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너는 없었다 [완]

[퀴어 로맨스] 너는 없었다. [2장]

권정선재 2018. 10. 2. 14:17

2

일을 한다고?”

.”

서혁의 표정에 영준은 어깨를 으쓱했다.

왜요?”

그럴 이유 없다.”

서혁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여태 하지 않던 공부를 왜 갑자기 한다고 하는 거냐? 그런 것을 하지 않더라도 내가 너를 버리지 않을 거다.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너는 내 아들이니까. 네 어미가 천하다고 해서 그건 변하지 않아.”

. .”

영준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그런 건 아니에요. 그런 거라면 그냥 지금처럼 놀겠죠. 이제 저도 서른이니까 뭐라도 해보려고요.”

서른.”

서혁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그렇군.”

왜요?”

너도 나이가 들었구나.”

. 그렇죠.”

영준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서혁에게 이런 허락을 받는다는 것은 우습기는 하지만 그의 동의가 없이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미친 일이었다. 서혁이 싫어한다면 자신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할 거였다.

뭘 하고 싶으냐?”

카페요.”

카페?”

서혁은 인상을 구겼다. 카페라니. 자신의 아들이 너무 작은 일을 한다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몇 개를 원하는 거야?”

하나요.”

하나?”

서혁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물끄러미 영준을 보더니 혀로 입술을 축이고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면 관둬라.”

왜요?”

그런 건 나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거야. 네 아버지를 생각을 한다면 그런 일은 하지 않는 게 나아.”

그렇군요.”

영준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서혁을 건드리기 위한 것도 있었다.

대신 다른 지점을 내지 않는. 그러니까 공식적으로 회사 계열로 넣어주세요. 이 정도는 저에게 해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저는 영우 녀석이 저로 인해서 열 받는 걸 보고 싶거든요.”

유치하군.”

서혁은 그러면서도 얼핏 미소를 지었다. 아들이 저런 모습으로 나온다면 동의할 수 있을 거였다.

“3일만 다오.”

?”

그거면 내가 하마.”

원하는 지점이 있어요.”

서혁은 미간을 모았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영준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언제 죽어도 안 이상한 사람이 도대체 무슨 카페야. 돈이나 받아서 놀러나 다니는 게 당연한 거지.”

됐어.”

은수의 말에 영준은 고개를 저었다.

너 혹시라도 그런 말 하지 마. 다른 사람이 그거 알고 무슨 말을 하는 거 자체가 나는 싫으니까.”

너희 아버지가 얼마나 대단한 분인데 지금 네가 아픈 걸 모를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야? 바로 아실 거야.”

아니.”

영준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서혁은 자신에게 그런 것까지 묻지는 않을 거였다. 자신을 그 정도로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렇게까지 유난하게 겁을 내거나 물러날 이유는 없을 거였다.

아버지께서도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아실 거야. 그리고 내가 다른 짓을 하지 않으면 내가 무슨 일을 하건 관심을 갖지 않았을 거야. 그리고 지금 낵 k하는 이거. 이건 아버지께서 크게 불편하게 느끼는 일이 아닐 거야. 내가 노는 것보다는 오히려 낫다고 생각을 하실 테니까.”

이걸?”

은수는 카페를 보며 인상을 구겼다. 작은 카페. 테이블은 고작 네 개. 은수는 입술을 쭉 내밀었다.

그런데 홈페이지에는 올라갔네.”

당연하지.”

영준의 대답에 은수는 코웃음을 쳤다. 아무리 부자라고 하더라도 이런 카페를 하는 것은 하나도 부럽지 않았다.

네 말처럼 카페를 하고 싶었던 거라면 더 큰 곳을 하지. 왜 이렇게 작은 곳을 하려는 거야?”

굳이 큰 곳을 한다고 해서 내가 관리를 할 수 없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것 정도만 하려고.”

그래?”

은수는 다른 말을 더 하려고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한다고 해서 영준이 뜻을 꺾을 것으로 보이지 않았고.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서 자신이 다른 말을 더 할 수도 없을 거였다.

왜 그래?”

뭐가?”

나를 너무 봐서.”

한심해서.”

.”

영준은 혀로 입술을 축이고 씩 웃었다. 은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오랜 시간 봤던 친구를 이런 식으로 아무 것도 도와줄 수 없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었다.

그런데 너는 왜 나에게 모든 것을 다 말하는 거야? 네가 남자를 좋아하는 것도. 네가 죽어가는 것도.”

소설가니까.”

?”

영준의 대답은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영준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엷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숙였다.

너는 소설가니까. 네가 할 수 있는 것. 네가 올바르게 하는 것. 그것을 나를 위해서 해주기 바라.”

됐어.”

은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영준의 삶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건 자신이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나선다고 해서 영준의 삶을 더 좋게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이건 우스운 일이었다.

내가 도대체 무슨 자격이 있어서 너의 죽음을 팔 수가 있어? 그런 거 내가 원하는 일 아니야.”

내 죽음을 파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부탁이라고 들어줘. 그냥 내가 하는 말. 이 말을 듣고 글을 써주는 거.”

아니.”

은수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가슴이 답답하고 콱 막히는 기분이었다. 은수는 물끄러미 영준을 응시했다.

후회는 안 해?”

.”

정말?”

.”

영준이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며 은수는 한숨을 토해냈다. 어떻게 저 순간에 후회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수술을 한다면 당연히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을 거였다.

너도 병원 가지고 있는 거 아니야? 거기에 가면 특별한 치료도 받을 수 있고. 일단 뭐라도 더 할 수 있을 거야.”

그러기엔 내가 후회를 하는 게 너무 많아서.”

영준의 미소에 은수는 인상을 구기고 고개를 저었다.

 

이제 가?”

동선은 멈칫했다.

?”

아니.”

동선은 침을 삼켰다.

뭐야?”

뭐가?”

아니.”

동선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할까 하다가 영준을 응시했다.

네가 도대체 왜 여기에 있느냐는 말이야. 너 지금 이거 스토커로 고소할 거야. 이거 말도 안 돼.”

여기 내 카페야.”

?”

나 여기에서 일을 한다고.”

두 번 같이 갔던 카페. 그것을 기억을 하고 사버린 걸까? 동선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고개를 저었다.

뭐 하자는 거야?”

뭐가?”

지금 너.”

?”

영준은 별 것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내가 지금 뭘 하는 거 같은데?”

네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으니까. 정말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으니까 지금 이러는 거야.”

동선은 인상을 구겼다. 안 그래도 일을 마치고 힘들어서 오는 길인데 이런 일에 휘말리는 것은 싫었다. 영준은 모든 것을 다 장난처럼 대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과 어울리고 싶지 않았다.

너는 단 한 순간도 진심인 적이 없어. 그저 장난이라면 관 둬. 네가 이러는 거. 나 정말로 불쾌하니까.”

진짜 샀어.”

?”

그러면 매일 볼 테니까.”

무슨.”

동선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도대체 수ᅟᅳᆫ 말을 하는 것인지 하나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신이 지금 무슨 말을 더 해야 하는 걸까? 동선은 영준을 보고 아랫입술을 세게 문 채로 고개를 저었다.

그럼 내가 이사를 가지.”

너 그거 못 해.”

?”

영준의 말에 동선은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너 이사를 못 간다고.”

?”

그 집 내가 샀어.”

?”

그런데 보증금이 없네.”

영준의 말에 동선은 침을 삼켰다. 도대체 지금 영준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하나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영준은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씩 웃었다.

들어와서 앉아.”

싫어.”

?”

왜라니?”

동선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너라면 지금 그럴 거 같아?”

.”

?”

나 죽어.”

?”

나 죽는다고.”

동선은 침을 삼켰다. 지금 영준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영준의 미소는 여유로웠다. 동선은 무슨 말을 더 하려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자신과 무관한 일이었다.

그걸 왜 나에게 말을 하는 거야?”

사귀자.”

?”

동선은 미간을 모은 채 영준을 응시했다.

무슨 말이야?”

미안해.”

됐어.”

영준의 사과에 동선은 주먹을 쥐었다가 풀었다. 자신은 가족도 버리고 그를 선택했다. 하지만 그를 먼저 버린 것은 영준이었다. 영준의 모든 선택은 바보가 되었고. 동선은 주안에 혼자 살게 된 거였다.

너로 인해서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그런데 지금 와서 이러는 거. 너무 우스운 거 아니야?”

부탁이야.”

영준의 낮은 목소리에 동선은 침을 삼켰다. 이기적이었다. 너무나도 이기적이었다. 동선은 어이가 없어서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영준은 미소를 지으며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동선은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