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미친 새끼.”
“뭐가?”
“아니.”
영준의 덤덤한 대답에 영우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영준이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그것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만큼 영우는 더욱 답답했다. 영우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뭘 하려는 거야?”
“뭐가?”
“지금 네가 아버지에게 구하려는 것. 그게 도대체 뭔지 묻는 거야. 네가 그런 걸 가지고 있다고 해서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 거야? 아무리 네가 나보다 형이라고 해도 너는 첩의 아들이야.”
“그래.”
영준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라고 하건 이건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거였다. 영우가 화를 낼 일도 아니었다.
“그건 나에게 따질 것이 아니라 아버지께 직접 따져야 하는 거지. 뭐가 되었건 호적엔 내가 먼저 올랐어.”
“그거야.”
영우는 침을 삼켰다. 뭐가 되었건 부정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영우 자신은 1년 동안 무호적자였고. 그 순간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겼더라면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위치에 대해서 말하지 못할 거였다.
“우리 어머니가 너를 지키려고 한 거야. 아무리 그래도 더 이상의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막으려고.”
“그럼 애초에 안 만나야지.”
“여자가 무슨 죄야.”
“뭐라고?”
“가.”
영준은 하품을 하며 목을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아니 남의 카페에 커피를 팔아주러 온 것도 아니면서. 도대체 여기에서 뭘 하려는 거야? 안 그래?”
“너 그러다가 후회를 할 거야. 아무리 네가 나보다 형이라고 하지만. 지금 회사에서 내가 더 많은 힘을 갖고 있는 거 몰라? 그런 식으로 나를 자극했다가. 그 모든 것을 사용할 수도 있어.”
“그래.”
영준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영우가 이렇게 잘난 것처럼 행동을 하는 꼴을 보는 것 자체가 싫었다.
“네가 뭘 하건 그건 나랑 관련이 없는 거야.”
“무슨.”
“자격지심이라도 있는 거야?”
“뭐?”
영준의 말에 영우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아니라고는 하지만, 정말로 어떤 자격지심이 있던 그였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 내가 도대체 왜 너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고.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을 해?”
“그러니까.”
영준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영우는 늘 모든 것을 다 갖고 있으면서도 그의 것을 가지고 가려고 하는 사람이었다. 너무나도 유치하게. 너무나도 한심하게. 자신의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존재였다.
“네가 무슨 짓을 하건 그건 내가 알 바 아니라는 걸 알아야지. 김영우 씨. 지금 네가 여기에 와서 이런 짓을 하는 것 자체가 되게 우스운 일이 아닌가? 이미 회장님이 한 번 정하신 그 일. 그거 네가 이대로 돌릴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 거야? 그거. 정말로 아니라고 생각을 하지 않아?”
“그거야.”
영우는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이건 영준의 말이 옳았다.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서혁에게 불만을 안길 수 있었다.
“젠장.”
“나 네 형이야.”
“뭐?”
“그러니 네가 무슨 짓을 하건. 나는 아버지에 대해서 너보다는 더 잘 안다는 거야. 내가 왜 이런 작은 카페를 원했다고 생각을 하는 거야? 이런 거여야지 아버지께서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으시거든.”
영우는 고개를 푹 숙였다. 자신이 아무리 잘난 척을 하더라도 이런 순간까지 영준을 이길 수는 없었다.
“대단하군.”
“몰랐어?”
“그래.”
영우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후회가 될 거야.”
“그렇게 해줘.”
영준은 싱긋 웃었다. 영우는 무슨 말을 더 하려다가 돌아섰다. 영준은 그가 멀어지는 것을 보기가 무섭게 의자에 앉았다.
“미친.”
아픈 곳은 없었지만. 하루가 다르게 체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온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이게 뭐야.”
어이가 없었다. 이제 고작 서른. 이제 겨우 뭔가를 해볼 수 있는 나이. 그런데 자신은 끝이었다.
“김영준.”
정말 싫었다. 이대로 모든 것을 다 잃은 것은 싫었다.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고 결국 다른 이들에게 말려가는 거였다. 자신은 이런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을 거였다.
“식사 안 해요?”
“네? 네.”
동료의 말에 동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습니다.”
“왜 그래?”
“네?”
“넋을 놓고.”
“아.”
동선은 어색한 미소를 징며 머리를 긁적였다. 자신도 왜 이렇게 구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넋이 나갔다.
“같이 먹자고 하려고 했는데 혼자 가야겠네. 조금 더 정신을 차려요. 지금 그러다가 쓰러지겠어.”
“고맙습니다.”
동선은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료의 말이 옳았다.
“그래서 만난 거야?”
“응.”
“대단하다.”
은수는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라면 절대로 하지 못할 일이었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 건지. 은수는 영준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아무리 그래도 상대가 싫다고 하는데 이건 아니지 않아? 너도 그리고 어느 정도 체면을 지켜야지.”
“그런 거 없어.”
“뭐?”
“이미 그런 건 다 지나갔어.”
영준은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나 이제 죽어.”
“그런데?”
“그런데 이 와중에 그런 거. 하나하나 다 따져봐야 뭐 하나 나오지 않아. 내가 알아서 해야 하는 거야.”
“아니.”
영준의 말에 은수는 한숨을 토해냈다. 친구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는 것 자체가 괴로웠다.
“너 나에게 왜 이러니?”
“어?”
“내가 만만해?”
“아니.”
“정말.”
은수의 말에 영준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리고 가만히 테이블을 만지면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가 뭘 하기를 바라.”
“그런 말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아니.”
은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도대체 자신이 뭘 더 할 수 있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너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뭐가?”
“그 사람이랑.”
“모르겠어.”
영준의 대답에 은수는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다가 테이블을 두드렸다. 지금 그가 무슨 말을 한다고 해도 영준을 설득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은수는 미간을 구겼다.
“너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내가 아버님께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어. 그럴 수 있다는 거 알지?”
“알아.”
영준의 덤덤한 대답에 은수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정말.”
“미안해.”
“나에게 사과를 하지 마.”
은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는데 도대체 왜 이러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너 정말로 미워.”
“알아.”
“안다고?”
“응.”
“정말.”
무슨 말을 더 할 수가 있는 걸까? 스스로 이미 모든 것을 다 내려놓은 친구를 보면서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더군다나 그의 모든 비밀을 자신이 다 알고 있는데 이건 정말로 아니었다.
“그 사람에게 모든 걸 다 보여주지 그래?”
“이미 했어.”
“뭐?”
“했다고.”
영준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평소에는 그 누구보다도 느릿느릿 행동을 하다가 이런 순간 빠른 것을 보며 은수는 어이가 없었다. 어떻게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을 할 수가 있는 건지.
“그런 말을 처음에 보기가 무섭게 하면 당연히 다른 사람들도 겁을 내지. 그건 나라도 마찬가지일 거야.”
“너는 안 그랬잖아?”
“나는 다르지.”
“뭐가 다른데?”
“너를 사랑하지 않으니까.”
“아.”
영준은 상처를 입은 것처럼 가슴을 움켜쥐었다. 은수는 코웃음을 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뭐래?”
“그래도 서운해.”
“웃기고 있네. 너 나를 본다고 서는 것도 아니면서.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그러냐?”
“그거 성추행이야.”
“신고해.”
은수는 재킷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네.”
“어?”
“그 사람.”
“아.”
은수의 말에 영준은 미소를 지었다. 동선은 저 멀리에서 두 사람을 보고 멈칫한 모양이었다. 은수는 한숨을 토해냈다.
“둘 다 한심해.”
“동선이 욕하지 마.”
“미쳤니?”
은수는 고개를 돌렸다.
“정말.”
은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자신이 왜 이 가운데에 있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너희 두 사람이 게임을 하고 싶은 거면 그냥 둘이서 해. 거기에 내 자리가 있는 것처럼 해동을 하지 말고. 이런 거 너무 이상한 일이잖아. 두 게이 사이에 여자 하나. 이거 너무 상투적이야.”
“그런가?”
“그래.”
동선이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은수는 밖으로 나갔다.
“안녕.”
“아.”
은수를 보고 동선의 얼굴이 굳었다.
“왜?”
“나는 가요.”
“네?”
“둘이 대화나 하라고요.”
동선은 멀어지는 은수를 보며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 소설 완결 > 너는 없었다 [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퀴어 로맨스] 너는 없었다. [6장] (0) | 2018.10.10 |
---|---|
[퀴어 로맨스] 너는 없었다. [5장] (0) | 2018.10.08 |
[퀴어 로맨스] 너는 없었다. [3장] (0) | 2018.10.04 |
[퀴어 로맨스] 너는 없었다. [2장] (0) | 2018.10.02 |
[퀴어 로맨스] 너는 없었다. [1장] (0) | 2018.10.01 |