정말.”
은수는 아랫입술을 물었다.
“언제까지 이럴 거야?”
“계속.”
“계속?”
은수는 인상을 찌푸렸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너 지금 피곤해 보이는 거 알아?”
“그래?”
영준은 얼굴을 만지작거리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가볍게 손을 씻고 커피를 내렸다. 은수는 한숨을 토해냈다.
“답답해.”
“미안해.”
“왜?”
“뭐.”
은수는 영준이 내미는 커피를 받으며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건지.
“지금이라도 병원에 가면 조금이라도 다른 거 아니야? 아주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는 거 아니야?”
“이미 전이가 됐대.”
“뭐?”
“그런데 아프지 않은 건 복이고.”
은수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너무나도 무덤덤하게 말을 하기에 지금 영준이 하는 말이 거짓인 거 같았다.
“답답하다. 정말.”
“그래.”
은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맛있긴 하네.”
“그렇지?”
영준의 표정이 밝아지자 은수는 고개를 저었다. 그때 동선이 보였다. 영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은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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